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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손맛

조철민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승인 2010.12.14 17:46:38     

[기고] 조철민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

   
조철민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 <헤드라인제주>
고향의 맛, 어머니 손맛과 같이 지금까지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은 맛있는 음식 이미지에 아버지의 자리는 없었다.

유교문화가 깊게 뿌리내린 우리나라에서 아빠, 아버지의 존재는 나가서 일을 하고 돈을 버는 존재로 인식되어 부엌 출입에 엄격한게 사실이었다. 지금이야 시대가 달라졌다고 하나 많은 아빠들이 요리와는 거리가 먼것도 사실이다. 아직 젊은 나조차 요리와는 거리가 멀어 라면이나 계란후라이 정도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정도밖에 안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임신한 아내에게 이것저것 만들어 달라고 할 정도의 간 큰 남자는 아니었기에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진행됐던 "아빠요리교실"은 나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고 과감하게 신청서를 내고 첫 수업날 머리가 희끗희끗하신 분들부터 젊은 아빠들까지 치열했던 접수전쟁을 끝낸 30여명의 아빠들은 비장한 각오로 앞치마를 둘레메고 선생님의 말 한마디를 놓칠세라 열기는 대단했다.

재료를 씻고, 다듬고, 요리를 하면서 처음보는 사람들과 웃고 즐기다 보면 직접 만든 음식이 너무 맛있고 서툴지만 다른 사람의 음식도 평가해보고 귀찮기만 했던 설거지도 여러명이 즐겁게 하다보니 매주 요리교실이 있는 화요일이 기다려지고 배운 음식은 주말에 실습도 해서 먹어보는 한주한주가 즐거운 요리교실에 연속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스스로 볶음밥, 미역국 정도 만들어 먹을 요량으로 배우러 다녔는데 두달이 지난 지금 이름도 생소한 후리가케니 까르보나라 등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사랑하는 가족과 먹는 상상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하다. 이제까지 차려진 밥 상 앞에 앉아 짜다, 맵다, 싱겁다를 말하며 투덜거리던 나를 생각하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지경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생각했던 아빠의 자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고 작은 요리 하나가 아이들과 아내에게 솔선수범하여 가정을 꾸려 나간다면 거창하게 남녀평등을 주장할 것도 없이 우리 사회가 조금씩 바뀌어 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아빠요리교실을 필두로 우리 사회에서 여성과 남성으로 나뉘어진 기존의 업무에서 벗어난 많은 프로그램이 양성되어 많은 사람들이 나와같은 즐거움과 배움을 받았으면 좋겠다.

올해 교육은 끝났지만 "아빠요리교실"이 앞으로도 계속되어 맛있는 메뉴로 다시 우리 아빠들을 설레게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고향의 맛, 엄마의 손맛과 함께 아빠의 손맛이 우리 아이들에게 기억될수 있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조철민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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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민 headlinejeju@headlineje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