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오겠다는 발길도 갖은 핑계로 물리치고 하릴없이 뒹굴게 된 휴일 하루
언제나 지루한 나를 벗 삼을 수밖에 없는 나에게
문득, 오늘은 미안하다.
가끔은,
시장 복판에 주저앉아
콩나물 한주먹을 쥐고 실갱이하는 뽀글파마의 여인네거나……
또 가끔은,
허름한 공동묘지 초라하고 잡초 무성한 무덤가
흰 국화 한 송이, 종이컵 가득 담긴 쓴 소주한 잔, 불붙지 못해 측은한 담배 한 개비
그렇게 아련한 무덤 속 누군가를 그리고 싶은……
널리고 널린
그저 평범한 누군가이고 싶지만……
늘,
아프다 비명 지르는 내 심장은
무엇이 아픈지도 모르는 무덤덤 덩어리
오늘도 구체적 진술을 회피한 채
아닌 척, 내 이성을 향해 비아냥거린다.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 메워질 빈 공간……
오늘 하루.
괜찮아, 괜찮아……
그렇게 나를 길들이며 빈 공간을 채우고 있는 시간들
하루만,
하루는……
아니, 하루쯤은……
길 위에서 무언가를 찾고 싶은 마음을 꿈꾸게 된다.
싸아한 햇살이 코끝을 스치는 어느 휴일 오후……
먼지 날리는 비포장 신작로
동네어귀 끝 고목그루터기 그늘아래
수형의 시간을 채우고 돌아온 자식을 보듬는 시린 가슴처럼
도시로 떠난 소녀를 그리는 시골청년의 쌉싸름한 봄 햇살처럼
오늘 하루는……
텅 빈 거리 어딘가 쯤에서
겨울덕장에 내걸린 생선처럼 바짝 마른 심장
매캐한 황 냄새 그리운 성냥불 하나 그어
붉게 태워 줄 … …와
우연이 겹친 인연으로
인연이 다시 필연이 되는
찰나의 순간으로나마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조우할 수 있기를……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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