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초등학생 시험 스트레스..."밤 12시 이후 취침"

윤철수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승인 2011.11.17 11:43:04     

초등학생 일제고사 설문결과..."절반이 자정 후 잠"
"식사 대충, 학원에 쫓기고"...전교조 "일제고사 폐지해야"

전교조 제주지부가 17일 발표한 초등학생들의 제학력평가(일제고사)에 따른 생활패턴 관련 설문조사 결과는 '시험 스트레스'가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설문조사는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일제고사인 제학력평가를 앞두고 제주도내 13개 초등학교 4-6학년 어린이 1071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에서 제학력평가 시험 점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있어서는 91%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교육청은 학습목표 도달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실시한다고 하지만, 정작 시험을 치르는 어린이들에 있어서는 '점수'가 매우 중요하게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제학력평가 때문에 사교육 의존도 역시 상당히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학원에 다닌다고 답을 한 어린이들이 무려 59%로 나타났고, 과외나 학습지 등으로 공부한다는 어린이도 16.6%에 달했다.

학원에서 공부하는 시간을 묻는 질문에서는 오후 7시 이전이라는 응답자가 많았으나, 저녁 8시까지(14.5%), 9시까지(6.7%), 그리고 11시까지(2.9%)라는 응답도 있었다.

문제는 학원에서 공부하는 어린이 중 저녁식사를 집에서 먹지 않는 경우 21.1%에 이른다는 것이다. 편의점이나 분식점에서 김밥이나 컵라면 등으로 해결한다는 어린이가 12.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아예 먹지 않는다는 응답자도 6.7%로 조사됐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제학력 평가시간에 어린이들이 잠을 자는 시간.

밤 9시(22.3%)나 10시(9.7%)에 잠을 잔다는 응답자는 그래도 양호한 편.

11시에 잠을 잔다는 어린이가 18.9%인데, 절반에 가까운 어린이가 밤 12시(30.4%)나 새벽 1시(18.7%)에 취침에 들어간다고 답했다.

저녁식사를 제대로 하지못한 상황에서 수면시간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학력 평가에 있어 좋은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24.2%가 "점수를 잘 받으면 부모님이나 학원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해준다"라는 보상적 측면을 들었다.

반대로 나쁜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있어서는, "시험을 잘 못볼 것 같은 불안감을 갖게 된다"(30.2%)는 점을 우선적으로 들었다.

#초등학교 교사 52% "제학력평가 폐지해야"

제주도내 13개 초등학교에 근무 중인 교사 25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교사들 역시 제학력평가의 시행에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51.6%가 "제학력평가를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표집평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26%로 조사됐다. 그러나 "현행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은 14.3%에 불과했다.

#전교조 "제2의 스티브잡스는 언어도단...제학력평가 즉각 폐지해야"

전교조 제주지부는 17일 오전 10시 제주도교육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학력평가와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후, 제학력평가를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초등학생들의 학습목표 도달 정도를 확인하기 위한 제학력갖추기 평가가 당초 목적과는 다르게 비교육적인 모습들이 난무하고 있고, 시행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양성언 교육감이 내년 예산안 제출에 즈음한 시정연설에서 2012년 제주교육의 기본계획을 공개하며 제주교육의 방향을 창의·인성 교육으로 정하고 제2의 스티브잡스를 길러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부분에 있어서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전교조는 "학교 현장의 자율성에는 족쇄를 채워놓고 말로는 제2의 스티브 잡스를 운운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결론적으로 전교조는 "학교현장에서 벌어지는 교육과정 파행, 그리고 초등학생들의 건강 문제에 대해 심도있는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제학력평가를 우선적으로 폐지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헤드라인제주>

   
초등학생 제학력평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전교조 제주지부. <헤드라인제주>
   
초등학생 제학력평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전교조 제주지부. <헤드라인제주>

<기자회견문>

어린이들의 건강을 해치고 학교의 교육과정 자율성을 가로막고 있는 제학력갖추기평가를 폐지하라!

 11월 15일에 제학력갖추기평가가 도내 초등학교 4~6학년 23,320명을 대상으로 일제히 치러졌다. 일 년에 두 번 제학력평가를 치루며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평가 점수에 긴장하고 불안해하며 한편으로는 보상을 기대한다. 평가 결과는 학년별, 과목별 원점수와 평균, 정답률, 문항반응분석, 우선복습문항 등을 산출한 학교별 성적 일람표와 개인별 성적표가 12월16일까지 학교로 통보될 예정이다.

 제주교육과학연구원은 2011학년도 제학력갖추기평가 시행계획에서 평가문항 출제 원칙을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추어 학교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단순한 암기와 기억력에 의존하는 평가는 지양하고 문제해결력을 측정할 수 있는 문제로 난이도 등을 고려하여 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평가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는 현장의 목소리들이 들렸다. 4학년, 5학년 사회 문제를 잘못 출제하여 시험 보는 중간에 문제를 수정하라는 메신저가 여러 번 전 교사에게 전달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혼란스러움이 있었다. 그리고 인터넷 수업자료사이트에서 그대로 인용한 문제들이 많이 출제되었고, 비슷한 문제를 세 문제나 출제하는 등 문제 자체의 문제가 많았고 검토도 제대로 되지 않은 문제투성이였다.

