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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직선제' 권고안, 왜 '직접 수용' 미뤘을까?

윤철수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승인 2013.08.05 16:50:40     

[해설] 우근민 지사 '도민의견 들은 후 결정', 배경과 전망
촉박한 시간 불구 '우회 길' 왜?...'도민의견→의회 압박'?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우근민 제주지사. <헤드라인제주>

우근민 제주지사가 5일 발표한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의 권고사항에 대한 입장은 여러가지 정치적 계산이 가미된 결정으로 풀이된다.

당초 예상했던 수순의 '빠른 길'의 승부수라기 보다는, 다소 '우회하는 수순'의 방향을 택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행정체제개편위가 '시장직선.의회 미구성안'(행정시장 직선제)을 제주 행정체제의 최종 대안으로 선정해 제주도지사에게 권고할 때만 하더라도 '시간과의 싸움'이 가장 큰 과제로 꼽혔다.

도민의견을 하루속히 집약시키고, 도의회 협의절차를 거친 후 국무총리실에 제5단계 제도개선의 내용으로 제출하고, 이의 개정법률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려면, 제주에서의 후속 공론화 시간은 불과 1개월 남짓했다.

이에따라 이날 우 지사의 대도민 담화의 초점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행정시장 직선제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촉박한 만큼, 도의회나 도민사회에 '원샷 진행'을 위한 승부수 카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됐다.

행정시장 직선제가 '기초자치권' 보다는 한단계 아래의 차선책이지만, 현 시점에서는 이외 마땅한 대안이 없는 점을 강조하며 권고안을 전격 수용한다는 발표와 함께, 빠른 시일내에 도민사회의 '일치된 의견'으로 나아가자고 호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제주도청 내부에서도 행정체제개편위가 2년여간 비교분석과 토론회 등을 거쳐 마련한 최종 대안인 점을 존중해 최소 '권고안 수용' 입장은 발표되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은 빗나갔다.

◇ 우근민 지사가 발표한 권고안 입장 내용은?

우 지사는 이날 행정체제개편위의 권고안의 수용을 일단 유보했다.

도지사 '독단적'으로 권고안 수용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앞으로 설명회 등을 통해 도민의견을 들은 후 최종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도민보고회 프로그램은 별도로 곧 발표하겠고, 도민 여론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공정하고도 객관적인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도민의 대의기관인 도의회에도 이같은 과정 및 내용을 설명하고, 공식적인 의견을 듣겠다고 덧붙였다.

도민사회 의견수렴의 논의 전제는 현행 '특별자치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함 속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2006년 7월1일 특별자치도 출범 이전의 체제로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현 특별자치도 지위를 그대로 유지함 속에서 행정체제개편위가 제시한 권고사항의 내용을 갖고 토론하자는 것이다.

우 지사는 "이런 모든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한 후에 도민의 뜻과 의견이 모아지는 방향으로 최종 정책결정을 하고, 도지사가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앞으로 진행 로드맵은 '도민보고회(설명회) 개최 및 도의회와의 협의 → 여론조사를 포함한 의견조사 실시' 절차를 갖는다는 것이다.

'권고안에 대한 정책결정 수용'은 미뤄졌고, 도민의견 수렴 과정에 '설명회' 등의 절차가 추가된 것은 종전 예상된 수순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 '선 의견수렴, 후 정책결정' 카드 던진 배경은?

이런 '우회적 방향'의 카드를 던진 것은 행정적 판단 보다는 '정치적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권고사항의 수용결정을 유보한 것은 일단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때에는 도민사회 의견을 보다 집약시켜 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 배경에는 행정체제개편위의 권고사항 발표 후부터 지금까지 일주일간의 도민사회 논의흐름을 지켜본 '관전평', 그리고 '선(先) 정책결정'과 '후(後) 정책결정' 두가지 시나리오의 득실 등이 면밀히 계산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일주일간의 논의 흐름을 요약해 보면, '이미 결정된 사항'이라는 측면이 강하게 부각되면서 도의회 등에서는 논의자체를 기피하려는 모습을 보였고,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기초자치권 부활'이 무산된데 대한 반감이 적지않게 표출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先) 결정'이 이뤄질 경우, 도민사회 논의 초점이 흐려질 소지가 있고, 무엇보다 도의회가 논의를 회피할 가능성이 컸었다.

