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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날 잡혀간 형님...얼굴이라도 봤으면"

김두영 기자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승인 2011.04.03 10:12:11     

[인터뷰] 제주4.3 63주기...마르지 않는 유족들의 눈물

   
한 4.3희생자 유족 위패봉안실을 방문, 위패를 어루만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내 아버지, 누이, 어린 동생들이 무참하게 희생됐던 4.3이 63주기를 맞았지만 아직도 유족들의 눈에는 눈물이 마르지 않고 있다.

제주4.3 63주기를 맞아 위령제가 열리는 제주4.3평화공원에는 많은 비가 쏟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4.3당시 희생된 가족들의 넋을 위로하고 영면을 기원하기 위해 많은 유족들이 방문했다.

유족들은 위령제단 뒤쪽의 위패봉안소를 찾아 제를 지내거나 4.3당시 희생된 가족들의 이름을 찾아 어루만지며 눈물을 짓기도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위령제가 열리는 4.3평화공원을 찾은 김면춘씨(76). 그는 4.3당시 희생돼 아직까지 유해조차 찾지 못하고 행방불명된 형님과 형수님을 만나기 위해 위패봉안소를 방문했다.

봉안소내 수많은 위령비 중 형님의 이름을 보고 눈물을 삼키던 김씨. 두손을 모아 형님과 형수님이 편히 쉴 수 있기를 기원했다.

4.3당시 그의 형님과 형수님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화를 당했다. 결혼식장에서 영원히 함께 할 것을 맹세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이유도 모르고 잡혀갔던 김씨의 형님과 형수님은 결국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김씨는 "그날 결혼식을 올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 잡혀가서 다시는 형님과 형수님을 보지 못했다"면서 "당시 결혼식만 올리고 혼인신고를 올리지 못해 우리 형수님은 아직도 우리 가족명부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비해 지금은 4.3에 대한 진상이 드러나면서 많은 것이 달라지고 있지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우리 형님과 형수님이 아직도 남으로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지금이라도 형님과 형수님의 혼인신고를 올려 형수님이 우리 가족명단에 포함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3희생자 유족들이 위패봉안실을 방문, 봉헌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4.3희생자 유족들이 위패봉안실을 방문, 봉헌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영감이 몇년만 더 살았으면 이 좋은 세상 보고 갔을 것인데..."

시아버지와 시어머니가 4.3당시 희생됐다는 오희자씨(75). 매년 이때만 되면 4.3평화공원을 찾고 있는 오씨는 비어있는 자신의 옆자리가 아쉽기만 하다.

평생을 4.3당시 희생된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해 말도 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앓아야 했던 남편. 평소에 술을 좋아하던 그는 4.3특별법이 제정된지 2년 후 눈을 감고 말았다.

오씨는 "그렇게 평소 아버지와 어머니가 희생된 것에 대해 말도 제대로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대더니 이렇게 좋게 변한 세상을 보지도 못하고 혼자 가버렸다"면서 "몇년만 더 살아있었다면 대통령이 사과하는 것도 보고 얼마나 좋았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4.3당시 시아버지와 시어머니, 그리고 어린 조카가 집에 함께있다 갑자기 불려가 잡단으로 학살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제 남편도 죽고 남은 것이 나밖에 없는데 몇년 후에는 우리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는 어떻게 하나"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아직도 어린 아이들의 경우 4.3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학교에서라도 4.3에 대해 정확하게 알려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말했다.

   
4.3희생자 유족들이 위패봉안실을 방문, 봉헌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4.3희생자 유족들이 위패봉안실을 방문, 봉헌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4.3홀대가 점점 심해져...국가추념일로 지정돼야"

4.3당시 바다에서 일을 하시던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가 갑작스럽게 경찰에 잡혀가 희생되셨다는 김영식씨(61). 할아버지의 얼굴을 한번도 보지 못했했지만 이 곳에 올 때마다 할아버지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아 눈물이 난다고 한다.

김씨는 "4.3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큰 비극이라고 할 수 있지만 국가의 인식은 제주의 작은 일로만 여기고 있는 듯 하다"면서 "그나마 노무현 대통령 때에는 대통령님이 직접 제주를 방문하시고 4.3희생자들에 대한 사과를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국무총리가 오고 있다. 바로 이것이 4.3을 홀대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해 조금씩 상황이 좋아진다고 하지만 정부에서 4.3을 이렇게 홀대한다면 나중에 어떻게 변할 지 알 수 없는 일"이라면서 "4.3에 대해 전국에 알리고 이를 국가추념일로 지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세기 넘도록 고통과 억울함 속에서 숨어 눈물을 흘려온 4.3유족들. 이제는 원없이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게 됐지만 아직도 갈길이 먼 여정으로 인해 그들의 눈과 마음에 흐르는 눈물은 멈추지 않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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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영 기자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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