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월평마을 올레 8코스 속칭 '해병대길'이라고 불리는 지역에 포클레인을 동원한 공사가 진행되면서 환경훼손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서귀포시 월평마을 아왜낭목에서 대평포구까지 15.2km에 걸쳐 뻗어 있는 올레 8코스에는 속칭 '해병대길'이라고 불리우며 올레꾼들의 발길을 끄는 장소가 있다.
깎아 지른 듯한 예래동 갯각 주상절리대(들렁궤)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매력에 올레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 곳은 주상절리대에서 돌이 떨어질 수 있다는 낙석 위험성이 제기되며 지난해 폐쇄돼, 올레꾼들의 출입이 통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올레꾼들은 해안가 바로 옆에 솟아 오른 주상절리대에 바싹 붙어서 올레코스를 걷고 있다.
이처럼 코스 개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서귀포시는 결국 이 곳에 올레길 조성을 위한 공사에 들어갔다.
현재 '해병대길'에 깔려 있는 자잘한 돌로는 파도를 이기지 못해 길이 유실될 수 있고, 제대로된 올레길의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포클레인 동원 공사가 이뤄진 올레8코스 해병대길. <사진=제보자, 헤드라인제주> |
결국 서귀포시는 지난달 12일 포클레인으로 이 곳에 파도에도 끄떡 없는 '큰 돌'을 옮겨놓는 공사를 발주했다.
포클레인은 해병대길에서 인근의 '큰 돌'들을 주상절리대 밑으로 옮겨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같은 공사는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공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길에 또 다시 인위적으로 길을 낸다는 발상은 환경파괴적이라는 것이다.
실제 포클레인이 지나간 곳에는 해안가 특유의 동글동글한 '먹돌'이 모두 산산조각 나 있다. 포클레인의 '궤도' 자국도 여기저기에 상처처럼 남아 있다.
이 올레길을 자주 찾는다는 한 올레꾼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공사"라며 고개를 저었다.
김모씨는 "자연은 자연 그대로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 것인데, 포클레인까지 동원해 가며 공사를 하는 이유를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이미 복구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모습에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 해안가의 먹돌은 예전에는 맨발로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곱고 부드러웠는데, 이제는 포클레인에 의해 부서지면서 날카롭고 볼썽 사나워지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포클레인 동원 공사로 인해 해안가 자갈이 산산히 부서졌다. <사진=제보자, 헤드라인제주> |
지역주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올레꾼들의 이동을 편하게 한다는 취지라고는 하지만, 그 방법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강용훈 예래동연합청년회장은 "아름다운 해변이자 마을 주민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곳이 포클레인을 동원한 공사로 파괴됐다"며 "참으로 어이없는 파괴현장을 보고는 분노를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곳은 예래동 주민들의 애환이 많이 서린 곳인데, 이렇게 파괴하려고 올레길을 만들었느냐"며 "포클레인을 동원한 공사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귀포시 관계자는 "이 코스를 마냥 폐쇄할 수는 없어서 방안을 찾다가 큰 돌을 놓아 사람들이 다닐 수 있도록 하기로 했던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포클레인을 동원할 수 밖에 없었다"며 사업의 불가피했음을 역설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주민들의 반발이 커서 현재 공사는 중단된 상태"라며 "앞으로 지역주민과 관계자들이 모여 최적의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사가 중단됐다고는 하지만, 이미 깨져버린 먹돌과 파괴된 자연환경은 되돌릴 수 없다는 측면에서 이번 공사 시도는 '무리수'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