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건설문제를 놓고 제주사회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17일 공식적 회의를 마무리한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용역 재조사 검토위원회(위원장 강영진)에서도 단일화된 최종 의견서 채택이 불발됐다.
대신, 찬성측과 반대측 검토위원, 그리고 위원장 입장 등 3개의 권고안이 제시됐는데, 이의 내용에 있어서도 찬반 양측이 상반된 입장을 내놓았다.
찬성측은 제2공항 입지선정 과정에 대해 "문제없음"을 주장한 반면, 반대측 검토위원들은 "심각한 문제 확인"을 주장하며 전면 재검토와 함께 공론조사를 통한 최종 결정을 강력히 권고했다.
검토위원회는 이날 오전 김포공항에 있는 한국공항공사 사무실에서 5차 회의를 열고 그동안 이뤄진 재검증 결과 내용을 토대로 최종 의견서를 정리하고, 의혹 쟁점들에 대한 최종 검토의견에 대해 조율했다.
그러나 검토위원회 위원이 찬성측과 반대측 추천 동수(同數)로 구성돼 있는데다, 그동안 제기됐던 쟁점 의혹들에 대해 찬반양측의 입장이 상반돼 합의점 도출에 진통이 이어졌다.
'공론화 절차' 이행 부분을 권고안에 넣는 것을 두고 막바지 대립이 이어졌는데, 국토부는 도민여론 수렴과 최소한의 검증을 통해 갈등을 해결해 나가자는 위원장의 권고 의견도 거부하면서 단일안 채택이 무산됐다.
결국 대책위(반대측) 측 안, 정부측 안, 그리고 국토부측 추천위원인 강영진 위원장의 중재안 등 3개 안을 모두 적시하는 것으로 해 회의는 마무리됐다.
◆ 정부측 "입지선정 문제없고 타당...입지변경 이유 없어"
우선 국토부 추천 정부측 검토위원들은 제2공항 입지선정 과정에 문제가 없고, 성산 제2공항 대안은 적절해 입지를 변경할 이유가 없다면서 타당하다는 공식적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절차와 과정에 문제 없음', '성산 제2공항 대안 적절'로 귀결된 작년 12월 도출된 타당성 재조사 용역 결론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특히 "타당성 재조사 연구진이 입지선정 과정 전반을 검토한 결과 입지를 변경할 이유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추가 제기되는 쟁점사항에 대해서도 정부측 위원들은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총 36개 주제, 88쪽에 걸쳐 충분한 전문적 입장을 전달했다"며 "다만, 검토위원회를 통해 쟁점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진행했으나 제2공항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는 만큼, 향후 사업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론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별도 언급하지 않았다.
◆ 대책위측 "대안선정.입지평가 많은 문제...'공론화' 권고"
반면, 성산읍 반대대책위측 추천 검토위원들은 제2공항 건설과정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비롯해, 대안 선정 및 입지평가 과정의 많은 문제가 확인됐다며, 갈등문제 해결을 위해 '공론화 절차'를 이행할 것을 강력 촉구했다.
'문제없음'으로 확인됐다는 정부측 검토위원들의 주장과는 상반된 내용이다.
대책위측 검토위원들은 권고안을 통해 "제2공항 추진을 둘러싼 갈등은 공항 확충의 대안과 입지 선정 과정에서 피해지역 주민과 제주도민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참여 절차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임을 확인한다"면서 결정과정에서 '절차적 민주성'이 훼손됐음을 지적했다.
