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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도 없는 친구, 제수씨께 뺏긴거야?"

이성복 객원필진 bok30@hanmail.net      승인 2010.12.11 00:14:55     

[이성복의 오늘] <32>친구의 결혼식

일주일을 집에서만 지내다 모처럼 날씨도 따뜻하고 해서 밖으로 나들이를 나왔는데 마땅히 갈 곳이 없다. 요새 통 만나지 못했던 친구에게 연락을 해 점심을 같이 먹는데 친구는 뭐가 그리 급한 지 점심을 서둘러 먹는다.

“어디 다른 약속이라도 있냐?”고 물었다.
“아니 친한 친구가 서울에 사는데 장가간다고 연락이 와서 그 친구 결혼식에 입고 갈 양복이나 맞추려고“

점심을 급히 먹고 친구 차로 드라이브도 할 겸 양복을 맞추러 친구와 같이 동행했다.

웬만해선 안 갈 건데 어릴 적부터 아주 친한 친구이고 차비를 보내줘서 안갈 수가 없단다. 그 말을 듣고 있자니 나도 10년 전 쯤 친구의 결혼식 때문에 서울에 올라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 기억으론 따스한 봄이 지나 막 여름이 시작되는 6월이었다.

신랑은 나와는 중학교, 고등학교 동창생이다. 또한 고등학교 졸업 후 지금까지도 계속 유지되고 있는 모임 멤버이기도 했다. 친구들에게 상견례를 한다면서 청첩장을 돌리고 잘 부탁한다며 술잔이 돌아가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놨다.

청첩장을 보니 결혼식 장소가 제주도가 아닌 서울의 한 호텔이었다. 나를 포함한 그 자리에 모인 친구들 모두 난감해 하며 왜 부모님과 친척들이 있는 고향인 제주에서 안하고 서울이냐고 묻기 시작하자 난감한 표정으로 신부가 서울 토박이로 날씨를 알려주는 기상청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나는 친구가 신부에게 조금은 끌려 다닌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친구도 이것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렇게 친구들과의 상견례를 마치고 신랑인 친구는 먼저 가고 남은 친구들끼리 상의를 하는데 나와 한 친구만이 서울로 가기로 약속을 하곤 뭔지 모를 씁쓸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결혼식 당일 같이 가기로 한 친구와 자비를 들여서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공항에 도착하자 마침 서울에서 지내는 친구가 차로 마중 나와 늦지 않게 예식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신랑 측은 원래 고향이 제주도라 그런지 부모님과 형제들, 가장 가까운 친척들 몇몇 분과 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지내고 있는 친구들 몇몇이 전부였다. 그러나 신부 측 하객은 비교도 안 될 만큼 많은 친척들과 신부 친구들하며 동창, 직장동료들로 꽉 차 있었다.

신랑 신부 친구들과 다함께 기념촬영을 끝으로 예식을 마치고 뷔페가 준비된 식당으로 갔는데 신랑인 친구는 우리 쪽은 신경도 안 쓰고, 신부 측에서만 머무르고 있었다.

원래 이런 때는 바쁘니까 저러겠지 이해하자고 마음을 추슬렀지만 그래도 자기 결혼식에 축하해 주려고 제주도에서 왔으면 식이 끝나고 나서 “올라오느라 고생 많았다.”는 그런 인사말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조금 울컥하는 마음마저 들었다.

함께 간 친구의 표정을 보니 괜히 왔나 싶은 눈치였다. 그렇게 둘이는 신랑인 친구에게 제주도 간다고 인사하고 식장을 나오는데도 배웅조차 하지 않아 너무 허탈했다.

우리가 요즘 같은 결혼식 하객 도우미도 아니고 결혼식에 와서 축하해 달라고 할 땐 언제고 이런 대접을 받으니까 서울 왕복하는 자비마저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신랑에게는 내색하지 않고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지만 서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신혼여행을 갔다 오고 나서 집들이 겸 모임 했을 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신랑이 바빠서 그런 걸 우리에게 그런 일로 섭섭해 한다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간단히 사과하는 것으로 끝내고, 계속 친분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모임에 한두 번 빠지기 시작하더니 우리 친구들 경조사에도 참석을 안 하더니 꼭 모임이 아니더라도 친구들이니까 개인적으로 연락한다며 나중에는 자진탈퇴 형식으로 나갔다. 그리곤 소문으로 듣기에 제주도에 살다가 신부가 서울로 발령 나면서 서울에서 거주하며 유통업을 한다고 했다.


그리곤 연락을 안 하고 지내다 서울에 올라갈 일이 있어 전화를 했더니 전화번호까지 다 바뀐 상황이었다. 모임 친구들에게 이 친구의 소식을 물어봐도 모른다고 했다.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나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였는데 많이 섭섭했다.

그래도 한 때는 친한 친구였기에 ‘무소식이 희소식이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어디에선가에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해 본다. <헤드라인제주>

이성복 수필가 그는...
 
   
이성복 객원필진. <헤드라인제주>
이성복님은 제주장애인자립생활연대 회원으로, 뇌변병 2급 장애를 딛고 지난 2006년 종합문예지 '대한문학' 가을호에서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으면서 당당하게 수필가로 등단하였습니다.

현재 그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으로 적극적인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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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 객원필진 bok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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