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방학이다. 그것도 나의 마지막 방학.
2007년 3월,
첫날 수업을 들으면서 생각했던 것은 내가 과연 이 학교를 졸업할 수 있을까? 하는 것. 그리고 '제발 낙제만 안 받게 해주세요!~~' 하고 속으로 기도를 드린 것이 어제만 같다.
그런데 벌써 2011년 6월, 기말고사가 끝나고 드디어 방학이 되었다.
"아무리 못해도 졸지는 말아야지!~" 하던 결심과는 다르게 뭐 시시때때로 졸고,
"언제면 이 지겨운 시간이 끝나고 벨이 울리려나?" 요런 네가지 없는 심보를 꾹꾹 눌러가며, 커피를 바가지로 마시다시피 하건만 결국은 졸고 있다가 내가 나에게 놀라 파드득, 깨기도 해서 괜히 민망하기도 했던 시간들.
성적과는 무관하게 괜히 모범생인 척, 집과 학교 두 점 사이만을 드나들던 나의 다람쥐 쳇바퀴 돌던 시간도 이제 2011년 6월 학기로 끝이 났다.
이제 뭘 할까?
막상 마지막 방학이 되고 졸업학기를 마치고나자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단지, 막연하게 마지막 방학을 그냥 보내면 너무 아쉬울 것 같은 느낌만 가득할 뿐.
수업과제에 기말시험 마무리에 정신없이 6월을 보내는 와중에도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건수를 만들기 위해 사뭇 고민을 해본다.
그렇게 기웃거리다 만나게 된 나의 마지막 방학이벤트 두개.
앗싸!
학교에서 발송된 메일에서 만난 제주도 장애인대학생 취업연수 프로그램. 그리고 서울에서 열리는 대학생의회아카데미.
우선은 장애인대학생 취업연수프로그램에 신청서를 냈다.
장애인학생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장애인시설을 위주로 하는 연수프로그램이라고 되어 있다.
장애인시설에 가면 중증의 장애인이 무엇을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도 들고, 걱정도 되었지만 그래도 우선은 새로운 곳에서 얻게 되는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에 이제는 조금씩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하고 있는 지라 무척이나 기대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이벤트.
서울, 여의도에 있는 국회의 사무처에서 주관하는 대학생의회아카데미. 이것은 정말 용기와 함께 몇 달 동안을 생활고에 시달릴 각오를 해야만 하는 이벤트.
서울이라는 곳을 제주도에서 가는 것에서부터 숙소에, 차량에, 중증의 장애인이 외출을 하고, 여행을 한다는 것은 어지간한 각오 없이는 어려운 것이 아직은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사실 두렵고 겁이 난다.
혼자서 어디를 다녀본 적이 거의 없는 터라 우선은 두렵다. 그리고 다녀야 하는 여러 가지 불편들은 장애인이라면 누구나가 겪을 수밖에 없는 것들이 줄줄이 고개를 든다.
숙소도 우선은 불편할 것이고, 교통편 역시 어찌해야 할지? 식사는 또 어떤가.
하나하나 불편한 것들을 찾다보면 '어딘가로 떠나자!~~'하고 가방하나 메고 터벅터벅 다닐 수 있는 비장애인친구들이 얼마나 부러운지.
방학을 이용해 '배낭여행을 갔었네, 기차여행을 갔었네' 하는 말들을 곁에서 들을 때면 어린아이가 사탕을 문 친구를 바라볼 때처럼 나도 모르게 침을 질질~ 흘리며 듣고 있고는 했으니 말이다.
나에게도 그런 시간이 올까? 언제나 그런 조금은 외롭고 쓸쓸한 그리고 부러운 마음만 가득 가슴에 담게 되는 어떤 그리움이 늘 내 가슴속을 둥둥 떠오르게 했었는데...
'설마, 아무리 그래도 그 넓고 큰 서울에서 잘 곳없고, 먹을 데 없을까? 가자!~ 가!~'
'내가 살면서 누릴 수 있는 마지막 호사가 될 수도 있을 테니 한번 가보자!'
이렇게 무모하게 나의 서울여행을 위한 결심을 하게 되었다.
수업을 같이 듣게 되면서 알게 된 친구에게 살짝, 귀띔을 했더니 "네!~ 좋죠. 가요 셈!~" 하고 흔쾌한 승낙을 해주는 게 아닌가!~
'서울, 서울, 서울 아름다운 이 거리~~' 옛날 옛적 조용필아저씨가 부른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진다.
그래. 서울은 뭔가 다를 거야. 저상버스나 장애인콜택시도 많고, 지하철도 이용하기 편하다고 했으니 다니는 데야 뭐 크게 문제는 없을 테고, 가장 고민되는 것이 숙소다.
날로 발전해나가는 우리나라는 어딜 가나 하늘 높은 줄을 모르고 올라만 가는 빌딩들과 하늘을 나는 듯이 느껴지는 고가도로들, 그리고 뻥뻥 뚫리는 도로들이 세계에서도 손꼽아주는 발전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오늘.
설마, 21세기 2011년 7월, 서울에서 장애인이라고 잘 곳 없어서 쫓겨나기야 할까?
"뭐 정 안되면 지하철역에서 노숙이라도--;;;;;"
이젠 배 밖으로 간이 튀어나올 정도로 간이 부었다.
"괜찮을 거야!!!~"
나의 이 불치병. 고쳐야 하지만 고쳐지지 않는 이 정신으로 불끈!!~
대학생의회아카데미신청서를 작성하고 이메일을 국회 사무처로 발송했다.
이상 준비 끝!!~~
대학생의회아카데미.
어떤 것일까? 의회정치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면면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요즘 유행하는 말로 기대만빵이다!
*이 글의 1차적 저작권은 강윤미 객원필진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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