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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김경훈 객원필진 kimkh4597@hanmail.net      승인 2011.03.24 10:19:29     

[김경훈 시인이 詩로 전하는 세상살이 이야기]-<9>개발은 파괴의 동의어다

인디언 조상들은 환경을 다루는 데 있어서 진정한 대가들이었다. 그 비결은 매우 단순했다. 그들은 오로지 필요한 것만을 자연으로부터 취했다. 그 이상은 절대 손 에 넣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능력이 허락 하는 한 최대한 많은 것을 손에 넣으려 하고 있으며, 그 결과 우리는 파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노턴 리카르드/ 투스카로라 족(「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중에서)

어릴 때는, 우리 시골의 모습이 도회지에 비해 너무 보잘 것 없어서 부끄러워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도시의 그 시원시원하게 일직선으로 뚫린 도로며 네모지게 구획 정리된 주택지에 비해, 제주의 돌담으로 엉성하게 두른 마을길과 집들과 밭들은 온통 구불구불 제멋대로여서 너무나 작고 초라하기까지 보였습니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과 그 자연스러운 멋과 맛을 알게 된 이후에는 저의 어릴 적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 것이었는가를 알게 되었지요. 왜 오지 자본들이 그렇게 기를 쓰고 제주도를 먹으려고 달려드는지를 알 수 있었어요. 그들의 눈에는 제주도가 먹기 좋게 '구획정리'되어 '한입에 쏙' 넣기 쉽게 만드는 것이지요.

요즘 저의 어릴 적의 그 치기어린 생각을 고집하는 어른들 때문에 제주도의 현실이 싸움이 되고 미래가 암울하게 불투명해지고 있습니다. 외형적인 거대함과 화려함의 거품보다는 알토란같은 내실이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눈 뜬 봉사들이 활개치고 있습니다.

그 아름답던 제주시 탑동 바다를 매립해서 무엇이 좋아졌습니까? 호텔이 들어서고 휴게 공간이 늘어서 당신은 좋아졌다고 말하렵니까? 탑동 매립과 병문천 복개로 인한 월파 피해나 물난리 등은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요즘 이 탑동 바다를 또 매립하겠다는 방안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난개발에 이어 막개발까지 추가되고 있습니다. ‘한번 있은 일은 두 번 있게 된다’는 일본 속담이 그대로 들어맞고 있는 형국입니다.

   
제주시 탑동 방파제. 월파로 인해 주변이 군데군데 파괴되어 있다.<헤드라인제주>

술집에서 옆 손님과 싸움이 벌어졌다
보다 못한 내가 소주병을 깨고 나섰다
“나 별 둘이야, 엊그제 나왔는데 하나 더 달겠어!”
상대방이 맥주병을 깨고 덤벼들었다
“난, 다섯이다. 너 죽이고 또 가주마!”
졌다
뒤도 안돌아보고 도망쳤다
가진 게 많을수록 큰소리치고 더 가지려 하는
요즘 세상의 진리를 다시금 되새겼다
졸시, 「깽판에 대하여」 전문

탑동바다를 그대로 두었더라면 요즘 많이 얘기되고 있는 세계 7대 자연경관에 한 발 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도심 한켠에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그 경관 자체가 정말로 세계적인 경관이 아닙니까?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신 세계 7대 불가사의’에 선정된 페루 마추피추와 멕시코 마야유적지는 관광객의 수가 선정되기 이전 보다 60~75%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제주도가 여기에 선정되면 수많은 해외 관광객들이 제주 섬으로 몰릴 거라고 합니다. 또한 제주도는 물론 국가 경제에 까지도 막대한 부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도 좀 치졸하지 않게 추진했으면 좋겠습니다. 억지춘향 식의 전화투표는 나중에 무슨 탈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합니다. 세계 7대 경관으로 선정되었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습니다. 선정된 효과가 관광객 얼마 증가, 조수익 얼마 등 경제적 효과만을 부풀리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전망은 없습니까? 엄청난 관광객의 유입은 또 하나 제주도의 파괴행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기 버려져 있구나
저기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구나
저 버려진 땅에
버려진 쭉정이 낱알들이 곡식들이 열매들이
버려진 사람들과 뒤엉켜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구나

저기 무너져 있구나
저기 처참하게도 무너져 있구나
이시믄 이신 양 어시믄 어신 양 오순도순 살던 그 마을이
이웃 집 돌담 너머 제사음식 나누던 그 정이
무너진 밭담 사이로 휑하니 찬바람만
무너진 사람들을 헤집고 다니는구나
- 졸시, 「복원(復元) -무너진 제주 공동체의 회복을 위하여」 부분

지금도 제주도는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개발과 파괴의 난맥은 제주시 구도심의 공동화(空洞化)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도로가 하나 더 생긴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사통팔달 도로를 뚫어놓았지만 여전히 수많은 차량들로 정체가 가중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7대 자연경관 선정의 효과로 관광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면 제주도가 또 어떤 거대한 중병(重病)을 앓게 될지 상상할 수 없습니다. 늘어나는 관광객 수에 맞춰 도로나 기반시설도 늘려야 하고 숫박 위락시설도 대폭 늘려야 합니다. 그건 개발과 파괴의 악순환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마치 이미 매립한 탑동바다를 재차 매립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제 말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관광이란 이름으로,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에 손을 대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되는 순기능만이 아니라 그 역기능도 따져보자는 것입니다. 자연경관을 자랑하면 그 좋은 자연경관을 파괴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한편으로는 평화를 외치면서 한편으로는 군사기지를 만들려는 것과 똑같은 자가당착일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건드리지 않고 내버려두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의 삶은 부유해진다.’는 헨리. D. 소로우의 말을 되새깁니다. <헤드라인제주>

 

김경훈 시인이 시(詩)로 전하는 세상살이 이야기는...

 

   
김경훈 객원필진.<헤드라인제주>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4.3이야기, 현시대의 시사문제, 책을 읽은 후의 느낌, 삶의 의미과 가치에 대한 생각 등을 시(詩)를 통해 세상을 들여다봅니다.

 

 프로필.

1962년 제주에서 태어났고 제주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시집으로 「운동부족」, 「한라산의 겨울」, 「고운 아이 다 죽고」,「삼돌이네집」, 「눈물 밥 한숨 잉걸」이 있고 마당극대본집으로 「살짜기옵서예」가 있다.
 

제주MBC 라디오 제주4.3 드라마 10부작「한라산」을 집필했다.

제주4.3 연구서인 「잃어버린 마을을 찾아서」와 「그늘 속의 4.3」, 「무덤에서 살아나온 4.3수형인들」을 공동집필했다.

현재 제주4.3사업소에서 일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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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훈 객원필진 kimkh459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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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의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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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국 2011-05-19 10:42:14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고 자연 재앙이 닥쳐야 뒤늦게 후회를 합니다.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깽판에 대하여는 압권입니다...
5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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