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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의 아픈기억...그 역사의 발자취를 찾아가다"

김두영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승인 2011.11.27 17:27:09     

제주4.3도민연대, 4.3항쟁 63주년 하반기 역사순례
"목숨 바쳐 싸웠는데 비석엔 한줄도 없네요"

제주4.3 63주년을 맞아 4.3의 발자취를 따라 그 역사적인 현장을 둘러보고 당시의 흔적을 찾아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이하 4.3도민연대)는 27일 회원과 제주도민 등 약 4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4.3항쟁 제63주년 맞이 도민과 함께하는 4.3역사순례를 개최했다.

그동안 진행된 4.3역사순례는 4.3당시 큰 피해를 겪었던 지역을 중심으로 4.3이 남긴 상처를 확인하는 자리였다면, 이번 순례는 제주4.3사건이 전개된 과정에 대해 알아보는 자리로 마련됐다.

순례는 4.3사건의 시발점이 되는 사건이 발생했던 제주시 관덕정을 시작으로 조천읍 와흘리 김용철의 묘와 구좌읍 덕천리 큰곶검흘굴, 구좌읍 송당리의 잃어버린마을 장기동과 조천읍 교래리의 이덕구 산전을 둘러보는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오전 9시 4.3해원방사탑이 위치한 제주시 신상공원에 모인 순례 참가자들은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후 관덕정으로 자리를 옮겼다.

   
27일 마련된 4.3항쟁 제63주년 맞이 도민과 함께하는 4.3역사순례에 참가한 순례단이 첫번째 목적지인 관덕정을 방문했다. <헤드라인제주>
   
이날 순례에는 많은 학생들이 참여해 4.3에 대한 역사적 발자취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헤드라인제주>
   
이날 순례의 진행을 맡은 김석윤씨가 관덕정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관덕정에서 4.3사건이 격발됐다는 것...알고 계셨나요?"

조선시대 군사훈련을 목적으로 세워졌다는 관덕정. 많은 사람들이 그 유례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이 곳에서 제주의 가장 큰 아픔인 4.3사건이 격발됐다는 것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있는 이는 적었다.

특히 이날 순례에는 많은 학생들이 참가했었는데, 이 학생들은 관덕정에서 발생한 사건을 시발점으로 4.3사건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깜짝 놀랐다.

이날 순례의 진행을 맡은 김석윤씨는 "1947년 당시 28주년 3.1절 기념식을 마치고 행진을 하던 기마경찰의 말발굽에 어린아이가 치이며 쓰러졌지만 경찰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자 격분한 군중들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발포로 주민들이 쓰러졌다"며 "이 사건의 여파로 당시 도청을 비롯한 민관총파업이 이어졌고, 4.3사건이 발발하는 도화선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 곳은 무장대 사령관이었던 이덕구가 교전 중에 사망하자 그의 시신을 전시해 주민들에게 관람시킨 곳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순례에 참가한 이들 중 학생들의 경우 김씨의 설명을 들은 후 관덕정을 바라보는 눈길이 변했다. 학생들의 기억 속에서는 관덕정은 단순히 문화재였을 뿐인데 이같은 역사가 숨어있는 줄 몰랐던 것이다.

한 학생은 "솔직히 그동안 관덕정을 보면서 별 생각이 없었는데 방금 설명을 듣고 나니까 이 곳이 색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천읍 와흘리에 위치한 김용철 묘를 방문한 순례단이 묵념을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양동윤 4.3도민연대 공동대표. <헤드라인제주>
# "독립운동과 4.3항쟁...목숨을 바친 건 같은데, 4.3은 비석에 한줄도 없네요?"

관덕정을 방문한 후 순례단은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에 위치한 김용철 묘로 이동했다. 김용철은 4.3당시 조천중학원에 재학하던 중 경찰의 탄압을 피해 입산했다가 경찰에 체포된 후 고문을 받다가 이틀만에 숨졌던 인물이다.

당시 이 사건 외에도 2건의 고문치사사건이 더 발생하면서 제주사회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위기상황으로 변해갔다고 한다.

김용철 묘의 경우 가족묘지로 김용철 외에 많은 이들이 함께 잠들어있었다. 묘지를 방문한 순례단은 설명을 듣기 앞서 고인에 대한 묵념을 하며 그들의 억울한 넋을 달랬다.

