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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된 행정체제 개편...지방선거 책임공방 예고

윤철수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승인 2013.12.26 18:45:32     

[연말결산] (1) 무위로 끝난 제주행정체제 개편, 책임론은?
3년여간 도민사회 논란...지방선거 최대 쟁점 부상할 듯

계사년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올해 제주사회는 그 어느 해보다도 다사다난한 해였다.

제주 관광사(史)의 한 획을 긋는 관광객 1000만명 시대 개막과 외국인 관광객 200만명 돌파, 제주인구 60만명 돌파, 세계환경수도 향한 발걸음 등 희망적인 소식도 있었지만, 고통과 시련도 적지 않았다.

여름내내 지속됐던 사상 유례없는 긴 가뭄과 급속히 확산된 소나무 재선충병 등이 그것이다.

또 강정 제주해군기지 갈등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 상황에 놓여있고, 3년여간 논의를 해오던 제주행정체제개편 문제는 소모적 논쟁으로 끝나고 말았다.

하반기에 들어서는 연이어 터져나온 공직사회 비리와 고위공직자의 부적절한 발언 등으로 충격과 파문도 적지않았다. 급박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제주사회는 다시 내년 지방선거 정국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는 2013년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올해 제주의 주요 이슈를 정리해본다. 다가오는 2014년, 갑오년 새해에는 소통의 활로를 더욱 넓히고, 희망을 나누는 사회가 되길 희망해본다. <헤드라인제주>

 

(1) 제주 행정체제 개편 무산

올 한해 제주사회의 주요 이슈 중 정치행정분야에서는 제주 행정체제개편 논란이 최대 쟁점이었다.

행정체제개편 논란은 민선 5기 우근민 제주도정의 출범과 함께 시작되어, 올해 10월까지 3년4개월간 지속되어 왔다.

지난 9월16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원포인트 임시회'에 상정된 제주행정체제개편위원회의 권고안인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이 부결되고, 10월7일 우근민 제주지사가 주민투표 강행을 포기하고 '논의 유보' 선언을 하면서 논쟁은 일단락됐다.

막바지 갑작스럽게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됐던 이 사안은 민의를 중심에 둔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평을 받으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책임론과 더불어 새로운 개편대안을 두고 '2라운드 공방'이 예상된다.

문제는 현재의 논란상황이 왜 초래됐는지에 대한 명확한 정리가 이뤄지지 않은채 이전투구식 논쟁만 계속되면서 '민의총화'를 하지 못한채 중단됐다는데 있다.

행정체제 개편 논의의 시작은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우근민 후보의 공약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당시 '기초자치권 부활'을 공약했다.

당시 보도됐던 내용을 보면 골자는 "지방자치법상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하려는 것이 아니라 제주특별법을 개정함으로써 실현 가능한 것으로, 이 기초자치단체는 법인격이 없으며, 단체의 장은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지만 기초지방의회는 두지 않고 도의회에 지역상임위원회를 두어 실제로 기초지방의회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선거기간 중 이 내용은 '기초자치단체 부활'의 의미로 전달되면서 지금의 '공약 불이행' 논란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당시 새누리당 후보측은 현행체제 유지를, 민주당 후보측은 제주시.서귀포시.동제주.서제주 등 4개 준자치시 체제를 도입하고, 4개 준자치시에 시장 직선제 도입 및 인사권.예산권 등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민선 5기 제주도지사에 당선된 우근민 지사는 취임 후부터 줄곧 "2014년 지방선거 때부터 시장 직접 선출"을 약속하며 이의 추진을 선언했다.

하지만, 취임초기 공약 타이틀에서는 여러번 변화가 있었다. '기초자치단체 부활' 내지 '기초자치권'이란 표현은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모형'으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2011년 3월9일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 설치 운영 조례'가 제정 공포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지금의 행정체체개편위원회 출범 근거가 된 조례이다.

당초 제주도는 '기초자치모형 도입을 위한 추진위원회'라는 명칭으로 해 조례안을 제출했으나, 도의회 심의과정에서 '행정체제개편위원회' 조례로 대안 의결됐다.

우 지사가 공약한 '기초자치모형' 도입 추진에만 초점을 두지 말고, 여러 행정체제 개편 대안을 찾아 모두 검토하라는 의미다. 이 때부터 사실상 공약추진이 꼬였다고 볼 수 있다.

이 조례가 공포된 후 한달 후인 4월11일 학계, 시민단체, 전문가 등 15명으로 구성된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출범했다. 위원들 중에서는 도의회가 추천한 인사들도 포함됐다.

