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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축산농가에 힘을 줄 때

헤드라인제주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승인 2011.02.08 15:17:51     

[기고] 강충희 서귀포시 대정읍장

   
강충희 서귀포시 대정읍장.<헤드라인제주>
구제역... 요즘 이 단어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TV와 라디오, 신문 등 모든 언론매체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이 단어이고, 지금 제주를 비롯한 전국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 바로 이 구제역이란 바이러스다.

작년 11월 말 구제역 발생이 확인된 후 벌써 3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축산농가는 물론이거니와 관련 업종 근무자와 공무원 등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구제역 한파 속에서 몸도 마음도 지쳐가고 있다.

도로 곳곳에는 구제역 방역 소독을 위한 초소가 설치 운영되고, 통제구역이 계속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축산 사업장 근처는 사람이 오고가는 것도 힘들다.

축산농가가 많은 우리 지역 역시 예외일 수 없다. 동일․일과리 양돈단지 주변 3개소에 이미 구제역 방역 통제초소가 설치돼 차량 소독과 축산사업장 출입을 통제하고 있고, 축사 인근을 지나는 올레 11코스와 12코스는 우회토록 하고 있다. 축산농가와는 거리가 있는 읍사무소에도 출입구에 구제역 방역 소독 발판을 설치해 민원인들에게 구제역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구제역 확산에 대한 우려는 우리의 전통 설 풍경마저 바꿔놓았다. 닫혀 있던 대문도 활짝 열어 놓아야 할 시기이지만 마을 입구에서부터 사람들의 출입을 막고, 마을 경로잔치나 합동세배를 포기한 곳도 많았다고 한다. 멀리 떨어져 있어 명절에야 한 두 번 볼 수 있는 아들딸, 손자손녀들을 기다리던 어르신들의 소소한 행복마저 올해는 쉽지 않은 일이 되어 버렸다.

비단 설 명절뿐이 아니고 사람에 의한 구제역 전파가 알려지면서 축산 농가에서는 지난 몇 개월을 이렇게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대한 자제하며 지내고 있다.

타 지역에서 구제역으로 인해 살처분 되고 있는 가축들과 그 옆에 망연자실한 주인을 보면서 남 일이 아니었을 테고, 자신들의 생업을 송두리째 잃어버릴 수도 있는 일이기에 농가들에게는 강요되어진 선택일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노심초사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농가들에 비해 우리들은 너무나 무심하게 행동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목장지 부근에서의 눈썰매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눈 온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많은 관광객들과 가족들이 눈썰매를 즐기고 있고, 올레 코스 우회 표시가 있음에도 기존 코스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으며, 설 연휴기간 제주 방문을 자제해 줄 것을 부탁하는 축산 단체와 농가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이번 설 연휴기간의 제주 방문객 수는 최고를 이루었다.

물론 명절을 맞아 고향을 방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구제역으로 인해 개개인의 생활 모두를 통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제주를 지키고 우리의 이웃을 지키기 위해서는 모두가 자중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지난 1일 구제역 예방 백신 1차 접종이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앞으로 2차 접종이 이루어지고, 구제역이 완전 종식될 때까지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그 간 어렵게 쌓아온 청정 이미지를 포기하고 백신 접종을 선택한 만큼 청정 제주를 되찾기 위한 축산 농가들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것이다.

우리 모두가 따뜻한 말 한마디, 따뜻한 행동 하나로 이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겠다. 모두의 노력으로 지금의 이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여 제주가 끝까지 “구제역 미발생 지역”으로 남겨지길 바란다.

<강충희 서귀포시 대정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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