묵념이 끝난 후 김석윤씨의 설명을 듣고 묘지를 둘러보던 중 한 학생이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가족묘지에 안장돼 있는 김용철 조상 중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이의 묘에는 이에 대한 내용이 상세하게 세겨져 있는 만면, 김용철의 묘에는 단순히 학생으로써 숨졌다는 내용만이 비문에 담겨있을 뿐 4.3에 대한 내용은 한마디도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질문을 들은 4.3도민연대의 양동윤 공동대표는 "예전부터 제주에서 4.3은 입밖으로 낼 수 없는 문제였기때문에 비문에서도 이같은 내용은 들어가지 않은 것"이라며 "이같은 상황이 바로 4.3의 현실로 우리가 이같은 제주4.3에 대한 올바른 진실을 밝혀냄으로써 이분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철 묘 방문을 바친 순례단은 남로당의 구좌면당본부가 있었던 큰곶검흘굴과 최초의 무장대로 불리는 오원권이 거주했던 마을인 잃어버린 마을 장기동을 둘러본 후 마지막 순례지인 이덕구 산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남로당의 구좌면당본부가 있었던 큰곶검흘굴을 방문한 순례단. 그러나 큰곶검흘굴은 철조망으로 막혀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했다. <헤드라인제주>
   
4.3당시 없어져버린 마을인 장기동 마을터를 방문한 순례단. <헤드라인제주>
   
순례단이 잃어버린 마을 장기동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역사적인 사건이 있던 곳인데...체계적인 관리 시급하다"

지난 1949년 2월 봉부8리 대토벌을 계기로 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하고 봉개리에 군부대가 주둔하면서 주민들이 근픈 산중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주민들이 은신하기 좋은 곳을 찾아헤매다 거친 오름 뒤편과 대나오름 서남쪽 숲속에서 임시 움막을 짖고 생활했었다.

그러나 토벌이 강화될수록 피난민들은 더욱 깊은 숲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고, 마지막으로 밀려온 곳이 바로 제주시 조천읍 고래리에 위치한 이덕구 산전이다. 이 곳은 현재 사려니 숲길이 조성된 곳으로, 입구에서 2km 들어가 계곡을 지난 후 오른쪽 숲길로 약 1.5km 지점에서 오른쪽 계곡을 지나가면 갈 수 있다.

이 곳은 토벌을 피해 온 주민들이 집단으로 거주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피난 주민들이 귀순한 1949년 봄 이후에는 무장대 사령부인 이덕구 부대가 잠시 주둔하면서 최후의 항전을 벌인 곳이다.

특히 이 곳에서 무장대 사령관이 이덕구가 교전을 벌이다 숨졌고, 결국 이덕구의 시신은 관덕정에 전시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으면서 무성한 풀과 나무로 우거져 있었고, 무장대 사령부 등이 있었던 곳으로 보이는 지점에는 돌로 쌓아 만들어진 집터만이 남아있었다.

한때 이 곳에는 당시의 생활상을 확인할 수 있는 무쇠솥과 그릇 등도 놓여 있었지만 어느틈엔가 그런 물건들이 모두 사라졌다고 한다.

이곳을 방문한 순례단은 관리조차 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하면서, 4.3역사현장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덕구 산전에 남아있는 생활터. 예전에는 무쇠솥 등의 집기들이 남아있었으나 지금은 돌을 쌓아 만들어진 터만 남아있었다. <헤드라인제주>
   
이덕구 산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순례단. <헤드라인제주>
   
이날 4.3순례에 참여한 순례단들. <헤드라인제주>
한편, 순례를 마친 후 순례단은 집결지였던 신산공원으로 돌아와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날 함께 논술을 공부하눈 친구들과 함께 순례에 참가했던 박창현군(16, 중앙중)은 "이번이 2번째 4.3순례 참가인데 이번에도 제가 몰랐던 4.3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박군은 "이번 순례의 경우 예전처럼 4.3피해지역을 중심으로 돌아본 것이 아니라 4.3사건의 발생에서부터 진행과정에 따라 역사적인 현장을 둘러보면서 4.3사건에 대해 좀 더 세밀하게 체험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 참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학생들과 함께했던 논술교사 이재숙씨(43, 여)도 "아이들에게 4.3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 참가했는데 상당히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며 "우리 교사들도 4.3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알고 이를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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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영 headlinejeju@headlineje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