이후 논의가 본격화됐다. 행정체제개편위는 한국행정학회에 연구용역을 의뢰했는데, 최초 12개의 경우의 수를 놓고 검토가 이뤄졌다. 그리고 다시 비교검토 및 의견조사 등의 방법으로 압축과정을 거쳐 5개안이 제시됐다.

최초 제시된 5개 대안은 △현행 유지 △시장직선 △읍면동 자치강화 △기초의회만 구성 △시장직선 및 기초의회 구성 등이다.

행정체제개편위는 다시 이 5개안을 갖고 전문가 및 도민의견 조사 등을 거쳐 지난해 2월 최종적으로 △시장직선 △읍면동 자치강화 안 △시장직선 및 기초의회 구성안 등 3개 대안을 설정했다.

이어 도민설명회 등을 거쳐 지난해 8월9일, 행정체제개편위는 지금의 '행정시장 직선제'안과 '기초자치단체 부활' 2개안을 최종 압축했다. 도민 의견조사 결과 선호도가 낮은 '읍면동장 직선.의회 미구성안'은 논의에서 제외시키기로 한 것이다.

이때만 하더라도 선거가 2년 남짓 한 상황이었으므로, 최종안 제시는 문제없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행정체제 개편위 활동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해 12월31일 위원회 운영 존속기한을 1년 연장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 행정체제개편위원회 운영조례가 개정돼 공포될때까지 4개월간 활동이 거의 없었다.

임기 중 실행할 의지가 없어 의도적으로 시간끌기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표출되기 시작한 것도 이 때 부터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 말 개정된 행정체제개편위 운영조례에서는 예상치 못한 도의회 '부대의견'이 제시됐다.

"행정체제개편 2개 대안 중 특정안에 대해 결정짓지 말고, '행정시 권한 강화 후 개편'까지 포함해 도민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것"이 주문된 것이다.

이 부대의견이 제시되자 행정체제개편위는 올해 2월6일 제13차 회의를 열어 지난해 압축됐던 2개안에 '행정시 권한 강화 후 개편'을 추가해 3개 안으로 장단점 분석을 다시 하겠다고 밝혔다.

이때 논란이 다시 촉발됐다. 이미 압축됐던 2개안은 행정체제의 개편 방향과 관련한 것인데, 도의회가 제시했던 안은 행정시 권한을 강화한 후에 개편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자는 안이었기 때문이다.

도의회의 이 추가 대안 '끼워넣기'는 사실상 행정체제 개편을 하지 말고 행정시 권한 강화 정도로 하자는 주문으로도 해석됐다.

실제 지난 4월 도의회 도정질문에서는 우 지사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시장 직선제는 사실상 "물건너갔다"면서, 그 이유로 도의회 '부대의견' 때문에 시간이 지체됐다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책임의 화살이 도의회로 겨냥되는 듯 하자, 도의회에서는 "제주도가 언제부터 부대의견을 잘 존중했나"라며 '부대의견' 핑계대지 말고 빠르게 최적안 선정을 추진할 것을 재촉했다.

도정질문에서 한차례 설전이 있은 후, 우 지사는 5월말과 취임 3주년 기자회견(7월1일)에서 행정체제 개편논의를 빠르게 진행할 뜻을 밝혔고, 행정체제개편위는 재가동됐다.

그리고 막바지 릴레이 회의를 가진 끝에, 지난 7월29일 최종안으로 '행정시장 직선제'를 제주도지사에 권고했다.

그러나 막상 최종안이 권고되자 도의회와 정치권의 반응은 싸늘했다. 임기 막바지에 직선제 안을 제시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고 여야 할 것없이 '절대적 반대'로 돌아섰다.

이 과정에서 권고안에 대한 도민 여론조사의 신뢰성 문제도 터져나왔다. 결국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직선제안에 대해 '반대 당론'을 결정하면서 9월 열린 임시회에서는 '부동의'라는 표결결과가 나왔다.

반대입장을 표명한 도의회나 정치권 모두 '직선제 반대' 입장만 표명했을 뿐, 시민사회에서 요구한 '기초자치단체 도입'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어쨌든 3년여간 도민사회에 논쟁만 불러온 채 무위로 끝난 이 문제는 도민들로 하여금 진지하게 논의하고 선택할 수 있는 충분한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제2의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신구범 전 제주지사는 '읍면동 기초자치제' 실시를 공약으로 제시했고, 또다른 후보는 '주민투표'를 제시하고 나섰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 문제는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주장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요구와 맞물려 또다시 선거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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