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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빙이 뭐래요?..."득이 될까, 독이 될까"

윤철수 기자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승인 2011.05.23 08:28:43     

[해설] 법안을 통해 본 눈치보는 '경빙(競氷)사업'의 쟁점
사행성 논란 속 헛갈리는 목적...찬반 논란 클 듯

경마와 카지노는 흔히 알고 있는 사행산업이라 하지만, 경빙(競氷)이란 단어는 아직 낯설기만 하다. 국내는 물론 세계 어느 곳에도 빙상경주를 사행산업화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처음 경빙사업이란 말이 나온 것은 지난 1월26일.
 
민주당 김재윤 의원을 대표로 해 강창일 의원과 김우남 의원 등 20명이 '제주특별자치도 경빙사업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면서 '경빙'이 화두에 오르게 됐다. 그러나 공론화는 되지 못했다.

법안이 제출된지 5개월이 지났으나 아직까지 일부 시민단체의 비판적 내용의 성명만 몇차례 나왔을 뿐, 이렇다할 토론 한번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올해 상반기에는 제주해군기지 문제와 제주특별법 개정문제, 영리병원 문제 등으로 경빙사업에 대해 논의해볼 여유조차 없었다.

그러나 이 법안이 마냥 계류상태에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국회 김재윤 의원이 다음달 초 제주에서 이 법안에 대한 공청회를 갖겠다고 밝히면서 서서히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의 확산이 예상된다.

그동안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며 가급적 말을 아껴왔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23일 일명 '제주아이스심포니월드'라는 대단위 테마파크 프로젝트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총사업비 9000억원을 투입해 약 70만㎡ 부지에 계절 영향과 비, 바람 등 기후 영향이 적은 실내 형태의 아이스링크와 스키장, 봅슬레이 체험시설 등 겨울 스포츠를 기반으로 한 대규모 테마파크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볼쇼이 아이스쇼와 같이 제주 전통문화와 특성을 담은 다양한 아이스쇼 프로그램과 함께 전 세계 스타급 선수들이 참여하는 스피드스케이트과 쇼트트랙의 국제빙상경주대회 등을 이곳에서 치를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경빙에 대한 JDC의 구상으로 처음으로 제시된 것이다.

법률안의 내용을 근거로 한 부분에 있어서 일치되는 부분은 '경빙'이다.  경빙에 국한하지 않고 겨울스포츠 테마파크로 영역을 확대해 제시한 점이 특징이다.

여기에 그동안 경빙사업과 관련해서는 제주도와의 연관성을 부인해왔던 제주도정이 '대한항공 빙상팀'을 제주 연고팀으로 요청하겠다고 밝힌 것도 경빙사업 논란에 불을 지피는 기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일 서귀포시 표선면 주민과의 대화에서 제주에 대한항공 빙상팀을 유치하겠다고 밝힌 우근민 제주지사는 직접적으로 '경빙'을 꺼내들지는 않았지만 '빙상'이란 말 속에서 경빙사업을 우회적으로 연계시켰다.

우 지사는 "제주에 스케이트 타는 곳이 아무곳도 없는데, 이런 환경에서 제주가 빙상 금메달을 따면 어떻겠나"라고 반문하며, "평소에 생각하지 않았던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며 '빙상'을 마음에 두고 있음을 밝혔다.

그는 "빙상하면 모두 강원도나 서울을 생각하지 제주도가 빙상한다고는 생각치 못했을 것"이라며 "이번에 대한항공 빙상팀 연고를 제주도로 유치하면 올림픽에서 우승한 모태범 선수도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빙상팀이 제주에 있으려면 빙상장 설치가 필수적인데, 1개 선수팀 훈련장소로서의 빙상장은 효용성은 낮을 수밖에 없다. 빙상팀 제주유치가 경빙사업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닌가 하는 시각이 표출되는 것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다.

#경빙사업 논의, 왜 '조심 조심'하는 걸까?

그럼, 법률안과 JDC의 제주아이스심포니월드조성사업에 명시된 '경빙사업'은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지나칠 만큼 '조심 조심' 논의가 이뤄지는 것일까.

사실 제주에서 경빙사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 공문을 통해 경빙사업 타당성 연구조사 용역을 실시하도록 한 협조요청 공문이 전달됐다. 그리고는 용역이 완료됐다.

용역을 실시하는 과정에서부터 완료된 후 그 내용은 적극 공개되지 않았다. 이런 협조공문이 오갔다는 사실 자체도 최근 제주참여환경연대의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된 내용이다.

당시 제주자치도는 공문에서 "제주도의 핵심산업인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자치재정권을 확충하기 위한 관광인프라 구축을 위해 동계올림픽의 인기종목인 쇼트트랙을 프로화할 '경빙'사업을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이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경빙사업은 빙상종목인 쇼트트랙의 '프로화'를 말한다. 프로축구나 프로야구, 프로배구, 프로농구와 같은 단순한 프로화라면 크게 논란이 될 소지는 없어보인다.

하지만, 제출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빙상종목의 '프로화' 차원은 아니다.

