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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체제 개편논의 '거창한' 마무리 수순...왜?

윤철수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승인 2013.05.02 09:19:50     

도의회 주문 '3개안' 설명회-여론조사, 어떤 의미있나
'끼워넣기 대안' 여론왜곡 우려...결과 누가 책임질까?

제주특별자치도가 그동안 중단돼 온 제주 행정체제 개편방향에 대한 논의를 이달 중 재개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민선 5기 제주도정 공약인 행정체제 개편 논의를 이달 중 재개해 앞으로 전문가 및 도민 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거쳐 도민공감대를 형성한 후, 객관적인 여론조사를 실시해 결론을 내리겠다고 2일 밝혔다.

최종 결론이 도출되는 시점은 당초 6월말에서 조금 늦춰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사실상 마무리 수순인 이 후속논의 계획에 대해 실효성 논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우근민 제주지사가 지난 도의회 도정질문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행정시장 직선제 등은 어렵다고 밝힌 것처럼, 어떤 결론이 내려지더라도 연내 법률 개정을 통해 내년 시행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제주도당국이나 도의회 모두 '물건너 간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도민 토론회나 공청회, 여론조사 등과 같은 '거창한 계획'은 오히려 도민사회 소모적 논쟁만 가열시킬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특히 제주도는 이번 재논의에서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었던 도의회 '부대조건' 내용을 그대로 수용해 진행시킨다는 입장이어서, 객관적인 도민의견 측정이 가능할지 자체가 의문시되고 있다.

도의회 부대조건은 "행정체제 개편 2개 대안 중 특정대안에 대해 결정짓지 말고 '행정시 권한 강화 후 개편'까지 포함해 도민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라"는 내용이다.

즉, 종전 행정체제개편위원회에서 많은 논의 끝에 압축한 △시장직선.의회 미구성안(행정시장 직선제) △시장직선.의회 구성안(기초자치단체 부활) 등 2개 안에 '행정시 권강화 후 행정체제 개편'이란 안을 추가해 3개 대안을 갖고 논의에 상정한다는 것이다.

이 추가된 안은 행정체제 개편논의를 뒤로 미룰 것인지 여부를 묻자는 것으로, 행정체제 개편 모델의 성격은 엄연히 아니다.

그런데도 '대안 모델'인 것처럼 끼워넣어지면서, 앞으로 여론조사 등에 상정될 경우 민심왜곡이 나타날 가능성은 매우 크다.

제주도가 현재 계획한대로 3개 대안을 갖고 의견조사를 한다면 결과에 대한 의미해석 자체를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여론을 심각하게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틀린 보기'를 주고 답을 선택하도록 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제대로 여론을 묻고자 한다면 종전의 2개 안을 갖고 공정한 설명 속에서 행해져야 하고, 도의회 추가안은 지금의 논의를 중단할 것인지 여부를 묻고자 할 경우 별도로 해야 할 성질의 것이다.

제주도당국이나 행정체제개편위원회 역시 이 점에 대해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는 "도의회가 요구했던 것이어서 어쩔 수 없다"면서 계획대로 '3개 대안'을 갖고 토론회와 공청회, 여론조사 등을 진행시키겠다고 밝혔다.

제주도의 한 관계자는 "도의회에서 부대조건으로 분명히 제시한 사항이기 때문에 이를 수용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면서 "토론회와 공청회, 여론조사 등의 과정을 정확히 진행시키는 것은 결과에 따른 갈등 표출의 소지를 차단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뭔가 '모순'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도의회 요구라는 이유만으로 3개 대안을 갖고 논의 재상정을 추진하는 제주도당국의 속내는 따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간적인 촉박함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반영이 어렵게 된 상황 속에서,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책임논란을 덜 수 있다는 계산이 엿보인다.

종전 2개안을 그대로 유지해 추진해 왔더라면 시기적으로 늦춰진 점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제주도당국이 질 수밖에 없고, 또 어떤 안이 선택되더라도 제주도당국은 상당히 후속조치에 부담이 컸을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도의회가 부대조건을 제시하면서 개편모델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고,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도의회와의 공동책임이 될 수밖에 없음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도의회가 '우둔한' 부대조건으로 제주도당국에 명분을 만들어준 셈이 돼 버린 것이다.

물건너간 것이나 다름없는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 설명회와 공청회, 여론조사 등을 진행하면서 빚어지게 되는 소모적 논쟁에 따른 사회적 비용,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지, 도민들은 이제 '무의미한 논의'를 어쩔 수 없이 맞딱드려야 할 상황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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