실제 도의회가 정책협의회 개최 거부사유로 든 것도 '이미 행정시장 직선제로 결정된 사항'인데 굳이 정책협의회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논리였다.

따라서 이번 우 지사가 밝힌 '로드맵'의 배경에는 도민사회에는 '도민들의 뜻에 따르겠다', 도의회에는 '아직 결정된 사안이 아니다'라는 것으로 해 논의의 물꼬를 트고, 공론화를 일궈내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고 할 수 있다.

'도민의견 수렴 후 정책결정'이란 방향성은 도의회에도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타임 오버', '의견수렴 결과'...도정의 책임정도는?

이와함께 이번 로드맵 이면에는 실제 제주도정이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제주형 기초자치모형 도입'이란 민선 5기 핵심공약의 이행에 관한 책임성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일단 기초자치단체 부활이 어렵게 된 이유는 행정체제개편위가 제시한 내용처럼 현 시점에서 '실현가능성' 부분을 들 명분은 갖춰지게 됐다.

또 행정시장 직선제가 실제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적용이 불가능하게 될 경우에도 '불가피한 사유'는 이제 모두 나온 셈이다.

도민의견 조사 결과 찬성의견이 낮을 경우, 혹은 의견수렴 과정이 예상외로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타임 오버'로 자동무산되는 경우, 도민사회 의견은 결집됐는데 정부나 국회 차원의 입법화 절차에서 좌절됐을 경우 등, 이 모든 경우의 수는 제주도정의 책임부담을 덜 수 있는 명분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번 우 지사의 로드맵 발표로 이제 '공'은 도민사회와 도의회로 넘어온 모양새가 됐다는 것이다.

◇ 보고회...도민의견 조사...앞으로 과제는?

우근민 지사는 구체적인 추진일정은 밝히지 않았지만, 일련의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시켜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년 선거 적용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정책결정'의 절차가 늦어도 8월말까지는 이뤄져야 한다는 시간적 촉박함을 고려할 때 이번 로드맵은 '우회하는 길'이면서도 '속전속결'을 전제로 하고 있다.

앞으로 20여일이라는 시간 속에서 도민보고회 내지 설명회를 개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도의회와의 협의를 진행함 속에서 최종적으로 '의견조사'를 실시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제주도당국은 빠르면 이번주 중, 늦어도 다음주부터는 설명회 개최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촉박한 일정 속에서 설명회는 일단 논의의 공간을 마련한다는데는 의미가 있으나, 실효성은 장담하기 어렵다.

행정체제 대안에 대한 설명회는 지난해 행정체제개편위 주관으로 수차례 진행된 바 있고, 이번 설명회의 경우 '행정시장 직선제'라는 권고사항의 내용을 전달하고, 직선제를 시행하면서 추가돼야 할 제도적 장치에 관한 의견을 받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기초자치권 부활 등 여러 대안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한 차원은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설명회에 많은 도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자칫 시간적 촉박함 때문에 설명회 개최 자체에 급급할 경우 '형식적 운영'이란 논란도 나올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설명회와 더불어 '방송토론회' 등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또 설명회 등에서 제시된 내용이 절대적 도민의견으로 일반화시킬 수 없는 점을 고려할 때, 결국 최종적으로는 여론조사 등과 같은 의견측정 방법으로 결론이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도민의견 조사'의 경우에도 공정성과 객관성 담보는 물론이고, 사전에 분명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한다.

예를들어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도민사회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나타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찬반의견이 팽팽한 결과 등으로 나타날 경우에는 '해석의 차이' 등으로 인한 또다른 논란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여러가지 복잡한 계산과 과제 속에서, 이제 '행정시장 직선제' 권고안에 대한 도민사회 공론화의 포문은 열렸다.

'선 의견수렴, 후 정책결정'이란 카드 속에서, 도민사회는 이번 제주도정의 '로드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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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수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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