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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인권의 사각지대

헤드라인제주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승인 2011.03.02 18:36:14     

[기고]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 <헤드라인제주>

얼마 전 한 시민이 우리 단체사무실로 찾아와서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을 말했다 대구의 한 병원에서 우측 무릎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 후 통증이 심해져 재검사를 받으니 연골판이 재 파열 되었다고 하면서 재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이유인지 재수술을 미루다가 얼마 후에는 우선 물리치료부터 해보고 경과를 지켜보다가 통증이 심하면 6개월 지나 수술을 한다고 하면서 시간을 끌었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병원에 갔더니, 여기에서는 연골이 재 파열되었다는 진단을 내리고, 즉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다음 날에 연락이 와서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처음 수술을 받은 병원과 같은 이야기를 하였고, 이 분은 고통이 심해져서 다른 지역의 병원을 아도 처음에는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하다가, 다음날에는 이상하게도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진단을 반복하였다는 것이다.

이 분은 결국 이런 식으로 수술을 받지 못하다가, 다른 곳에서 이전에 수술한 병원이름을 말하지 않고 어렵게 수술을 받아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거동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이분의 판단은 정형외과 의사들은 관절경 학회 정회원 등 마치 하나의 조직처럼 뭉쳐 있어 잘못된 진단과 치료에 대해 서로 감싸 안는 관행 때문에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믿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맨 처음 수술을 받은 대구의 병원 및 제주의 병원 등을 상대로 제주지방법원에 소를 제출하였다. 법원에서는 진료와 처치과정이 옳았는지 전문가에게 판단을 요청하였다. 요청을 받은 한라병원 측은 3개월간 의사에게 보이지도 않고 병원 원무과에 서류를 묶혀 두다가, 며칠 전 자신들은 판단할 수 없다면서 법원에 진료기록을 되돌렸다고 한다.

현재 의료사고의 책임을 규명하는 것은 의료사고를 당한 당사자에 있다 전문 의학지식이 없는 피해 당사자에게 이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 하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피해 당사자들은 억울함에 이를 해결하고자 모든 노력을 기울이지만 결국 느끼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것이다. 이 분의 경우처럼 병원들도 마치 하나의 조직처럼 다른 병원의 과실을 묻으려고 하고, 법원의 요청조차도 거부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일개 피해당사자가 의료기관의 과실을 규명할 수 있단 말인가?

의료사고를 당한 개인은 사회적 약자이다. 의료사고인 경우 이처럼 일개 병원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의 모든 의료기관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초라함은 표현조차 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이 분이 오로지 기댈 수 있는 곳은 법원이다.

법원이 요청한 진료기록 감정을 거부한 한라병원도 인간 생명을 다루는 의료기관으로서 정당하게 진료감정에 응해야 하지만, 이를 거부한 병원 측에 대해서도 공권력으로써 응당 처벌을 내리는 것이 마땅하다. 개인들에게는 추상같은 공권력이 거대한 의료기관을 상대로는 이처럼 작아지는 것인가? 피해당사자인 개인에게 의료사고의 과실규명책임을 둔 상황 이라면, 사법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검찰이나 법원이 의료기관하나 강제하지 못한다면 존재이유가 무엇인가? 만약 이것이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면 의료기관에 판단을 맡기지 말고, 엄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기관에 진료감정을 맡겨야 한다.

한라병원 측에도 재차 요구한다. 현행 법에서 진료기록 감정을 의무화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를 피하고자 한다면 이는 의사와 의료기관의 양심을 져버리는 행위이다. 사회에는 법과 제도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도의와 양심이 없다면 사회가 정의로울 수 있는가? 이를 져버린다면 도민들은 한라병원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의료사고의 피해당사자 대부분은 이처럼 누구도 외면하는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있다. 이들의 겪는 고통은 다른 사람들은 상상조차하기 힘든 것이다. 금전적․시간적 손실 뿐 아니라 사회에서 누구도 자신의 편에 서있지 않다는 철저한 고립감이 이들에게는 가장 큰 고통일 것이다. 누구든 의료사고의 피해당사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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