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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실한 밑거름에 여물진 열매가 맺는다

헤드라인제주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승인 2011.02.07 08:49:44     

[기고] 강문상 전국민주공무원노조 서귀포시지부

   
강문상 전국민주공무원노조 서귀포시지부. <헤드라인제주>
구제역 국가재난위기, 축산공무원이 해내

올해 설 명절은 그 어느 해보다도 긴 휴일이 이어졌음에도 구제역이라는 국가재난위기를 맞아 관련공무원들은 하루도 쉬지를 못했다. 제주지역 역시 민족간 최대 이동시기를 맞이하여 청정제주를 사수하기 위해 급기야 구제역 백신접종에 들어갔다.

현재까지 소 43천여마리, 돼지 559천여 마리를 접종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여기에는 수의사, 인공수정사, 수의학과 대학생, 공무원 등 1천여 명이 동원되었다. 뿐만이 아니라 축산 인근 진입도로마다 초소를 설치하고 수백 명의 의용소방대원과 군인들의 자원도 더해졌다.

구제역은 여기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1차 접종 후 4주가 지나면 2차 접종을 들어갈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공무원들과 축산농가의 입장에선 피말리는 전쟁은 예고편에 불과한 셈이다.

공무원노동조합 서귀포시지부는 지난 1월, 구제역종합상황실을 방문, 격려한데 이어 설을 앞둔 1일에는 12개 초소를 격려하고 돌아왔다.

그 시각,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해, “현장을 열심히 뛰라”며 운동화를 구입하여 읍면동장에게 나눠주더니 이번에는 점퍼를 구입, 또다시 도내 전 읍면동장에게 나눠주었다.

재주(접종)는 곰(수의사, 축산공무원)이 벌이는데 그들에게 비닐 우의 하나만으로도 지급하는 것이 시민 혈세집행에 더 현명한 처사가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물론, 군왕을 에워싸고 있는 마(馬), 상(象), 차(車), 포(包)와 같은 관군도 챙겨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그래도 어렵고 소외된 일에 앞장서고 있는 군졸을 더 챙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여운으로 남는다.

전보임용순위, 공개할 용의는 있는 것인가?

최근 인사인동이 있었다.

유래없이 공무원노동조합을 비롯하여 공직내부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자리는 한정된 탓에 누군가는 축배의 잔을 마셔야 하지만, 누군가는 쓴잔을 들이켜야 하는 것이 인사다. 역시 ‘인사는 만사’란 말인가?

승진은 그랬다고 치더라도 유래 없이 규모가 컸던 자리이동에도 많은 불만이 쏟아졌다.

A는 제주시에 살면서 근무지인 서귀포시로 출퇴근한지가 벌써 15년째이다. 인사를 앞두고 제주특별자치도는 ‘전보 임용순위를 정해놓고 공개하겠다’고 언론지상을 통해 선언한 바 있어서 내심 이번에는 산북지역으로 전보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마 그의 생각으로는 그 정도 경력(?)이면 최선순위에 명단이 오르지 않겠나 싶었던 것일 게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고, 전보 임용순위 또한, 공개되지 않았다. 차라리 공개되어 자기 순위가 5위라 가정할 때, 대략 2년만 더 고생하면 전보될 수 있으라는 믿음이라도 있을 텐데 안타깝다.

안정적 공직사회, 새로운 인사 DB구축이 급선무

서귀포시 고창후 시장은 인사 직후 가진 첫 간부회의석상에서 “앞으로는 기피부서에 근무하는 직원이 승진에 더 유리할 것”이라는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어느 부서가 기피부서이고 어느 부서가 선호부서인지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무의미할 뿐이다.

잘 알다시피 공직사회는 이윤 창출을 우선시하는 민간 기업과는 달리 공익업무가 최우선이다.

그런 공익업무 가운데는 세금과 체납액을 거둬들여야 하거나, 주차딱지를 떼거나, 불법쓰레기 투기자에게 세외수입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위생업소 단속을 벌임으로써 갖은 욕설도 감내하여야 하는 전방위적인 민원업무에 시달리는 부서가 있는가 하면, 거둬들인 세입을 가지고 베풀 수 있는 세출업무도 있다.

따라서 어떤 방식이로든 객관적인 방식에 의해 공직자들이 선호하는 부서와 꺼리는 부서를 가려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선호하는 부서에는 늘 인사 때마다 사람들로 넘쳐날 것이고, 반대로 기피부서에는 공직자 모시기에 허덕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남들이 기피하려는 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 부서에 들어가서 공적업무를 수행해야만 하므로 여기에는 ‘인센티브’라는 당근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기피부서와 선호부서를 누구나 예외 없이 넘나들 수 있는 쌍방향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여기에도 전보임용순위를 매기고 공개하여야 한다.