또 이번 검토위 활동과 관련해서는 "피해지역 주민과 시민단체에서 제기해온 쟁점을 포함해 제주 공항시설 확충의 필요성과 규모, 확충 대안 검토의 적정성, 평가방법과 주요 후보지 평가의 공정성과 타당성에 관련된 다수의 쟁점을 발굴하고 검토했으나 다수의 쟁점에서 의문을 해소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전타당성 검토는 단순한 수요예측에만 근거해 2045년 4500만명의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확충대안만을 검토했다"면서 "그러나 검토위원회에서는 교통체증, 쓰레기와 오수처리 문제, 환경과 경관 훼손, 지가폭등 등 과잉관광과 난개발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는 현실에서 제주의 환경.사회적 수용력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공항 확충의 적정규모에 대해 검토했고, 공항 확충 규모와 대안을 산정하기 위한 전제로 이에 대한 조사연구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또 사전타당성 조사 연구과제는 △기존공항 확장 △신공항 건설(기존공항 폐쇄) △기존공항 활용+제2공항 건설의 3개 대안을 비교.검토해 최적대안을 도출하는 것이었으나 기존공항 장 대안과 신공항 건설 대안에 대해서는 충실하고 공정한 검토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제주공항 확장 대안과 관련해 과업지시서에 따라 하도급 형태로 참여해 과업을 분담 수행한 공신력 있는 외국기관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현 공항의 보조활주로를 교차활주로로 활용하면 국토부가 제시한 장기수요를 처리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면밀한 검토 과정 없이 기각되고 보고서에 누락됐다"고 주장했다.
도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진이 자체 검토한 기존공항 확장 대안들도 검토 단계에서 기각되고 검토 내용조차 보고서에 수록하지 않음으로써 법적인 절차인 예비타당성 검토 단계에서 선택가능한 대안을 제약해 버렸다"고 강조했다.
최초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대안 비교.검토부터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설사 사전타당성 검토 당시 수요예측(4500만 명)과 평균 탑승객 수(153명)에 근거해 기존공항의 근접활주로 신설 대안과 보조활주로 활용(연장) 대안이 요구되는 용량(연간 29.9천회, 시간당 63회 운항)을 충족할 수 없다는 연구진의 판단에 일리가 있었다 하더라도, 현 시점에서는 달라진 수요예측(4천만 내외)과 평균 탑승객 수(170명)를 고려한 확충 규모(연간 24만 회 내외, 시간당 50~51회 운항)에 부합하는 확충 대안을 재검토하는 것이 '사정변경의 원칙'을 적용한 올바른 정책결정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2공항 입지 선정 평가와 관련해서도 논란이 된 여러 쟁점이 해소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사전타당성 검토는 철새도래지를 평가기준에 포함시키지 않았고 동굴조사를 위한 정밀 지반조사도 하지 않았다"며 "성산 후보지 군공역 중첩을 평가에서 누락하고 안개일수를 잘못 산정했다"고 지적했다.
또 "신도 후보지의 경우 소음 피해가 많고 오름 절취가 불가피한 위치에 활주로를 배치했고, 평가 도중에 다시 신도2 활주로 위치를 다시 변경해 소음과 환경성 평가가 크게 나빠졌다"면서 "신도2 후보지의 활주로 위치 이동과 성산 후보지 군공역 중첩 누락으로 최종 순위(후보지)가 바뀌게 됐다는 지적에 대해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진과 재조사 연구진은 납득할 만한 데이터와 논리에 근거해 논란을 해소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러한 사실을 종합할 때 검토위원회는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의 결과를 근거로 성산 제2공항을 추진하는 것은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면서 "공항 확충 규모와 대안을 포함해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문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제2공항 추진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검토위원회 구성 과정에서의 국토부와 주민대책위 간 협의 내용과 당정협의 및 제주도의회의 결의에 반영된 도민공론화를 통해 공항 확충의 기본방향에 대한 제주도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토부와 대책위 양측 모두에 도민공론화를 통한 제2공항 갈등 해결 방안을 협의하고 협조해 나갈 것을 권고한다"며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의회 등 제주도민의 대표기관이 책임있는 주체로 나서서 합리적, 객관적 방법과 절차를 통해 도민공론화를 추진해 나갈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 강영진 위원장 "추가 검증 필요...도민 의견수렴 나서라"
반면, 강영진 위원장은 별도 중재 권고안을 통해 추가적인 검증작업이 필요함을 강조함과 동시에, 제주도정에 공정하고 충실한 제주도민 의견수렴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사실상 '공론화 절차' 진행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강 위원장은 권고안을 통해 "제2공항 갈등이 시작된 후 근 3년간 대립상태를 지속해왔던 양측은 검토위 회의와 공개토론회 석상에서 처음으로 마주앉아 대화와 토론, 사실확인을 통해 문제 해결을 모색해왔다는 점에서 대단히 의미있는 과정이었다고 본다"며 그 결과, 일부 사안에 대해 의혹을 해소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쟁점을 더욱 구체화하는 등 성과도 적지 않았다"고 피력했다.
