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소음은 기본...물도 끊고 길도 끊고..."살 수가 없어!"

박성우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승인 2013.03.05 17:14:22     

[시민의소리] 아라택지개발지구 한켠 3가구 주택 '울분'
"소음 말도 못해...시도 때도 없이 단수...소수라 무시하나"

택지개발지구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제주시 아라동. 이미 올해 신구간을 전후해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입주가 시작될만큼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시가지의 면모를 제법 갖춰가고 있다.

그러나, 택지개발지구 한 쪽에서는 연일 이어지는 토목공사로 인해 큰 불편을 하소연하는 주민들이 있다. 이들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도 주민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들의 목소리에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5일 오후 찾아간 아라초등학교 뒤쪽 택지개발지구내 공사현장 인근에 세 가구가 살고 있는 3층짜리 주택. 큰 도로변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건물이 지어진지는 10년이 훌쩍 넘었다.

이곳에 살고 있는 박모씨(37)는 건물 전체가 울릴 정도의 소음과 진동에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다. 미리 한 마디 예고도 없이 물 공급이 끊기는 수도로 인해 생활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공사가 시작된 지난해 여름부터 박씨와 함께 이 집에 사는 주민들은 이렇게 6개월 이상을 지내고 있다.

박씨는 "택지개발 공사를 하는 것이야 이해를 하지만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 것이냐"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아라동 택지개발지구 공사현장 한켠의 민가. 끝을 모르는 공사로 울상을 짓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아라동 택지개발지구 공사현장의 한켠에 진입로가 흙더미에 막혀 있다. <헤드라인제주>
# "공사장 소음 90데시빌...시도 때도없이 수도 끊겨"

소음은 말 할 것도 없었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측정해 본 공사중 소음은 90데시빌(dB)에 육박했다. 운행 중인 전철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창 공사가 진행됐던 지난해 여름에는 창문을 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소음도 소음이지만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흙먼지가 집안에 수북이 쌓였기 때문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박씨의 어린 아이들까지 소음피해를 호소한다는 것이다.  "이제 1살, 3살짜리 아이들이 시끄럽다고 매일 울어대는데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으니 더 답답할 노릇이다"라고 박씨는 털어놨다.

여기에 시도 때도 없이 끊기는 전기나 수도는 박씨의 인내심을 시험한다.

박씨는 "어떤 날은 하루 3~4차례씩 수도가 끊겼고, 어떤 날은 8시간동안 물이 나오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했다. "아침 출근 시간에 물이 안 나오더니 저녁 퇴근할 무렵까지 수도가 끊겨 있어 집을 나와 찜질방을 찾아야 하나 고민도 했다"고 토로했다.

반나절동안 전기가 끊긴 날도 있었지만, 사전에 연락을 해줬으니 그나마 이해할 만 했다. 수도는 아무런 예고나 언질도 없이 갑작스레 끊겼다.

박씨는 "아무리 3가구밖에 살지 않는다고 해도, 이렇게 아무런 예고도 없이 마음대로 물을 끊을 수가 있느냐"며 "참다못해 현장소장에게 따졌더니 사람이 사는 줄 몰랐다고 했다. 이걸 변명이라고 들어줘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분을 삭였다.

박씨는 공사 때문에 도로가 끊겨 큰 아이의 어린이집 차가 들어오지 못해 진흙길을 걸어야 했던 기억도 떠올렸다. 끊긴 도로 입구에 안내판이나 차량진입을 막는 시설을 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박씨는 꼬집었다.

도로가 끊긴 것을 모르고 그의 집에 찾아오던 손님의 차량이 웅덩이에 빠진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 "땅 팠다가 다시 매립하기를 3차례나 반복…왜?"

그는 공사 과정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박씨는 "공사 전문가는 아니지만 땅을 팠다가 다시 메우기를 3~4차례나 반복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소장에게 물어보니 공사를 수주한 업체가 달라 여러차례 공사가 진행된다고 하는데, 이게 다 세금 낭비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해당 지역의 경우 상하수도 공사, 전선 지중화 공사, 통신시설 공사를 진행하면서 공사때 마다 땅을 파고 메우는 과정을 반복했다.

박씨는 "처음 땅을 팠을 때 한 번에 공사를 했으면 이렇게 오래 걸리지도 않았을 것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아라동 택지개발지구 공사현장 한켠의 민가. 진입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모습이다. <헤드라인제주>
   
정비되지 않은 길에 바퀴가 빠진 차량. <사진=제보자, 헤드라인제주>
# "제주시는 민원 제기해도 들은 척 만 척"

더 큰 문제는 여러 방면으로 민원을 제기했지만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씨는 "제주시청에 3~4차례나 민원을 넣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조속히 해결하겠다는 말 뿐이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씨 외에도 여러 방면으로 민원이 제기돼 왔음에도 제주시는 별다른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오늘이면 끝나겠지 하던 공사는 벌써 10개월째다.

박씨는 "어차피 평생 할 공사가 아니라 최대한 참아보려 했지만, 적어도 사람이 살 수 있게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제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 제주시 "여러 차례 민원 접수 사실...이달 중 마무리 짓겠다"

이와 관련해 제주시 관계자는 "여러 차례 민원이 접수돼 현장 확인을 거쳤고, 공사를 조속히 마무리 짓도록 현장에 지시도 내렸다"고 해명했다.

수 차례 땅을 파는 공사와 관련해서는 "상하수도나 전선 지중화 등 여러 공사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차량이 계속 오가야 하기 때문에 한 번에 공사를 끝내지 못했다"면서 "이달 중으로 공사를 마무리 짓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착공 전에 치밀한 대책을 마련해공사로 인해 시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느끼기에는 부족한 제주시 당국의 답변이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박성우 headlinejeju@headlineje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