이 법의 제2조(정의)에서는 '경빙'이란 용어를 빙상경주에 대한 승자투표권(勝者投票券)을 발매하고 승자투표 적중자(勝者投票 的中者)에게 환급금을 내주는 행위를 말한다고 적시돼 있다.

즉, 구단을 중심으로 해 운영되는 프로화 방식은 엄연히 아니다. 경마와 같이 승자를 알아맞히는 적중자(관람자)에게 환급금을 제공해주는 방식이다.

법률안의 또다른 용어 정의에서는 '사행성'임을 더욱 확연히 알 수 있다.

"'승자투표권'이란 경빙에서 승자를 적중시켜 환급금을 교부받기를 원하는 자의 청구에 따라 경빙사업자가 발매하는 승자투표 방법.선수번호 및 금액 등이 적혀 있는 표를 말한다."

"'환급금'이란 경빙선수의 도착 순위가 확정되었을 때 경빙사업자가 승자투표권 발매 금액 중에서 발매수득금(發賣收得金) 및 제세금 등을 뺀 후 승자 적중자 또는 승자투표권을 구매한 자에게 내주는 금액을 말한다."

"'단위투표금액'이란 승자투표권 발매의 기본단위로서 최저발매금액을 말한다."

"경정의 승자투표 방법은 단승식, 복승식, 연승식, 쌍승식 및 특별식의 5종으로 한다."(법률안 제11조제1항)

결국 경빙사업은 단순한 스포츠의 프로화가 아니라 '사행성'으로 운용될 것은 명백해 보인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제주도당국과 JDC는 타당성 검토용역이 이미 끝났고 법안이 제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조심스럽게 이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내국인 카지노 핵심조항 제출 무난했으니, 경빙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사행성의 경빙사업을 하려고 한다면, 도민사회는 어떻게 반응할까.

그동안 내국인 카지노의 제주특별법에 입법화가 안된 가장 큰 이유는 국민적 정서 때문이다.

소위 '도박'과 같은 것으로 재정을 확충하는 것이 옳은 가 하는 점에서 정부 역시 섣불리 이에대해 허가를 해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 4단계 제도개선의 핵심과제 중 하나로 제출됐다가 용역을 통해 타당성을 검토해볼 것을 명 받은 내국인 카지노는 현재도 용역이 진행 중이다.

시민단체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문제가 없어서가 아니라 입법화 가능성이 그리 커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경빙사업은 말이 다르다. 법안이 이미 의원발의로 국회에 제출된 상황에 있다.

지난 상반기 중에는 제주의 여러 현안문제로 경빙사업에 대해 제대로 검토하고 논의를 해볼 시간이 없었지만, 이 법의 제출이 임박할 즈음에는 찬반 양론도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6월 임시국회에서 제주 영리병원 문제가 또다시 정국의 태풍으로 작용할 예정인 가운데, 경빙사업 문제가 제주 현안논의에 중심으로 끼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가운데 공청회에서는 경빙사업을 왜 해야 하는가에서부터 많은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헛갈리는' 법안 목적..."사행사업 통해 '청소년 건전 육성'?"

법안에서는 경빙사업의 1차적 시행목적을 '재정 확충'에 두고 있다.

"경빙(競氷)을 시행하여 제주특별자치도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제주도의 재정확충을 위한 재원을 마련함으로써 국제자유도시를 실현하며, 빙상 경기를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 시킴과 아울러 국민의 여가 선용과 청소년의 건전 육성 및 국민 체육 진흥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법안 제1조 목적)

1차적 목적은 국제자유도시 실현을 위한 돈을 버는 것이고, 이를 통해 빙상 경기를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시켜 국민의 여가 선용과 청소년의 건전 육성, 국민의 체육진흥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정말 혼란 그 자체다. 외국인 관광객 등을 유치할 수 있는 다각적인 관광인프라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돈을 벌겠다고 선명성 있게 정리하면 좋으련만, '청소년의 건전 육성'과 '국민의 여가 선용', '국민체육 진흥' 등의 달콤한 미사여구를 혼재시켜 놓고 있는 것이다.

사행산업의 설치법안에서 '청소년의 건전육성'이란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다. 마치 '목적' 조항을 통해 법안의 성격포장을 '좋은 쪽'으로 작위화하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반면 제10조(경고문구의 표기)에서는 "경빙사업자는 승자투표권의 지나친 구매행위가 가져올 수 있는 개인적.사회적 폐해 등에 관한 내용의 경고 문구를 승자투표권의 앞면과 뒷면 및 도조례로 정하는 광고에 표기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분명 이 사업으로 인한 폐해가 있을 것임을 인정한 부분이다.

#경빙장 설치규정 등은 조례로 위임...공감대 형성이 관건

물론 이 법률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막바로 경빙사업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4조에서는 "경빙은 제주도, 지방공사, 공공기관, 정부 출자기관 등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법인 등이 총 출자금액의 100분의 51 이상을 출자해 설립한 법인이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빙사업자가 '경빙장'을 설치하는 내용 등은 제주도 조례를 통해 규정하도록 하고 있다. 즉, 구체적인 실행 방법에 있어서는 시행령과 함께 조례의 제정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하위법규 제정과정에서 역작용 최소화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명문화할 수 있다.

