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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봐야 더 즐겁다" 옛 황지식당에 재현된 '신도시 산지천'

신동원 기자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승인 2018.07.08 16:08:00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 산지천 추억 살린 '공행공' 展 개최
연탄아궁이.재봉틀대, 손때 묻은 소품으로 본 산지천의 '그때 그당시'
소주병에 담긴 '동백지름' 등 제주음식.생활 그린 만화 작품 전시

▲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의 '공행공'展이 진행 중인 옛 황지식당 건물 내부. 사진은 건물 3층 '원심력' 展이 진행 중인 전시공간. ⓒ헤드라인제주
수십년 전 제주도 중심지로서의 활력 넘치던 옛 산지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제주시 산지천에서 추어탕 맛집으로 유명했던 옛 황지식당 건물(현 코지왓)이 바로 그곳이다. 몇년 전 조성된 김만덕객주터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본 이 건물은 바다와 인접해 있기도 해, 건물 안에서 창문을 통해 밖을 보면 마치 여객선을 탄듯 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 건물에서는 제주특별자치도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공공디자인으로 행복한 공간만들기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기획전은 옛 산지천 일대 주민들의 삶의 공간을 재현한 '원심력' 전과 제주음식을 주제로 한 만화들이 전시된 '탐미생활' 전으로 나뉘어 진행 중이다.

'원심력' 전은 실제로 옛 산지천변 주민들이 살았던 건물 3층 월세방을 무대로 한다. 어두운 색의 목재문을 통과해 이 공간에 처음 들어서면 아늑하다라는 첫 느낌을 받게 된다. 뒤이어 목조 고택 특유의 고아(古雅)함과 시골 할머니댁에서 봤던 것 물건에서 느껴지는 친근함이 공존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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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의 '공행공'展이 진행 중인 옛 황지식당 건물. 사진은 건물 3층 '원심력' 展이 진행 중인 전시공간의 중앙복도. ⓒ헤드라인제주
▲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의 '공행공'展이 진행 중인 옛 황지식당 건물. 사진은 건물 3층 '원심력' 展이 진행 중인 전시공간. ⓒ헤드라인제주

중앙 복도를 기준으로 방 다섯 칸과 부엌 한 칸이 전부 전시공간이자 옛 주민들의 손때가 남은 유물이기 때문에 어떤 게 최근에 구입해 배치한 작품이고 어떤 게 실제 유물인지 관찰하며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전시회 설명을 위해 입구에 대기하는 왓집 소속 작가들의 설명을 들으면 이 재미는 배가된다. 혼자서는 찾을 수 없었던 공간의 '디테일'들을 더욱 세밀하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건물에서 발견된 재봉틀대는 실내화를 올려 놓는 선반이 됐고, 지금 봐도 디자인이 범상치 않은 옷장은 영상이 흘러나오는 모니터를 넣어 작은 상영관으로 변모했다. 부속품이 모자란 가구는 물론, 켜지지 않는 전구 한 알, 용처 모를 돌맹이 한덩이를 비롯해 먼지 한 톨까지 허투루 버리지 않은 전시 준비의 세심함 덕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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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봉틀대를 활용해 만든 실내화 선반. 촬영을 위해 선반 위에 합판을 잠시 치운 상태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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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심력' 展 전시공간 곳곳에 산지천 지역 주민들의 인터뷰가 채록된 자료가 걸려 있다. ⓒ헤드라인제주

전시공간 곳곳에 걸려 있는 주민들의 인터뷰 채록 자료들도 공간에 생동감을 불어 넣는다. 제주에서 결혼을 하려면 혼수 준비를 위해 포목점이 몰려있는 동문시장이 필수코스였다는 이야기, 사람이 몰리는 제주항 인근에서 물물교환을 할 수 있는 장이 섰다는 이야기 등 산지천 일대가 제주의 중심지였을 당시에 있었던 생생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

산지천 일대 지도를 통해 각 지역에 얽힌 주민들의 사연을 소개하는 코너도 눈길을 끈다. 옛날 산지천 주변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며 지금을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해 보는 것 또한 하나의 즐거움이다. 건물 옥상에 오르면 펼쳐지는 산지천 시원한 전경도 백미다. 최소한의 공간으로 옥상까지 연결되는 계단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경사가 가팔라진 '성격 급한' 계단도 전시장 입구에서 사람들을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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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산지천변 모습이 담긴 오래된 사진.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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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의 '공행공'展이 진행 중인 옛 황지식당 건물 내부. '원심력' 展이 진행 중인 전시공간 내 부엌에 있는 연탄 아궁이.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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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심력' 展이 열리는 전시공간 입구에서 방문객들을 반기는 '성격 급한' 계단. 최소한의 공간으로 옥상까지 길을 연결해야 했기 때문에 경사가 가파르다. ⓒ헤드라인제주

오수진 도시재생지원센터 아카이빙팀 총괄은 "처음 이 공간을 봤을 때 굉장히 특이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방치가 살린 보존'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생생한 이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며, "예전에 북적거리고 활기 넘치는 원도심의 느낌과 마음을 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 이 공간에 왔을 때 사람들이 공동생활을 했던 건물이어서 그런지 머리빗, 휠체어, 가스레인지에도 이름이 붙어 있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왓집 소속 작가인 문주현씨는 "우리가 준비한 소품들과 원래 이 공간에 있었던 유물들을 조화롭게 배치해 방문하는 사람들이 하나하나씩 찾아가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게 본래의 목표 중 하나였다"며 "커튼의 패턴 하나에도 신경을 썼다. 그래서인지 물건들을 어디서 구매했냐는 질문을 방문객들로부터 종종 듣는다"고 말했다.

▲ 원래 모습이 사진으로 보존된 3층 부엌. 현재는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해 청소와 물품 정리가 이뤄진 상태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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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의 '공행공'展이 진행 중인 옛 황지식당 건물. 사진은 건물 3층 '원심력' 展이 진행 중인 전시공간.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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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의 '공행공'展이 진행 중인 옛 황지식당 건물. 사진은 건물 3층 '원심력' 展이 진행 중인 전시공간. ⓒ헤드라인제주

한편, 건물 3층 일부 공간과 2층에서는 '탐미생활'전이 진행 중이다.

이 전시에는 제주 향토음식과 제주살이에 관한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는 5년차 제주도민 정우열(필명 올드독) 작가와 도시살이를 정리하고 제주도 중산간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김연수(필명 연돌)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오메기떡이 사실은 오메기떡이 아닌 이야기'에서부터 고기국수, 하귤에 얽히 작가의 이야기까지 정우열 작가 특유의 센스가 가미된 재미있는 만화들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동백지름'을 내서 소주병에 보관하는 제주의 일상생활 등을 생소한 관점에서 만화로 그린 김연수 작가의 세심하고 따뜻한 만화 작품도 볼 수 있다. 

한편, 이번 기획전은 오는 12일까지 운영된다. 개관 시간은 낮 12시부터 5시로 옛 황지식당 건물(제주시 임항로 57)에서 열린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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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미생활' 展에 전시된 김수연 작가의 만화작품.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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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원 기자 headlinejeju@headlineje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