 4학년 과학은 서술형 문제 수는 늘렸지만 탐구력을 요하는 문제가 아니라 거의 단답형 문제였고, 선다형 문제도 암기를 해야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많이 나왔다. 5학년 수학 문제는 필요한 준비물인 자를 미리 준비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도형을 그리라는 서술형 문제가 출제되어 어린이들이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시험 스트레스로 구토를 하거나 두통으로 보건실을 찾는 어린이도 여러 명 있었다고 한다.

 제학력평가의 시행 목적은 제학년에 갖추어야 할 학업성취 수준을 파악하여 기초․기본학력의 정착과 학력 향상을 제고하기 위함인데 실제는 이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평가의 근본 목적은 사라지고 다양한 형태의 비교육적 모습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리고 시행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11월 7일부터 11일까지 전교조제주지부에서 도내 1,07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초등학생 실태 조사에 의하면 시험을 잘 보면 가정과 학원에서 보상을 해주는 경우가 약 25%정도나 되었다. 제학력 평가에 대비해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에 의존하는 경우가 76%에 달했고 학원에서 저녁 6시 또는 그 이후까지 남아 공부하는 경우도 79%나 되었다. 저녁 8시, 9시까지 학원에서 공부를 하기 때문에 10%나 되는 어린이들은 컵라면 등으로 저녁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또한, 밤 11시 이후에 잠을 잔다는 어린이들이 68%에 달했고, 특히 새벽 1시에 잠을 자는 비율이 18.7%로 조사되어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교사 설문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평가 과목인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수업 등 교육과정 운영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고 평가를 항상 의식하며 수업을 진행하거나(26%) 평가 문제 출제 경향을 고려하며 수업을 한다(57%)고 응답을 한 경우가 많았다. 제학력평가로 인해 교육과정이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제학력평가가 학교나 교사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현실은 학교 교육과정을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말을 하면서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표리부동의 전형이라고 진단하게 만든다.

 양성언 교육감은 15일 열린 제288회 제주도의회 제2차 정례회 시정연설에서 2012년 제주교육의 기본계획을 공개하며 제주교육의 방향을 창의·인성 교육으로 정하고 제2의 스티브잡스를 길러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학교 현장의 자율성에는 족쇄를 채워놓고 말로는 제2의 스티브 잡스를 운운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제주지역 교사들은 제학력평가가 일률적인 줄세우기로 학생․교사․학교 간 경쟁을 부추기고 있으며 여러 문제점이 있으므로 제학력평가를 중단하는 것에 77.6%나 되는 교사들이 찬성하고 있다. 그에 비해 제학력 평가를 계속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은 19.7%에 불과하였다.

 11월 16일 제주도교육청이 제주도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제주교육과학연구원이 지난 9월2일부터 5일까지 교사 130명(초등교사 75명, 중등교사 120명), 학생 140명(초등학생 84명, 중학생 56명)을 대상으로 ‘제학력갖추기에 대한 타당성 등에 대한 교사, 학생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한다. 실제 응답한 수를 보면 교사는 초등 61명, 중등 59명에 불과하다. 덧셈을 잘못한 것인지 오타인지 모르겠으나 그런 점에서 교육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갖게 만들고 있다. 설문 문항은 네 가지인데 제학력평가의 시행 횟수와 난이도, 서술형 문제 배점 비율, 평가 과목수를 묻고 있다. 제학력평가가 학교나 교사의 교육과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제학력평가에 대한 교사의 의견은 무엇인지를 들으려는 내용은 없고 제학력평가를 실시하는 것을 전제로 한 내용의 설문이다. 학생 설문도 별반 다르지 않다.

 도교육청은 전교조제주지부가 지난 6월 13일자 성명서(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제학력갖추기평가’를 폐지하라!)와 7월 11일자 성명서(경쟁만능 제일주의 부추기는 일제고사 폐지하라!)에서 밝힌 것처럼 일제고사로 인해 학교가 얼마나 파행적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교육과정 파행, 그리고 초등학생들의 건강 문제에 대해 심도있는 조사가 필요하다. 우리의 설문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면 언제든지 공동으로 조사할 용의가 있다.

 초등학교 교육목표인 “풍부한 학습경험을 통해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균형있게 자랄 수 있도록 하며”,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다양하게 표현하며 타인과 공감하고 협동하는 태도를 기른다”를 실제로 학교 현장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청에서 할 일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필요한 조치는 제학력평가의 폐지가 그 첫걸음이다.


2011년 11월 17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제주지부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윤철수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