그는 "그러나,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에서 시한을 맞아 활동을 종료하게 됐다"면서 "당초 기대했던 결실을 거두지 못한 채 검토위 활동을 매듭짓게 된 데 대해 제주도민과 국민 여러분들께 대단히 송구하고 안타까운 심경"이라고 전했다.
이어 "제주 제2공항 문제는 정부의 주요 현안임과 동시에 제주사회의 가장 큰 갈등과제"라며 "검토위 활동이 종료된 이후에도 상호 협의를 통해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법으로 갈등을 매듭짓기 위한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논란과 갈등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제주도민의 여론수렴 진행을 권고했다.
그는 "제2공항 문제는 제주도의 미래와 도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지난 2월 당정협의 결과대로, 합리적.객관적 절차에 의해 제주도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존중해 정책결정에 충실히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공정하고 충실한 여론수렴을 위해 국토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도의회 등 관계 당국과 언론, 사회단체와 도민들이 적극 나서줄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이어 "도민 여론수렴이 충실히 이뤄지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도민들이 제2공항 문제에 대해 제대로 알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라며 "도민들에게 관련된 정보를 충분하고 균형있게 제공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설명회, 토론회, 간담회, 언론보도, 방송토론 등 다양한 형태로 정보제공 및 논의의 장을 활발하게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 "도민 여론수렴과 함께 꼭 필요한 것은 주요 쟁점사안에 대한 엄밀한 검토와 사실확인 작업"이라며 "특히, 그간 핵심 이슈가 돼온 공항인프라 확충방안과 관련, 기존 제주공항 확장으로 가능할지 아니면 그로는 부족하고 제2공항 건설이 불가피한지 하는 점은 양측간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으며, 이에 대한 명확한 사실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문제는, ADPI(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 보고서에 제시된 기존 공항 확충방안의 타당성과 현실성에 대한 검증작업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전제, "따라서 국토부 또는 제주도에서 주도적으로 나서서 ADPI 연구진의 협조 하에 이에 대한 검증작업을 해주실 것을 요청한다"면서 "이는 도민들의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원희룡 지사에 대해서는 '위민'의 마음으로 찬반의견을 두루 수렴할 것을 호소했다.
강 위원장은 "제2공항 문제는 기본적으로 제주도민의 문제이기 때문에 찬성하는 이들도, 반대하는 이들도, 모두 함께 살아가야 할 제주도민들로, 제주도지사와 도정에게 모두 똑같은 위민(爲民)의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도지사께서 찬-반 양측 도민들이 처한 상황과 희망을 두루헤아리며 탁월한 조정력을 발휘해 모두가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데 앞장서달라고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 검토위원회 권고안도 찬반 입장...원희룡 도정 입장은?
한편, 지난 4월 활동을 재개한 검토위원회는 이번 5차 회의까지 포함해 5번의 회의와 3번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검토위원회는 당초 입지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 규명을 위해 지난해 구성돼 운영됐으나, 지난해 12월 국토부에 의해 파행적으로 종료됐다.
이어 올해 2월 더불어민주당과 국토부의 당정협의를 통해 검토위 활동을 2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하면서 이번에 재가동이 이뤄졌다.
그러나 검토위원회 내부 찬반측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결국 권고안도 찬반 2개안으로 제시되는 상황이 이르렀다.
정부측 검토위원을 제외한 대책위측 및 위원장 입장은 결론적으로 '공론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번 권고안에 대해 원희룡 제주도정이 어떤 입장을 밝힐지가 주목된다.
국토부는 이 검토위원회 활동결과와 상관없이 제2공항 건설을 전제로 해 추진해 온 기본계획 수립 용역이 마무리됨에 따라 오는 19일 최종보고회를 개최하기로 해, 반대주민들과 또 한차례 충돌이 우려된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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