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의 '공행공'展이 진행 중인 옛 황지식당 건물 내부. 사진은 건물 3층 '원심력' 展이 진행 중인 전시공간. ⓒ헤드라인제주 |
제주시 산지천에서 추어탕 맛집으로 유명했던 옛 황지식당 건물(현 코지왓)이 바로 그곳이다. 몇년 전 조성된 김만덕객주터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본 이 건물은 바다와 인접해 있기도 해, 건물 안에서 창문을 통해 밖을 보면 마치 여객선을 탄듯 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 건물에서는 제주특별자치도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공공디자인으로 행복한 공간만들기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기획전은 옛 산지천 일대 주민들의 삶의 공간을 재현한 '원심력' 전과 제주음식을 주제로 한 만화들이 전시된 '탐미생활' 전으로 나뉘어 진행 중이다.
'원심력' 전은 실제로 옛 산지천변 주민들이 살았던 건물 3층 월세방을 무대로 한다. 어두운 색의 목재문을 통과해 이 공간에 처음 들어서면 아늑하다라는 첫 느낌을 받게 된다. 뒤이어 목조 고택 특유의 고아(古雅)함과 시골 할머니댁에서 봤던 것 물건에서 느껴지는 친근함이 공존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의 '공행공'展이 진행 중인 옛 황지식당 건물. 사진은 건물 3층 '원심력' 展이 진행 중인 전시공간의 중앙복도. ⓒ헤드라인제주 |
▲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의 '공행공'展이 진행 중인 옛 황지식당 건물. 사진은 건물 3층 '원심력' 展이 진행 중인 전시공간. ⓒ헤드라인제주 |
중앙 복도를 기준으로 방 다섯 칸과 부엌 한 칸이 전부 전시공간이자 옛 주민들의 손때가 남은 유물이기 때문에 어떤 게 최근에 구입해 배치한 작품이고 어떤 게 실제 유물인지 관찰하며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전시회 설명을 위해 입구에 대기하는 왓집 소속 작가들의 설명을 들으면 이 재미는 배가된다. 혼자서는 찾을 수 없었던 공간의 '디테일'들을 더욱 세밀하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건물에서 발견된 재봉틀대는 실내화를 올려 놓는 선반이 됐고, 지금 봐도 디자인이 범상치 않은 옷장은 영상이 흘러나오는 모니터를 넣어 작은 상영관으로 변모했다. 부속품이 모자란 가구는 물론, 켜지지 않는 전구 한 알, 용처 모를 돌맹이 한덩이를 비롯해 먼지 한 톨까지 허투루 버리지 않은 전시 준비의 세심함 덕택이다.
▲ 재봉틀대를 활용해 만든 실내화 선반. 촬영을 위해 선반 위에 합판을 잠시 치운 상태다. ⓒ헤드라인제주 |
▲ '원심력' 展 전시공간 곳곳에 산지천 지역 주민들의 인터뷰가 채록된 자료가 걸려 있다. ⓒ헤드라인제주 |
전시공간 곳곳에 걸려 있는 주민들의 인터뷰 채록 자료들도 공간에 생동감을 불어 넣는다. 제주에서 결혼을 하려면 혼수 준비를 위해 포목점이 몰려있는 동문시장이 필수코스였다는 이야기, 사람이 몰리는 제주항 인근에서 물물교환을 할 수 있는 장이 섰다는 이야기 등 산지천 일대가 제주의 중심지였을 당시에 있었던 생생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
산지천 일대 지도를 통해 각 지역에 얽힌 주민들의 사연을 소개하는 코너도 눈길을 끈다. 옛날 산지천 주변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며 지금을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해 보는 것 또한 하나의 즐거움이다. 건물 옥상에 오르면 펼쳐지는 산지천 시원한 전경도 백미다. 최소한의 공간으로 옥상까지 연결되는 계단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경사가 가팔라진 '성격 급한' 계단도 전시장 입구에서 사람들을 반긴다.
▲ 옛 산지천변 모습이 담긴 오래된 사진. ⓒ헤드라인제주 |
▲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의 '공행공'展이 진행 중인 옛 황지식당 건물 내부. '원심력' 展이 진행 중인 전시공간 내 부엌에 있는 연탄 아궁이. ⓒ헤드라인제주 |
▲ '원심력' 展이 열리는 전시공간 입구에서 방문객들을 반기는 '성격 급한' 계단. 최소한의 공간으로 옥상까지 길을 연결해야 했기 때문에 경사가 가파르다. ⓒ헤드라인제주 |
오수진 도시재생지원센터 아카이빙팀 총괄은 "처음 이 공간을 봤을 때 굉장히 특이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방치가 살린 보존'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생생한 이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며, "예전에 북적거리고 활기 넘치는 원도심의 느낌과 마음을 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 이 공간에 왔을 때 사람들이 공동생활을 했던 건물이어서 그런지 머리빗, 휠체어, 가스레인지에도 이름이 붙어 있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왓집 소속 작가인 문주현씨는 "우리가 준비한 소품들과 원래 이 공간에 있었던 유물들을 조화롭게 배치해 방문하는 사람들이 하나하나씩 찾아가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게 본래의 목표 중 하나였다"며 "커튼의 패턴 하나에도 신경을 썼다. 그래서인지 물건들을 어디서 구매했냐는 질문을 방문객들로부터 종종 듣는다"고 말했다.
▲ 원래 모습이 사진으로 보존된 3층 부엌. 현재는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해 청소와 물품 정리가 이뤄진 상태다. ⓒ헤드라인제주 |
▲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의 '공행공'展이 진행 중인 옛 황지식당 건물. 사진은 건물 3층 '원심력' 展이 진행 중인 전시공간. ⓒ헤드라인제주 |
▲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의 '공행공'展이 진행 중인 옛 황지식당 건물. 사진은 건물 3층 '원심력' 展이 진행 중인 전시공간. ⓒ헤드라인제주 |
한편, 건물 3층 일부 공간과 2층에서는 '탐미생활'전이 진행 중이다.
이 전시에는 제주 향토음식과 제주살이에 관한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는 5년차 제주도민 정우열(필명 올드독) 작가와 도시살이를 정리하고 제주도 중산간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김연수(필명 연돌)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오메기떡이 사실은 오메기떡이 아닌 이야기'에서부터 고기국수, 하귤에 얽히 작가의 이야기까지 정우열 작가 특유의 센스가 가미된 재미있는 만화들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동백지름'을 내서 소주병에 보관하는 제주의 일상생활 등을 생소한 관점에서 만화로 그린 김연수 작가의 세심하고 따뜻한 만화 작품도 볼 수 있다.
한편, 이번 기획전은 오는 12일까지 운영된다. 개관 시간은 낮 12시부터 5시로 옛 황지식당 건물(제주시 임항로 57)에서 열린다. <헤드라인제주>
▲ '탐미생활' 展에 전시된 김수연 작가의 만화작품. ⓒ헤드라인제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