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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선생님'의 생각, "교육현실 정말 안타깝죠"

조승원 기자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승인 2011.01.05 10:08:13     

[인터뷰] 강동수 신임 전교조 제주지부장의 교육현안 '다른 목소리'
"정당후원 교사 징계, 말도 안되는 소리"... "교권 실추는 '소통'이 문제"

82학번으로 제주대학교 사범대학 생물교육과에 입학해 생물교사를 꿈꾸던 새내기는 당시 정부와 '졸업과 동시에 교사로써 재직'이란 약속에 합의했다.

이듬해인 1983년 제주대 학생 30여 명을 중심으로 '화순 자유항' 설치 반대투쟁이 일어났다. 1985년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나자, 군사독재에 항거하며 '운동'은 더욱 격렬해졌다.

1987년 졸업과 함께 생물교사를 바랐던 새내기의 꿈은 '운동'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산산이 부숴졌다.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 정부와의 약속도 산산조각나버렸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2002년 끝내 꿈은 이루어졌다. 교사라는 꿈 앞에 좌절할 수 밖에 없었던 '동지'들이 지금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결성하며 일궈낸 결과였다.

   
강동수 전교조 제주지부장. <헤드라인제주>

그리고 그 가운데 올해부터 앞으로 2년 간 전교조 제주지부를 이끌어 갈 강동수 지부장(47)이 있었다.

새해를 맞은 3일 오후 전교조 제주지부 사무실에서 신임 지부장으로서의 포부, 그리고 제주교육 현안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 '운동권' 전력으로 교사 임용 제외...15년의 공백

신창중학교에서 과학 교사로 재직 중인 강 지부장은 2002년 임용된 늦깍이 교사다. 82학번으로 1987년도에 대학을 졸업했지만, 15년의 긴 공백기를 보냈다.

15년이라는 공백기를 겪을 수 밖에 없었던데는 혈기왕성한 대학 새내기 시절, 학생운동에 가담했던 전력 때문이었다.

"1983년도에 처음으로 학생운동에 몸을 담았었습니다. 화순 자유항 설치 반대투쟁이었죠. 함께했던 친구들이 30명 정도 있었는데, 당시에는 학생운동이 격렬하진 않았어요. 1985년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나자 제주에서도 점점 활성화되기 시작했습니다."

학생운동으로 대학 시절을 보내고, 졸업이 가까워지자 그는 그가 당연히 교단에 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당시만 해도 사범대학이나 교육대학에 입학하면 졸업과 동시에 교단에 설 수 있고, 서야 한다는 약속을 정부와 학생 간 맺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1987년 지금 전교조의 전신인 전국교사협의회가 결성되면서 문교부(지금의 교육과학기술부)는 각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발송했다. 모든 교원 임용 예정자를 대상으로 '보안심사'를 실시하도록.

"보안심사 결과, 공무원법에 부적격하다는 결론이 내려졌어요. 운동에 참여했기 때문에 '사상이 불온한 자'로 분류돼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임용 명부에서 제외됐었습니다."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침해 받은 강 지부장은 전국에서 같은 뜻을 가진 '동지'들과 한데 모였고, '권리를 되찾자'는 일념으로 투쟁에 돌입했다.

"과거 정부가 잘못했던 것을 현 정부라도 책임을 져야하는 것 아니냐"는 이들의 외침은 마침내 2001년 결실을 맺었고, 이듬해인 2002년 강 지부장은 '사상이 불온한 자'의 낙인을 벗고 중등교사로 임용됐다.

# "학교에선 좋은 선생님, 재미있는 사람"

중등교사로 교단에 섰지만, 운동권의 기조만은 놓지 않았다.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지역현안에 앞장서 일을 해 왔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민주노총 제주본부 부본부장과 전교조 제주지부 대외협력위원장을 지냈고, 지난해에는 제주시중등서부지회 부지회장과 연대사업국장을 맡아 활동해 왔다.

"지금 제주에서 시민사회단체에 있는 사람들은 대학 시절, 함께 운동했던 사람들이라서 얼굴도 낯익고 서로 아는 관계에 있습니다. 전교조에 속해 있으면서도 교육문제보다는 그들과 함께 지역현안에 대한 연대사업을 주로 했었습니다."

