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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왜 다리가 없어요?"...다름과 틀림의 시선

강희준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승인 2015.04.28 09:33:34     

[장애인 인권이야기] 강희준 / 제주장애인인권포럼
"'틀리다'가 아닌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사전에 보면 '다르다'는 말이 뜻은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아니하거나 보통의 것보다 두드러진 데가 있다고 한다. 한편 '틀리다'는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난 것 또는 바라거나 하려는 일이 순조롭게 되지 못하다 라는 뜻을 갖고 있다. 간략하게 말해서 '다르다'는 같지 않음을 '틀리다'는 옳지 않음을 이야기 한다.

'다르다'와 '틀리다'가 뒤엉켜 혼용되고 있는 우리의 일상에서 인권은 종종 다름이 아닌 틀림의 문제로 오해되고 실제 그렇게 여겨지기도 한다.

나는 지체장애 2급 절단장애인이다. 원거리를 이동할 때는 승용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때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장애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거나 쇼핑을 할 때, 가족과 함께 외식을 할 때는 휠체어와 목발을 이용한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지나쳐가지 못하고 한 두 번씩 더! 나에게 꽂힌다. 성인들은 그나마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편이지만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반응은 달라진다.

   
강희준/ 제주장애인인권포럼.<헤드라인제주>

“아저씨! 아저씨는 왜 다리가 없어요?”
“엄마!! 저 아저씨 다리가 없어!!”
“무서워!! 엄마!! 다리가 없어.”

등등의 이야기들이 오가면 나는 자연스럽게
“맞아! 아저씨 다리가 없어. 교통사고 때문에 그렇단다.”
“길 건널 때나 자전거탈 때 엄마말씀 잘 들어야 한다.” 라고 대수롭지 않은척 이야기를 하게된다.

이러한 반응에 너무 익숙해 있던 나에게 신선한 경험이 있었다. 2008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요트종목에 참가하기 위해 요트를 잠시 배운 적이 있다. 장애인이 탈수 있는 개조된 요트가 우리나라에 없어 비장애인이 타는 요트를 배우기 위해 한강둔치에 있는 요트장에서 훈련했을 때의 일이다. 근처에 있는 외국인학교 학생들이 요트교실에 참가하기 위해 요트장에 왔다.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보이는 학생들이었는데 늘 그랬듯 호기심 어린 질문이 나오겠구나 하는 예감에 그 질문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 그 아이들의 입에서는 조금 다른 말들이 나왔다.

“아저씨! 멋있어요!”
“장애가 있으신대도 요트를 타시는군요? 대단하시네요?”
“요트 타시는 모습이 멋져요!” 라며 박수를 쳐 주었다.

뭐 별일이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 주는 신선함에 난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이럴 수도 있구나!’
‘다리가 없는 것이 나와 틀려서 불편하고 힘들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도 있구나!’

나는 집에 와서 아내에게 이 신선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외국은 인권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편이잖아요. ‘모든 사람은 다르다.’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 충분해서......” 라며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해 꽤 긴 시간동안 이야기했던 것이 떠오른다.

15년 정도 휠체어 농구선수로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호주와 일본 등을 수차례 방문했을 때 그 곳에서 생활하며 지내다보면 늘 “장애인들이 살기 좋겠다.”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막연함은 시설이 좋아서, 환경이 아름다워서라기보다는 장애인을 대하는 시민들의 모습에서 느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곳에는 휠체어에 타고 수화로 대화를 하며 흰지팡이로 길을 읽고 범상치 않은 걸음으로 거리를 걸어도 틀리게 보지 않고 다르게 보는 시선이 분명 있었다. 다르게 본다는 것은 긍정적인 시선으로 봐주는 것이고 그 긍정적인 시선은 장애인에게 한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강한 유대감을 심어준다. 그 유대감은 살맛나게 만든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다르게 보지 않고 틀리게 본다. 틀리게 본다는 것은 부정적인 시선으로 본다는 것이고 그 부정적인 시선은 장애인에게 아웃사이더라는 강한 배타심을 심어준다. 그 배타심은 살맛이 없게 만든다.

비단 장애인뿐 아니라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진 많은 사람들에게까지 우리는 ‘틀리다’라는 시선이 아닌 ‘다르다’라는 시선으로 바라봐주고 이해해주는 세상이 되어야한다. 모든 사람이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세상에선 다르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모든 사람이 자연스럽게 세상을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어본다.<강희준 /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앞으로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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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준 headlinejeju@headlineje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