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휠체어를 받은 날 너무 감격스러워서 흑흑흑(^^~) 눈물도 콕 찍고.
당장 부르릉~ 시동을 켜고 마음이와 함께 마실을 나갔다.
그런데 중요한 건 우리 동네 길을 몰라요……-,,-;;;
결국 보름동안 우리 아파트만 빙글빙글 돌았다. 그러는 동안, 마음이는 아파트의 명물이 되었다. 해질녘이 될 즈음에 만난 분들과 낯 두껍게 인사도 하고~ 이쁘다고 해주면 대놓고 막 들이대는 만행을 저지르며 사람들과 친해지는 마음이랑 나.(^^V~)
그러던 어느 날, 큰길로 나가는 아파트 샛길 발견!!!~
"마음아~ 우리 여기로 한번 가보카?"
샛길 앞에서 고개만 빼쪼롬하게 내밀고 좌우 경계 한 번 해주고~
"마음아 가자.^^~"
그렇게 해서 동네에 발길을 들여 하루하루 골목을 하나씩 늘여가며 우리는 온 동네를 종알종알 간섭하고 다니고 있는 중이다.
세상의 변화를 여러 번 겪은 듯 한 기와집 옆 길가의 늙은 감나무.
밭담을 등지고 시서 푸르른 가을 하늘을 지키고 선 숙대낭.
밭마다 주렁주렁 노랗게 익어가는 귤.
파랗게 자라고 있는 튼실한 배추와 무. 그리고 그 옆 고랑에는 듬성듬성 파, 마늘에 갓이며 아직 털지 못한 콩깍지도 노랗게 익어간다.
그렇게 마을을 돌다가 문득 평생 허리 한번 못 펴고 먹고사는 것에 헉헉대야 했던 어머니가 생각난다. 평생을 새벽이슬 밟으며 나가 어스름을 등에 지고야 돌아와야 했던 어머니는 손바닥만 한 땅 한 평 못 갖고 늙어버렸다.
어머니. 아버지.
엄마. 아빠.
부모님.
천성이 농부인 우리 어머니. 지금도 아파트 화단, 한 평도 안 되는 그곳에 배추씨 뿌리고 유자차 담그고 남은 씨를 화단에 뿌려 나무로 키워냈던 그이에겐 여전히 자신의 땅 한 평이 없다. 그런 어머니가 떠올라 산책하다 말고 길가에 서서 한참을 멀리 파랗게 앉은 한라산을 바라보며 심장이 우는 것을 달래야 했던 어느 날.
"마음아. 하늘이 너무 맑아서이~ 눈이 시려서 눈물 난다……"
그런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방금까지 지치다고 헉헉대던 마음이가 곁에서 팔랑팔랑 꼬리를 친다.
"알았어. 그만 집에 가서 쉬자. 마음아 가자~"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