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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가을날의 아픔...역사를 넘어 노래한 '평화'

박성우 기자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승인 2011.04.02 22:41:46     

제주민예총, 63주기 4.3전야제...역사적 아픔 디딘 '화합' 메시지

매일 뜨는 반달에도 기뻐하고 고추잠자리 한 마리에 들떠하던 평화로운 마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그 해 가을날에 다시 만나기로 했던 이들은 온데간데 없고, 남아있는 자들만 응어리진 슬픔을 간직한채 살아가고 있다.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장정언)이 주최하고, 사단법인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제주도지회의 주관으로 열린 제주4.3 63주기 전야제가 2일 저녁 6시30분 제주특별자치도 문예회관에서 열렸다.

   
63주기 4.3을 하루 앞둔 2일 제주도 문예회관에서 4.3전야제가 열렸다. <헤드라인제주>
'재회, 그 해 가을날의 약속'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전야제는 민중가수 최상돈씨의 총연출로 63년 전 제주 섬 사람들의 이별과 재회를 그리며 가슴 아린 이야기를 풀어냈다.

본 무대에 앞서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일본 '제주4.3을 배우고 행동하는 모임'의 유다카 우미세토 회장은 '아 한라산'노래를 부르며 4.3의 뜻을 같이했다.

이별을 앞두고 재회의 약속을 하는 옛 제주의 삶을 그린 1부 '약속'에서는 사물놀이 마로의 삼석울림으로 시작됐다.

   
천진난만하게 뛰노는 마을 어린이들. <헤드라인제주>
   
천진난만하게 뛰노는 마을 어린이들. <헤드라인제주>
사물놀이의 경우 경쾌한 꽹가리와 우렁찬 징 소리가 흥을 돋구기 마련이지만, 이 날의 악기들은 구슬픈 가락을 내뿜었다. 잔잔하게 들려오는 시조 소리도 가슴 한 켠을 울리는데 한 몫 했다.

사물놀이 마로의 공연에 이어 풍물굿패 신나락과 어린이민요단 소리나라는 당시의 제주인의 삶을 담았다.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은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며 평화로운 마을을 만들었다.

마을 사람들도 활기차게 뛰어노는 어린이들과 함께 손을 맞잡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2부 '가을'에 접어들자 평화로운 마을풍경과 왠지 어울리지 않는 이들이 자리하며 마을은 불안에 휩싸였다. 인민복을 입고 뒷짐을 진 채 마을 사람들을 내려보는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평화롭던 와중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마을. <헤드라인제주>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한 마을 어린이들. <헤드라인제주>
   
마을 사람들의 죽음을 안타깝게 쳐다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부당함에 맞서려는 청년과 그를 만류하는 가족들. <헤드라인제주>
갑작스런 그들의 출연에도 동요치 않고 일상을 이어가던 마을에 별안간 총성이 들렸다. 해맑던 어린이들이 하나 둘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순간 정적에 잠긴 마을, 이내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퍼졌다. 가족의 부당한 죽음에 젊은이들이 먼저 들고 일어섰다.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 그들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항쟁했다.

단풍 물들던 그 해 가을날의 기억이다.

풍물굿패 신나락과 놀이패 한라산, 민요패 소리왓, 제주민예총 음악위원회 원은 핏빛바람이 불던 그날의 생생한 현장을 그려냈다.

   
시를 낭독하고 있는 홍성수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헤드라인제주>
   
4.3전야제에 참석한 관객들. <헤드라인제주>
노루를 따라 거친 눈 밟으며 밤 깊은 중산간 마을로 내려오면, 정지문 안에는 그을린 어머니가 아직 돌아가시지도 않고 솔칵불 아래 졸며 날 기다리고 계셨다.

마을을 감싸고 바람막이로 서 있는 시누대가 북풍에 저려 몸 비빌 때, 돌각담 틈으로 성긴 눈발 창날처럼 쏘아질러도, 때 이른 저녁잠은 왜 그리 쏟아졌을까.

한밤에 다시 맞은 예순 세 번째의 사월 제일(祭日), 허위허위 기어 함께 내려왔던 동무들의 핏빛 온기 아직도 느껴지는데, 폐촌에는 인귀들만 숨어있다 쫓아오는구나.

김석교 시인의 '어떤 귀향'이 홍성수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의 입을 통해 낭독됐고, 장내는 일순 숙연해졌다.

이어 현악4중주와 현행복 테너는 1851년 영국의 식민지로 억압당했던 아일랜드의 민요 '아 목동아'를 연주하며 평화의 염원을 담았다.

   
4.3전야제에서 '아 목동아'를 열창하는 현행복 테너. <헤드라인제주>
   
4.3전야제에 출연한 현악4중주. <헤드라인제주>
3부 '재회'에서는 아직도 찾아야 할 기억이 많은 오늘날을 그리며 '평화'와 '상생'을 외쳤다.

'영혼을 노래하는 음유시인'으로 불리는 재일동포 민중가수 이정미씨는 헤어짐의 아픔과 슬픔에 억눌린 마음을 풀어냈다. 지난 2005년부터 해마다 4월 3일이 다가오면 전야제를 찾아오는 그녀는 올해에도 평화를 바라는 목소리를 전했다.

무대의 대미는 '애기동백꽃의 노래'가 장식했다. 평화를 외치며 자리한 이들은 양손에 분홍빛 동백꽃을 들고 화합의 장을 만들었다.

무대를 연출한 출연진과 관객 구분할 것 없이 모두가 하나되는 시간. 가슴 아픈 기억을 화합과 상생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4.3의 발걸음은 아직 진행중이었다. <헤드라인제주>

   
분홍빛 동백꽃이 무대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올해도 4.3전야제에 참석한 재일동포 민중가수 이정미씨. <헤드라인제주>
   
63주기 4.3을 하루 앞둔 2일 제주도 문예회관에서 4.3전야제가 열렸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분홍빛 동백꽃을 들고 있는 어린이들. <헤드라인제주>
분홍빛 동백꽃을 들고 있는 어린이들. <헤드라인제주>

63주기 4.3을 하루 앞둔 2일 제주도 문예회관에서 4.3전야제가 열렸다. <헤드라인제주>
63주기 4.3을 하루 앞둔 2일 제주도 문예회관에서 4.3전야제가 열렸다. <헤드라인제주>

'제주4.3을 배우고 행동하는 모임'의 유다카 우미세토 회장. <헤드라인제주>
'제주4.3을 배우고 행동하는 모임'의 유다카 우미세토 회장.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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