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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관광지 접근성 좋아졌다는데, 과연 그럴까?

김성호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승인 2018.04.05 10:25:00     

김성호 / 사단법인 제주특별자치도지체장애인협회

장애인 이동권 및 접근성 환경이 예전과 비교해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곳곳에 높은 벽들로 가로막혀 있습니다. 특히 휠체어에 의지하는 지체장애인들은 혼자서 바깥 나들이를 하거나, 공공시설물을 이용하는데도 많은 불편이 뒤따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아직도 개선해야 할 부분들은 많습니다.

<헤드라인제주>는 장애인 이동권과 다양한 사회시설의 접근성 확보 및 권익 옹호를 위해 장애인 당사자 또는 관련 기관 종사자들이 일상에서 혹은 현장에서 겪거나 확인됐던 불편사항들에 대한 개선방안을 모색하고 공유하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지체장애인협회> 회원들의 기고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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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호 제주특별자치도지체장애인협회 이동지원사업부 대리 ⓒ헤드라인제주
들불 축제를 한다고 하길래 아이들을 데리고 구경도 시켜줄 겸, 내가 가지는 못할망정 애들이라도 다녀오라는 심정으로 차를 몰았다. 들불 축제 근처에 다다랐을 때 어디에 사고가 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차들이 도로에 무더기로 세워져 있었고 경찰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다.

샛별 오름 근처에는 차가 지나가기에도 버거울 정도였다. 교통혼잡에 애들은 벌써 진저리가 났는지 가기 싫다고 하였다. 이런 곳에 무슨 장애인 주차장? 장애인 편의시설이 있으랴! 오자고 한 나 자신이 한탄스럽고 애들에게 미안했다.

축제나 행사 시기가 오면 온갖 매체마다 홍보하고 야단법석을 떤다. 그럴 때마다 마음속으로 드는 의문 한 가지, 과연 이곳에 장애인 편의시설은 얼마나 보장되어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못 가는 게 아니고 안 가는 거다!

평소 야외활동과 드라이브를 좋아하는 나는 장애인 동료들과 종종 관광지를 다니곤 한다. 내가 하는 일과도 무관하지 않은 편이어서 관광지를 다니는 일은 더욱 많다. 그러기에 관광지의 장애인편의시설은 더욱 민감하게 와 닿을 수밖에 없다.

얼마 전 동료들과 서커스 구경을 갔다. 뇌병변장애인과 지체장애인 등 4~5명이 장애인주차장을 찾아 주차하고 내렸는데 매표소까지의 거리가 아주 멀었다. 주차장의 맨 끝쪽에 장애인주차장이 있던 것이었다. 더군다나 매표소 앞 계단과 출입구는 경사로라고 있는 게 너무 가팔라서 스멀스멀 화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서커스장 안으로 입장하여 장애인관람석을 찾는데 자리가 너무 구석에 있는게 아닌가? 아니 이래서야 제대로 관람을 할 수 있는가? 누가 시켜서 억지로 만들어 놓은 듯한 장애인 주차장, 경사로, 관람석……. 다시는 오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났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나 한 사람 오지 않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고칠 건 고치고 개선될 건 개선해야 한다고 말하고 또 말해야 한다.

사실 이러한 관광지가 한 두 개가 아니다. 전체적으로 제주도의 많은 관광지가 이러하다. 휠체어 진입로 표시가 있어서 들어가 보면 턱이 하나둘 나타나고 어느 순간 계단이 쫙 펼쳐진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나는 이러한 표시판을 믿지 않는다.

그런데도 관광을 갔던 동료들은 재밌고 즐거웠던지 웃음 한가득하다. 한 후배가 말한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니 고생도 즐겁고 불편한 것도 참을 만하다고,

나는 대답 대신 웃음으로 화답한다.

다음엔 편의시설 잘 갖춰진 그래서 오롯이 관광을 즐기고 힐링할 수 있는 곳으로 함께 하자고 차마 입 밖으로 소리 내지 못한 채 마음속으로만 답한다.

지키지 못하는 약속 같아서 마음 한쪽이 씁쓸하다.

장애인으로 살면서 세상의 모든 것을 마음껏 보고, 자유롭게 듣고, 느낄 기회조차도 선택받아야 하는 건가?

장애인의 관광지 접근성이 좋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먼 일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24조 3항,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의 관광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실제로 형식적으로 설치된 곳이 허다하다.

앞으로 이러한 변화가 시행되어, 입 밖으로 꺼내어 말하지 못한 채 마음속으로만 약속했던 후배, 동료들과 마음껏 관광지를 놀러 가고 싶다. <김성호 / 제주특별자치도지체장애인협회 이동지원사업부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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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1개의 의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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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장 2018-04-13 17:19:14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골탕먹이는 안내표지판.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장애인이 불편함이 없이 관람할 수 있는 내용이네요
18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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