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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 출연금 질문에 '좌불안석'...왜 말 못했나?

윤철수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승인 2012.11.19 15:08:35     

제주도 금고 협력사업비 집행계획 '함구', 의구심 증폭
의회 "집행계획 왜 제출못해?"...道 "제출하면 오히려 문제"

제주특별자치도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지원받은 출연금을 세입예산으로 편성하지 않고 집행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연말 집행계획에 대해서도 철저히 함구하면서 의구심을 더욱 크게 하고 있다.

제주자치도는 2년마다 금융기관과 일반회계 및 특별회계 금고 업무 취급약정을 맺고 금고를 지정하면서, 협약에 따라 금융기관으로 지원받고 있다.

이에따라 2011년부터 2012년 일반회계 금고로 지정된 농협중앙회로부터는 30억원을, 특별회계를 맡은 제주은행으로부터는 2억3000만원을 각각 출연받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10월말 현재 약정된 출연금 중 절반도 집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으로부터 12억8500만원을 지원받아 집행한 것이 전부다. 남은 한달여 사이에 무려 15억여원 정도를 집행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한달여 사이에 이 막대한 예산을 집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당국이 이를 극도로 함구하고 있다는 것.

   
제주도금고 협력사업비의 집행계획에 대해 질문하고 있는 박원철 의원. <헤드라인제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기획관리실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19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김용범)의 제주도 기획관리실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이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박원철 의원(민주통합당)은 "제주도가 금고로 지정된 금융기관으로 약정받은 출연금조차 제대로 받아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세입예산 편성이 안되어 문제가 크다"면서 "내년부터는 세입예산에 편성해 사용하겠다고 하지만, 아직 집행하지 않은 기금을 어떻게 쓸 것인지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이 요청에 김남근 제주도 세정담당관은 난색을 표하며, 속시원한 답을 하지 않았다.

박 의원이 "왜 답을 시원하게 못하느냐"며 "내년부터는 세입예산에 편성해 사용한다 하더라도 이제 연말까지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는데, 이 기금들을 어떻게 쓸 것인지 계획서를 제출하든지 해서 집행되지 못하면 차라리 불용액으로 처리해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 세정담당관은 계획서 제출에 계속 난색을 표하면서, "그럼 알겠다"면서 "(의원님께서) 불용액으로 처리하라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불용액으로 처리하겠다는 것은 김 세정담당관의 '신경질적인 반응'의 표현으로 나온 말이다.

이에 박 의원은 목소리를 높이며 "그럼 기금을 어떻게 집행하겠다는 것이냐"고 묻자, 김 담당관은 "사업마다 기금이 모자란 부분이 있는데..."라며 집행계획을 명쾌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박 의원이 거듭 "집행계획을 갖고 오라"고 요구하자, 김 담당관은 "계획을 세우게 되면 계획대로 써야 하는데, 12월까지 사업이 발생하면 그 사업에 쓰고, 그 사업에 쓰지 못하면 기금에 활용할 수도 있는데..."라며 계획서 제출이 어려움을 어필했다.

김 담당관의 답변은 왜 집행계획서 제출이 어려운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얼핏 보기에는 '신경질적인 반응'으로 일관하는 모습으로 비춰져 감사장은 크게 경색됐다.

박 의원은 김 담당관의 답변태도를 꼬집으며, "자꾸 그렇게 답변하시니, 협력사업비가 마치 도지사의 '쌈짓돈'이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것이다"면서 "2년동안 고작 50% 조금 넘게 집행했는데, 왜 집행계획서를 제출하지 못하느냐"고 다그쳤다.

급기야 김용범 위원장까지 나서 "계획서 제출하세요"라며 가세했다.

뒤늦게 답변에 나선 공영민 기획관리실장은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쌈짓돈'으로 사용한 것은 전혀 없다"고 전제한 후, "집행계획서가 꼭 필요한 것이라면 제출하겠지만, 도민을 위해 이 기금을 쓸 계획으로, 지금 먼저 계획을 세워놓고 사용못한다면 불용이 되지 않느냐"면서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행자위는 제주도당국에 집행계획을 반드시 제출하도록 요구했는데, 제주도당국은 시종 곤혹스럽다는 표정만 지었다.

내년부터 세입예산으로 편성해 집행하겠다는 발표까지 한 제주도당국이 정작 이날 답변에서는 뭔가 숨기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의구심만 더욱 크게 했다.

박주희 의원(무소속)은 "2007년 이후 도금고 협력사업비 총규모가 94억원에 이르는데, 아무도 모르게, 증빙자료도 제출하지 못했다"면서 이 돈이 투명하지 못하게 집행되는 문제를 꼬집었다.

박 의원은 "민선 5기 우근민 도정이 거창하게 민간보조금을 개혁했고, 재정개혁을 했다고 하면서, 제주도에서는 어떤 기준도 없이 이를 집행했다"면서 "이러면서도 우근민 도정이 재정개혁 했다고 자화자찬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한편 제주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는 지난 4월30일부터 5월11일까지 제주도에 대한 종합감사를 실시하고, 금융기관 출연금 집행의 부정적 문제를 지적하며, 세입예산에 편성한 후 집행할 것을 지적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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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수 headlinejeju@headlineje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