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엉뚱하게도 3년 전부터 흡연을 시작한 남자가 있다. 지난 6일 개봉, 8일까지 3일만에 6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은 흥행성적 1위 에로틱 스릴러 사극 '후궁: 제왕의 첩'(감독 김대승)에서 사랑 때문에 내시가 돼야한 '권유'를 열연한 김민준(36)이다.
김민준이 담배를 피우게 된 사연은 별나다. 배우로서의 '소통' 때문이다.
김민준은 "흡연을 옹호하는 것은 아닙니다"고 전제한 뒤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자신의 '흡연 소통론'을 털어놓았다. "사실 저는 연기를 시작하면서 앞으로 연기를 하면서 한 번쯤 담배를 피울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기는 했어요. 하지만 신기하게도 담배를 피우게 되지는 않았죠"라고 돌아봤다.
연기가 이유가 아니었다면, 무엇 때문에 남들은 벗어나려고 하는 흡연 속으로 몸을 던진 것일까. "3년 전쯤 감독님들과의 소통의 방법을 찾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담배를 피우는 것이었어요."
소통과 담배가 무슨 상관? "담배를 피우기 전에는 어떤 신을 찍기 전에 꼭 감독과 이야기를 해보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소통에 한계가 있었어요. 해는 점점 저물어 가고 있어 시간은 얼마 없고, 촬영 세팅은 이미 다 끝난 상황에서 제가 감독님에게 '감독님, 얘기 좀 하시죠'라고 뜬금 없이 얘기하면 분위기가 냉각될 수밖에 없더군요. 갑자기 주연배우가 감독에게 이야기를 청한다는 것은 뭔가 안 맞아서 그러는 것은 아닌가, 스태프나 다른 배우는 물론 감독까지 괜한 긴장을 하는 탓이었죠."
김민준은 "그런데, 감독님들을 살펴 보니 많은 분들이 담배를 피우더라구요. 그래서 '아, 나도 담배를 피워야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면서 "그래서 그때부터 담배를 피우게 된 것이죠"라고 설명했다.
흡연을 시작하니 무엇이 좋았을까. "네, 그렇게 얘기할 것이 있을 때 감독님에게 다가가 '감독님 담배나 한 대 피우고 시작하죠?'라고 하면 감독님도 '그럴까'하고 따라 나서죠. 그러면서 다른 스태프나 배우들에게도 '다들 담배 한 대 피우고 시작하자'고 하면 현장 분위기는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죠. 그렇게 감독님과 담배를 함께 피우면서 지나가는 얘기처럼 하는 거에요. '그런데 감독님, 제 생각에는 이런 게 더 낫지 않을까요'라고요. 그러면 감독님도 '응, 그게 좋겠는데…' 하거나 '그건 이래서 아니야' 하는 거죠. 만일 뻘쭘하게 담배도 안 피우면서 이야기를 하려면 막 따지는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일이라도 대화를 풀어나가기가 쉽더라구요."
김민준의 흡연 소통은 감독 뿐 아니다. 선후배 연기자들과의 거리도 좀 더 가깝게 만들어준다. "예전에 담배를 안 피울 때 다른 연기자들이 모여서 담배 피우는데 끼게 되면 저 혼자 한 쪽에 쭈그리고 앉아서 나뭇가지로 땅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죠. 그 자체가 왕따 포지션이었어요. 담배를 피운 뒤 2009년에 현빈과 MBC TV 드라마 '친구'를 할 때 제가 극중에서도 우두머리였고 실제로도 큰형이었어요. 후배 연기자들과 담배 피우면서 나눈 이야기들을 제가 대표로 곽경택 감독님께 전할 때도 역시 담배를 피우면서 이야기를 하게 되니 더욱 편하게 속내를 전달하게 되더라구요."
김민준의 흡연 소통론은 이어진다. "담배를 피우다 보면 감정 표현도 자유롭죠. 담배를 어떻게 피우느냐에 따라 흡연자들끼리 통하는 것이 있으니까요. 담배를 안 피운다면 머리를 긁적거리거나 허리에 손을 올리는 것이 전부였을텐데 말이죠. 하하하."
그러나, 김민준도 흡연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그래도 끊어야겠죠"라면서 "그래서 요즘 담배를 대신할 만한 소통의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에요"라고 인정했다. "청소년기의 흡연은 두뇌와 건강에 더욱 안 좋다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청소년들은 친구들과의 소통은 함께 운동하면서 땀을 흘리거나 진심어린 대화를 나누면서 하고, 절대로 담배에 중독되면 안됩니다"고 강조했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