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이 하수상한 요즘이지만 집에 앉아 방구들과 친구 삼는 내게는 그 하수상한 일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인지라 가끔은 괜히 혼자 섭섭하고 맘 상해서 속이 시끌거린다.
요 근래 우리 제주는 존재가 사라져버릴 만큼, 한순간에 공중분해가 될 것처럼 위태롭다. 서귀포의 강정해안에 군항을 짓기 위한 기반작업의 하나인 바닥을 고르는 작업이 해안을 이루고 있는 '구럼비'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 작업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지역주민들과 활동가들이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전투경찰들의 강압적이고 두려운 힘에 의해 강제로 진압되고 체포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며 악을 쓰며 발버둥치는 모습들이 나의 눈에 비치는 그 순간부터 나의 눈물샘은 홍수가 나고 말았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음이는 내 찝찔한 눈물을 열심히 할짝거리며 녀석의 시큰한 소화액과 애정이 듬뿍 담긴 침은 눈물과 콧물범벅이 된 내 얼굴을 씻어내며 축축한 내 속을 닦아준다.
"마음아~ 어떵허코이? 아휴!"
결코 내 발로는 한 번도 디딜 수 없을 그 바위투성이의 '구럼비'가 화약처방을 받는 모습에 왜 안타깝고 눈물이 나는 것일까? 그 '구럼비'를 발로 밟아볼 수도 없는 주제에 말이다.
왜?
아이를 업은 할머니는 이 추운 겨울을 길에서 저렇게 발을 동동 구르며 젊은 경찰들의 폭력 앞에서 울분을 씻어내며 버티고 있어야만 할까……
무엇 때문에?
오늘 일을 하지 않으면 한 푼이 아쉬울 하루살이 촌것들은 무엇을 위해 온 일상을 버리고 저렇게 온몸과 온정신으로 그것을 막으려 삶을 쏟아내고 있을까……
편을 가르고 선 두 편은 나누는 말이 같다.
편을 가르고 선 두 편은 말을 나눌 수 있다.
한 편은 척박한 땅과 거친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던 민초들.
그 맞은 편은 어제까지는 그들의 자식처럼, 형제처럼, 안타깝고 아깝기만 한 이 시대의 아니 이 나라의 비극적 역사를 몸으로 체험하고 있는 젊음들.
하지만 편을 가르고 마주선 그 순간부터 그들 사이엔 소통할 수 없는 언어만이 존재한다.
그러나 강정이 군항이 되기로 한 그날부터 우리는 편이 나뉘어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피폐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 젊은 청년들이 완전무장한 그 모습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에 가슴이 졸아든다. 하지만 비록 육지부에서 온 난생 처음 보는 경찰들이겠지만 그들도 우리의 자식이고 우리의 조카이자 사랑하는 연인이 있는 이 땅의 젊은이들이다.
그 젊은이들을 바라보는 내 눈에는 집단속에서 강력한 지위고하의 명령체계 속에서 복종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가슴에 흐르고 있을 젊은 눈물과 어찌할 수 없는 절망의 고뇌를 본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서로 갈등을 조장하는 이들에게 휘둘리며 살아야만 할까.
우리는 왜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인생의 황금과도 같은 시기를 피 토하도록 하는 것들은 과연 무엇일까.
삭막하고 처절한 절규와 절망의 검은 피가 쏟아지는 '구럼비'에 봄은 피어날 수 있을까.
<헤드라인제주>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