도정과 정부에 쓴소리를 전하던 '무서운' 시민운동가이지만, 학교에서는 '좋은' 선생님이라고. "애들은 저를 잘해주는 선생님, 재미있는 사람으로 보고 있다고 하더군요."

# "정당후원 교사 징계, 말도 안되는 이야기"

시민운동가로서의 정신과, 학교 현장에서의 경험으로 무장한 강 지부장은 지금 제주의 교육 현안들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우선, 정당후원 전교조 교사에 대한 교육당국의 징계 건. 지난해 교사 2명에 대한 징계의결이 소집됐을 때도 전교조는 선봉에 서서 징계의 부당함을 주창했다.

지난 10월 제주도교육청이 이들 교사에 대한 징계 의결을 위해 징계위원회를 소집했을 때, 강 지부장은 쌀쌀한 가을 날씨 속에서도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사진은 지난 10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는 강동수 전교조 제주지부장. <헤드라인제주DB>

"정당에 후원금을 내는 것이 잘못됐다는 그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봅니다. 사람들 모르게 은근슬쩍 거액의 뒷돈을 건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압니다. 그런데 전교조는 떳떳하고 깨끗하게 5천원, 1만원의 후원금을 낸 것인데 문제 삼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공무원법 상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가 있다는데는 동의하지만, 법원 판결 이전에 제주도교육청이 앞서 징계를 내리려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문제가 된 후원금 액수에 대해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정당을 후원하기 위해 '성의'를 표시한 것인데 징계 운운한다는 것에 난감을 표했다.

"해임, 파면 등의 징계가 내려지면 당장 실직자가 됩니다. 심하게 말하면 사람 목숨 가지고 장난하는 것과 다름 아닌 겁니다. 양심적으로 후원한 것에 대해 법원 판결 이전에 징계를 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죠. 계속 싸울겁니다."

# "제학력갖추기 평가, 필요 없는 시험...짜증"

지난해 말 도의회 예산심사에서 예산이 삭감됐다가, 논란 끝에 삭감분이 되살아난 '제학력갖추기 평가'.

이 평가에 대해서는 "짜증난다"는 말로 모든 것을 대신했다. "제주도 판 일제고사입니다. 시험을 출제해야 하는 교사도 편치 않지만, 아이들은 엄청 짜증을 냅니다. 1년 내내 계속해서 쉴세 없이 시험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죠. 시험 문제를 읽지 않고 답안지만 써서 내는 학생도 허다 합니다."

경쟁을 시켜야만 학력이 올라갈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문제라는 강 지부장.

제학력갖추기 평가를 제외하고라도 충분히 많은 시험이 치러지고, 과당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데 굳이 제학력 평가를 봐야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나 조금 뒤처지는 학생이나 함께 이끌고 가야하는 게 교사입니다. 서로 돕고, 배려하고, 이해하며, 협동하는 가운데 같이 살아가는 것을 가르치는 게 교육이구요. 그런데 정부에서는 경쟁 논리로 교사에게 '줄 세우기'만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 "교권 실추는 '소통의 부재' 때문"

   
<헤드라인제주>와 인터뷰를 갖고 있는 강동수 지부장. <헤드라인제주>
최근 들어 매스컴에서 부쩍 많이 보도되고 있는 '교권 실추'와 관련해서는, '소통의 부재' 때문이라고 했다. 그와 같은 상황을 과장해 보도하는 언론도 문제라고 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선생이 학생을 체벌하고, 학생이 선생에게 반항하는 것은 옛날부터 있어 왔습니다. 경기도에서 제정된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 실추가 일어났다는 말이 있죠. 물론, 조례가 제정되고 체벌이 금지되면서 교사들이 당황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들을 과장되게 보도하는 언론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언론도 문제거니와, 더 큰 문제는 학생과 교사 간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

체벌을 가하면 반발하는 학생과, 수긍하는 학생이 있다고 했다. 전자는 "왜 때려요?", 후자는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반응의 차이다.

"실제 저에게 대드는 학생을 대했을 때 업무가 끝난 뒤 한참을 생각했어요. 뭐가 문제였을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학생 개인마다 지니고 있는 장.단점을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모자라다는 것이었습니다. 고민의 결과에 대해 학생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데, 학교 현장에서는 불가능한 게 현실입니다."

