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다시 누워버린 '4.3민중항쟁' 백비...왜?

김석윤 iheadline@hanmail.net      승인 2018.04.04 11:29:00     

[기고] 김석윤 / 사단법인 공공정책연구소 나눔 소장
제주4.3 ‘정명(正名)’과 사회적 합의

1.jpg
▲ 도로 누워버린 백비. <사진=김석윤>
70주년을 맞이하여 정명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제주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기념사업위원회와 민주노총은 지난 3월 31일 침묵하던 백비를 일으켜 세웠다. 국민들 손으로 이름이 새겨진 백비였다. 새겨진 이름은 ‘4‧3민중항쟁’이었다.

그렇게 이름이 새겨진 백비가 지금은 어느 행사장 한 구석에 조용히 누워있다. 국민의 손으로 세워졌으면 당당히 제 자리에 세우고 뿌리를 내리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도로 눕혀논 백비,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진다. 이게 지금의 4‧3진상규명 현실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5·16쿠데타 세력에 의해 꺽인 백조일손 묘비, 비문을 정으로 쪼아 뭉개고 땅에 묻어버린 거창양민학살 추모 위령비도 아니고 국민들 손으로 세운 백비가 눕혀져 있어 안타깝다. 처음부터 눕혀진 백비를 볼 때 보다 더욱 속이 쓰리다.

계기(契機)행사는 특정한 목적으로 특정한 시기에 추진된 행사를 말한다. 4‧3 계기행사도 특정한 시기에 상황을 변화‧발전시키려고 했었다. 계기행사를 통해서 공개추모제가 추진되고, 합동위령제가 탄생하기도 했다. 국민적인 공감을 얻는 확대재생산 시기도 있었다.

물론 계기행사 한번으로 4‧3 진상규명운동 자체가 획기적인 변화를 맞이했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 행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와 갈등이 있었을 것이고, 그 갈등을 조율했던 경험과 후속 연구들이 뒷받침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시기별 주요 의제들이 계기성 행사를 앞두고 수면위로 드러나고 조율되면서 사회적 합의를 거치게 된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 시기 4‧3진상규명운동 과정을 돌이켜 보면 4‧3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들이 충돌하기도 했었다. 흔히 말하는 성격의 문제가 매 시기마다 부딪히고 조정‧봉합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왔다. 화해와 상생이란 말도 그래서 탄생했던 것 같다.

계기행사는 진영 간에 힘의 역학관계가 작동한다. 정치권력 또한 힘의 역학관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변수이기도 하다. 그렇게 봤을 때 이전 정부와 지금의 정부는 다르다. 70주년을 맞이한 제주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대통령은 ‘통곡의 세월을 넘어 화해와 상생의 나라로 나아가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추념사에서는 ‘4·3의 완전한 해결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는 약속도 했다. 지금 4‧3을 둘러싼 힘의 균형, 진상규명에 대한 지지는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서도 층이 넓어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70주년사업을 준비하는 주최 측에서는 정명을 당장 실현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정명을 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시작되어야 한다는 취지일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70주년을 맞이하여 정명 그 자체보다는 정명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눕혀 놓은 백비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무엇보다 정명과 성격규명에 도달하기까지 절차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갈등을 줄이기 위한 연구도 수행되어야 한다. 해외 사례가 있다면 제주에 맞는 모델도 찾아야 한다. 또한 미래에 지역의 자긍심과 자원으로 작용하려면 오늘 현세대의 입장도 존중해야 한다. 과거의 사건으로 끝내지 않고 미래를 위한 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넓게는 한반도에서 발생했던 과거사 관련 사건들과 공통점과 지역적 차별성 논의도 필요할 것이다. 4‧3이 한국현대사의 비극이라면 동일한 시기에 벌어졌던 사건들 또한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기 때문이다.

4‧3이 국민적 지지를 받는 바른 이름을 얻기 위해서는 도민뿐만 아니라 국민 의견도 수용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이렇듯 어려운 고비를 돌아야 4‧3은 제 이름을 찾고 빛을 발할 것으로 여겨진다.

2.jpg
▲ 김석윤 / 사단법인 공공정책연구소 나눔 소장
조급해서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70주년을 계기로 정명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다면 실제 정명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보다 냉철하게 접근해야 한다.

더 이상 백비에 새겨 놓은 이름이 눕혀지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미진한 진상규명 과제와 미래지향적인 담론, 현실적인 여건까지 고려했으면 좋겠다. 올해 4‧3 70주년 계기행사를 평가하면서 보다 정제된 지속가능한 논의 방안이 제시되길 기대한다. <김석윤 / 사단법인 공공정책연구소 나눔 소장>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http://www.headlinejeju.co.kr)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석윤 iheadline@hanmail.net

1개의 의견이 있습니다.
profile photo
공감합니다 2018-04-04 18:03:11    
시의적절한 문제인 듯 합니다. 저 또한 이글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생각의 끝은 역시 지역사회와 전 국가 차원의 4.3 성격을 규정하고 구성원들의 합의가 이뤄지는 수순을 밟아 나가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합니다.
큰틀에서 4.3이 가진 특수성과 비슷한 사건들과의 연계성을 다양한 관점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을 가집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기고하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203.***.***.107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