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한동주 시장 '직위해제'...발언 진위 규명될까?

고재일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승인 2013.11.30 18:04:07     

[해설] 취임 석달만에 경질...'우 지사와 거래' 발언, 실체는?
한 시장 "어처구니 없는 말 실수" 해명 불구, 논란 확산

민선 5기 마지막 행정시장으로 재임할 것으로 예상됐던 한동주 서귀포시장이 공식행사장에서의 선거관련 발언 파문으로 30일 전격 직위해제됐다.

취임한지 불과 3개월여만에 경질된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날 오후 긴급자료를 내고 우근민 제주지사가 한동주 시장에 대해 30일자로 직위해제 조치하고, 제주특별자치도 직무대리 규칙에 따라 현 양병식 부시장으로 하여금 직무대리토록 했다고 밝혔다.

또 감찰부서에 발언경위 등을 상세히 조사한 후 공직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 행위가 드러날 경우 사법기관 등에 수사의뢰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단순한 직위해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감찰을 통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사실이 드러나면 수사의뢰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제주자치도는 앞으로 전 공직자는 내년 선거와 관련해서는 선거개입,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발언파문이 있은지 불과 몇시간만에 이뤄진 제주자치도의 '직위해제' 조치는 그만큼 이번 발언이 불러올 파장을 크게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시장은 "어처구니 없는 말 실수였다"고 해명했으나, 정치권이나 시민사회가 이번 일을 단단히 벼르고 나서면서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 한동주 시장, 행사장 돌출발언의 내용은?

이번 문제의 발언은 29일 오후 7시 서울 용산전쟁기념관에서 열린 '2013 재경 서고인 정기총회 및 송년의 밤' 행사장에서 돌출됐다.

한 시장은 이날 서귀포항과 인천 사이의 뱃길 개설을 논의하기 위해 인천지역 선사 등을 방문한 후 수행 직원 없이 혼자 이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행사는 서귀포고등학교 출신 재경동문들의 연말 모임으로, 한 시장은 서귀포고 2회 졸업생이기도 하다.

당시 행사장에는 약 100여명이 참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총회 시작 후 인사말을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 한 시장은 미리 준비해간 축사원고를 읽어내려가며 격려한 뒤, 원고없이 추가적으로 이뤄진 말에서 문제의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근민 제주지사가 내년 선거에서 당선되어야 자신도 서귀포시장직을 연임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 우 지사의 지지를 유도했다는 논란의 핵심이다.

한 시장은 "내년 6월 4일 지방선거가 치러지고 자신의 임기도 6월까지다"라며 "우 지사가 당선되면 저에게 서귀포시장을 더 해 서귀포시를 발전시킬 수 있는 것 아니냐라는 '내면적인 거래'를 했다"고 발언해 파문을 촉발시켰다.

'내면적 거래'란 말은 한마디로 우 지사가 내년 선거를 잘 치르면 자신을 민선 6기에서도 시장에 연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또한 '관권선거'의 밀약으로도 해석돼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 우 지사와 한 시장간에 이러한 '거래'가 있었는지는, 혹은 한 시장의 자가발전적인 발언이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확인한 길이 없지만, 이 내용은 충격 그 자체로 전해오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한 시장은 "시장에 취임해서 공무원 현항을 살펴보니 서귀포고 출신 공무원들의 승진이 많이 밀려 있었다"면서 "능력있는 직원들을 다시 정상으로 돌려놓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시청 내 6급 이상 서귀포고 출신이 50명이 있다는 등 서귀포시청 내에서 고교 출신별 공무원 수까지 구체적으로 열거하며, 서귀포고 출신 직원들의 승진 적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더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현직 시장이 공식석상에서 학연을 통한 공직사회 줄세우기를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심각한 파문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와함께, 자신이 시장직을 더 수행해야 각종 사업을 하는 동문들에게 계약을 하나라도 더 해줄 수 있다는 발언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단순한 '말 실수'?...'내면적 거래' 진위여부 촉각

이에대해 한 시장은 <헤드라인제주>와의 전화통화에서 "고교 동문회 자리이다 보니 말 실수를 한 것 같다"며 "우근민 지사와의 내면적 거래를 했다는 말은 분위기상 말을 이끌어 나가다 보니 없는 말을 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공무원들 중)고교 동문들의 승진에 대해서는 능력있는 직원들에 대해 정상적인 인사를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 왜곡됐다"며 "고등학교 출신별 공무원 현황을 파악하기는 했으나 별다른 목적은 없다"고 말했다.

한 시장은 "중요한 자리에서 어처구니 없는 말 실수를 한 것 같아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시장의 이번 발언은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지방정가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무엇보다 '내면적 거래'가 있었다는 내용에 대한 진위여부가 초점이다.

민주당 제주도당은 이날 긴급논평을 내고, "이번 일은 '현대판 매관매직'으로 우근민 도정의 부패가 드러난 사건"이라고 규정한 후, "우 지사는 이번 한동주 시장의 발언과 관련해 한치의 거짓도 없이 진위 여부를 스스로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도 성명을 내고 "한 시장의 발언은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며, 우 지사의 약속을 운운하는 부분에서는 우 지사까지 소환조사해야 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제주자치도는 한 시장을 직위해제 하고, 감찰팀으로 하여금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여부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 이러한 '내면적 거래'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 시장은 지난 1979년 공직에 입문해, 2007년 1월 지방부이사관으로 승진한 후 제주문화예술재단 사무처장, 문화관광교통국장, 문화관광스포츠국장 등을 역임했고, 올해 1월 정기인사 때 수출진흥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지난 8월14일 개방형직위 공모를 통해 서귀포시장에 취임했다.

시장에 취임한지 불과 3개월여만에 중도하차게 되는 비운을 맞게 된 한 시장이 이번 발언의 진위에 대해 어떻게 소명할지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

   
전격 경질된 한동주 서귀포시장. <헤드라인제주 DB>

<고재일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고재일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