그러나 법률안의 통과 자체가 기본적으로 "한번 해보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에 법률안 제정과정에서 치밀한 논의, 그리고 도민사회 공감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돈벌이 수단 '사행성 사업' 어쩔 수 없는 것일까?

경빙장 사업은 이처럼 '사행사업'의 성격이 짙기에 찬반양론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법안 제18조에서는 "경빙의 시행에 따라 얻은 수익금의 100분의 20이내에서 제주도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주관광진흥 및 빙상경기 발전을 위하여 사용하도록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률안을 제출한 발의자나 JDC 등에서는 이 경빙사업을 통해 크게 두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장담한다. 하나는 경빙사업을 통한 외국인관광객 증가, 그리고 재정확충이다.

대체관광자원이 부족한 제주도에 동계올림픽의 인기종목인 쇼트트랙과 같은 빙상 경주를 사업화해 다양한 관광수요에 부응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마땅한 '돈벌이'가 없는 제주에서, 특히 내국인 카지노 설치가 어려운 상황이니 이를 대신해 경빙사업이라도 해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다. 경빙이라는 또 다른 사행산업 도입 논의가 현 시점에서 제주사회에 등장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많다. 물론 JDC는 다른 사행사업과는 달리 경빙의 경우 제주도지사가 승인허가권을 갖고 출입제한 범위 설정이나 배팅제한금액 설정 등을 할 수 있어 우려하는 만큼의 역효과는 없을 것이라 강조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도민의 중지'를 모으는 일이다.

김재윤 의원은 "경빙 도입을 위해서는 도민의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하기 때문에 이번 공청회를 통해 관련 전문가와 도민의 중지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첫 논의의 장인 6월 공청회에서 도민사회는 경빙사업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까. <헤드라인제주>

제주특별자치도 경빙사업에 관한 법률안 주요내용(2011.  1.  26.)

발의자=김재윤 김우남 조진형 변웅전 김태원 이사철 나성린 이인기 진성호 김충환 장윤석 강창일 이낙연 박은수 권선택 안민석 김세연 홍영표 김상희 추미애 의원(20인)


제안이유

  제주특별자치도의 핵심산업인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자치재정권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외국인 관광객 등을 유치할 수 있는 다각적인 관광인프라의 구축이 필요함.
  따라서 대체관광자원이 부족한 제주도에 동계올림픽의 인기종목인 쇼트트랙과 같은 빙상 경주를 사업화하여 스포츠게임인 ‘경빙’제도를 시행함으로써 다양한 관광수요에 부응하고, 국제자유도시로서의 경쟁력을 제고할 필요성이 있음.
  이에 경빙을 시행하기 위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여 우리나라의 빙상 스포츠를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시킴과 더불어 국민의 여가선용과 청소년의 건전 육성 및 국민체육의 진흥을 도모하려는 것임. 


주요내용

  가. 경빙은 제주도,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제주도가 설립한 지방공사,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공기관, 그 밖에 정부가 출자한 기관 및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법인 등이 총 출자금액의 100분의 51이상을 출자하여 설립한 법인이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시행하도록 함(안 제4조제1항).
  나. 경빙사업자가 경빙장을 설치하고자 할 때에는 제주도의 관할구역에 경빙장을 설치하되, 제주특별자치도조례로 정하는 요건을 갖추어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허가를 받도록 함(안 제5조제1항). 
  다. 경빙에 선수로 출전하거나 심판으로 종사하려는 자와 경빙에 사용하는 스케이트는 각각 경빙사업자에게 등록하도록 함(안 제7조).
  라. 경빙사업자는 경빙에서 승자를 적중시킨 자에게 환급금을 교부할 것을 조건으로 하는 승자투표권을 발매할 수 있도록 함(안 제9조제1항).
  마. 경정의 승자투표 방법은 단승식, 복승식, 연승식, 쌍승식 및 특별식의 5종으로 함(안 제11조제1항).
  바. 경빙사업자는 승자투표 적중자에게 승자투표권 발매 금액에서 환급금을 내주도록 하되, 환급 금액이 승자투표권에 표시된 금액에 미달 하는 때에는 그 표시된 금액을 환급 금액으로 하도록 함(안 제12조제1항 및 제2항).
  사. 경빙의 시행에 따라 얻은 수익금의 100분의 20이내에서 제주특별자치도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주관광진흥 및 빙상경기 발전을 위하여 사용하도록 함(안 제18조제1항).
  아.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경빙사업자에 대하여 감독상 필요한 명령 또는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소속 공무원에게 경빙사업자의 사무소 등에 출입하여 장부나 서류, 그 밖의 물건을 검사하게 할 수 있도록 함(안 제23조제1항 및 제2항).
  자. 경빙사업자는 미성년자에게 승자투표권을 발매할 수 없도록 하고, 경빙에 관하여 감독의 지위에 있는 자, 경빙사업자, 선수 또는 심판, 그 밖에 경빙 운영에 종사하는 자 등은 승자투표권을 구매․주선하거나 양도받지 못하도록 함(안 제25조제1항 및 제2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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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수 기자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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