공개적이지 않으면 아무리 산술적인 데이터에 기초하였다 하여도 투명한 인사정책에 상반될 것이며, 특히 공개적으로 운영할 경우 인사권자는 인사 청탁으로부터 그만큼 자유로워질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직원을 통해 직접 설문을 벌이거나 노동조합에 그 조사를 위임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실세에게 경종을 울리는 한마디, 새겨들어야

인사 때마다 인사권자는 “청탁을 할 경우 불이익을 주겠다며”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왜 그럴까?

혹자는 투명한 인사제도 확립에 앞장서겠다는 인사권자의 확연한 의지라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속사정은 약간 다르다.

이 좁은 제주지역사회는 혈연, 지연, 학연으로 얽히고 얽혀 있고 인사 또한, 그 테두리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갑(甲)의 사례 “이번에 승진순위에 올라있는 김 아무개가 내 조카입니다”

을(乙)의 사례 “00 읍에 근무하고 있는 이도령이는 제 고향 선배의 큰 아들인데 이번에 도청으로 입성하고 싶답니다.”

병(丙)의 사례 “고등학교 후배인 홍길동이를 잘 부탁합니다.”

흔히들 말하는 인사 청탁의 유형으로서 각각은 승진, 전보의 청탁이므로 상충되지 아니하여 그런대로 무난하겠지만 7천여 조직을 이끌다보면 상충되는 경우가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승진 자리는 하나인데 甲과는 별개로 서너 명으로부터 승진청탁을 한꺼번에 받았다면 누구 손을 들어주어야 할지 난감하기 짝이 없게 된다. 그들 모두 인사권자가 오늘의 이 자리에 있기까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인물이라면 사태는 더욱 난감해 지게 된다.

애초 공직사회가 능력과 일로서 승진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야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뒤늦게 가지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우근민 도지사는 직원조회 석상에서 “계급이 낮다 하여도 실세라고 하여 공직질서를 문란하게 한다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필자 역시 현직 공직자의 입장에서 후련히 쓸 수 없는 한계가 있는 탓에 더 이상의 설법은 후에 빛을 보게 될 집필로서 여운을 남겨둘 수밖에 없다.

청탁하는 사람도 분명히 각오해야

청탁은 인사권자와 그 선상에 있는 공직자의 마음을 움직일만한 영향력이 큰 저명인사일수록 그 파괴력은 더욱 커진다. 그러나 커지면 커지는 만큼 무너져 내리는 것 또한, 요란한 법이다.

앞서도 열거했듯 이 좁은 제주지역사회는 혈연, 지연, 혈연으로 얽히고 얽혀 있어 인사는 대략 두세 번만 해보아도 인적 데이터 구축이 완료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설이다.

다시 말해 공직자 홍길동은 “이번에 누구누구로부터 청탁이 들어왔고 그 와는 어떤 관계더라”라는 등식이 성립되어 진다. 이렇듯 인사 몇 번만으로도 청탁을 해댄 공조직원과의 역학관계를 추산할 수 있어 그 소문은 관가에 파다하게 퍼져나간다. 청탁자의 파괴력에 따라 관가에서 누리는 실세 파괴력도 반비례하는 법이다. 

다행히 인사권자가 권력을 움켜쥐고 있을 때는 잘나가는 것 같지만 권력은 바람과도 같은 것이어서 금시 새로운 권력층이 지배하기 마련이며, 이 때에는 잘 나갔던 속도 이상으로 미끄러져 나가야 한다. 우리는 그걸 지켜보고 또 지켜 보와 왔다.

그래도 권력층바람이나 정치철새놀음이 아닌, 주어진 소임과 맡은 바 직무를 묵묵히 수행하면서 오로지 일과 실력으로 승부하고 있는 대다수 공직자가 있어 그나마 제주특별자치도가 흔들리지 않고 이만큼 버텨 나가는 밑거름인 것이다.

탄탄한 밑거름은 여물진 열매를 맺게 한다. 누런 곁가지는 달라붙을 힘이 없고 소슬바람에도 금방 떨어져 나갈 것이므로 제주특별자지도의 미래는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고 본다. <헤드라인제주>

<강문상 전국민주공무원노조 서귀포시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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