학생과 교사 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면 굳이 체벌을 하지 않아도 되고, 학생 인권이니, 교권 실추니 하는 것들이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란 말이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과도한 잡무, 그리고 교사들의 업무를 편하게 만들기 위해 도입된 각종 '시스템'들로 인해 대화를 나눌 여유가 없다고 했다.

"에듀파인회계시스템, 나이스전산망, 그린마일리지 등등 교사들은 컴퓨터 쳐다보기 바쁩니다. 공문 내려오면 그것도 처리해야 하고, 갈수록 바빠지고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렸지만, 시험도 너무 많아서 시험철이 다가오면 시험 출제도 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과 대화를 나누기란 불가능에 가깝죠."

'교권 실추'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시작한 질문이었지만 문제는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대안은 없을까?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대안은 교사를 많이 뽑는 것입니다. 학교에 시스템들이 도입되면서 인력이 감소됐는데, 오히려 더 많은 인력이 시스템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교사를 많이 뽑으면 학급당 학생 수도 줄어들 게 되고, 그러면 자연스레 대화를 나눌 시간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교육당국과 정부는 언제나 예산 타령만 하고 있다"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 "고입제도 개선...전교조 자체 토론 통해 해소방안 모색"

고입제도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고교 평준화를 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평준화가 이뤄지지 않은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제주시내 인문계고로 너무 많은 학생들이 몰려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고 했다.

"육지에서는 중3 학생 80%가 인문계고에 진학할 수 있어 고입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제주에서는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그들의 자녀가 인문계고에 지원하기를 바라고, 학교들은 그 학생들을 모두 받아줄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제주에서 원하는 인문계고에 들어가려면 남들보다 공부를 잘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학원비, 과외비 등 과도한 사교육비가 지출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그들대로 지쳐가고 어린 나이에 경쟁의 쓴 맛을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소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전교조 제주지부 나름의 방안을 찾기 위해 토론회를 하고 있습니다. 고입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전교조 내부에서도 입장차가 있을 수 있어 이를 정리해보고, 조만간 대안을 내놓겠습니다."

# "대안 없는 비판 인정...정책역량 강화해 비난 씻겠다"

강 지부장이 앞서 얘기한 것처럼 전교조와 교육 당국은 정책 하나하나마다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대안 없는 비판'만을 내놓는다는 비난을 받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부분에 있어 강 지부장도 공감하면서, '정책역량 강화'를 통해 이같은 비난을 면하겠다고 했다.

"대안 없는 비판, 맞는 말입니다. 그래서 전교조 제주지부에서는 이런 비난을 면하기 위해 정책역량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고입제도나 국제학교 등 장기적 계획에 대해 각 계획마다 전담팀을 꾸려 제주현실에 맞는 대안을 찾겠습니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각 전담팀의 소속원을 모집하고 있다. 전담팀을 어떻게 구성할지도 고민 중이다. "이 작업이 잘 되면 제주교육의 발전을 위한 전망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즐겁고 믿을 수 있는 교육환경 조성에 노력"

   
강동수 전교조 제주지부장. <헤드라인제주>
전교조의 마크에는 '참교육'이란 단어가 선명하게 박혀 있다.

강 지부장이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써 생각하는 참교육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제주교육을 '참교육'으로 이끌겠다는 전교조 제주지부는 앞으로 2년 간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까?

"아이들은 경쟁만 일삼고 있고, 교사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학부모에게서는 불신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게 지금의 교육 현실입니다. 반대로 가고 있죠."

풀지 못할 악순환이지만, 풀지 못할 것도 없다고 자신했다.

"아이들은 즐겁게 배워야 하고, 교사들은 거기에서 보람을 느껴야 합니다. 학부모들은 흐뭇함을 느껴야 하고요. 전교조 제주지부는 앞으로 제주에서 이러한 교육환경을 만들어 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의 말처럼 사실 제주교육은 교육청 당국 뿐만 아니라 학생, 학부모 등 교육 수요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교육 당국과 전교조의 사이에도 교육 수요자가 놓여있다. 이 '삼각관계'가 발전적이고 진취적인 방향으로 함께 나아갈 때 제주교육 또한 발전할 수 있다. 삼각관계의 한 점인 전교조가 그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 지 주변의 기대가 크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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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원 기자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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