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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골마을에 문 연 '소심한 책방'..."딱 봐도 소심"

김지유 @      승인 2014.11.08 08:20:08     

종달리 독립출판물 서점 '소심한 책방' 현장탐방
"나, 소심해요"...소품, 인테리어까지 끌리는 특별함 가득

   
소심한 책방답게 자그마한 간판이 왼쪽 모서리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사진=김지유 대학생기자>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시골 마을에 ‘소심한’ 책방이 있다고 한다. ‘얼마나 소심하길래?’ 궁금증을 견디다 못해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다.

제주시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701번(동일주노선) 버스를 타고 세화~종달 해안도로의 끝자락에 위치한 종달초등학교 정류장에 내렸다.

바다 쪽으로 천천히 걷다 보면, 추억 속의 할머니 집 찾아가던 정겨운 굽이길이 나온다. 길을 따라 걷길 몇 분, 돌담으로 된 집들 사이에 딱 봐도 ‘소심한’ 집이 하나 끼어있다!

‘나…. 소심해요..’ 라고 속삭이는 듯한 겉모습은 나조차 소심하게 만들었다. 한 발자국 조차 설레는 마음으로 문턱을 넘었다.

생각대로 작다. 작은 소파 두 개, 수줍은 듯 설치 된 미술 작품들, 무언가를 마실 수 있는 셀프바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곧 ‘소심한’이라는 말이 겸손한 표현임을 알 수 있었다.

발걸음 걸음마다 눈길을 사로잡는 그 무엇...

계절마다 발행되는 계간지로 제주를 깊이 들여다보는 제주 매거진 iiin, 사람들의 취미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격월간 잡지 ‘소스’, 진짜 냄새 나는 잡지 ‘센트’부터 고전, 베스트 셀러 등 다양한 책들이 있었다.

   
작은 공간에 여러 도서들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 소심한 책방>


뿐만 아니라 제주도 섬을 중심으로 바람의 모양과 파도의 모양을 각양각색으로 표현한 시리즈 엽서들과, 문지중 작가의 ‘Drawing Post Card’ 등 특색 있는 엽서들과 Berlin, present, 오산보 등 사진집도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물건들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진열되어있는 서적들이나 물품들이 기존에 어디서 볼 수 없는 없는 것들이었다. 소심하면서 이렇게 속이 깊은 공간, 이 서점의 정체는 독립 출판 서점이었다.

   
겉은 소심하지만 속은 꽉 찬 서점. <사진=김지유 대학생기자>

꿈을 이루고 꿈을 전달하는 공간

책 제작부터 완성까지 모든 작업을 개인 또는 소수가 출판한 책을 인디 북, 혹은 독립 출판물이라고 부른다. 나 자신이 작가가 되어 획일적인 문화를 떠나 다양하고 창의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독립출판서점은 작가들에게 나만의 책을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독자들이 일반적인 서적뿐만 아니라 독립 서적을 통해 새로운 즐거움과 다양한 문화를 전달해주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저희도 한때는 출판물을 직접 만드셨던 분들처럼, 저희의 이야기와 생각을 직접 만들며 즐거워했던 때가 있었어요.

누군가에게 보일 만큼 괜찮았던 작업물이 아니라서 저희끼리 소장하는 것으로 그치긴 했지만, (그 당시에도 소심하기도 했고요.) 독립출판물을 만드는 일이 상당히 흥미롭다는 것, 또 자신의 생각을 다른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그 기분을 너무 잘 알고 있고요.

독립출판물 중에는 정말 내용도 완성도 높은 작업물들도 많고, 소재의 다양함을 느낄 수 있어서 매력적이에요. 이런 매력적인 독립출판물을 책방을 찾으시는 분들께 소개도 하고, 독립출판물을 작업하시는 작가 분들께도 힘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독립출판물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책방 대표의 말을 듣고 다시 보니 소심하다며 무심코 지나쳤던 인테리어 소품과 물건들도 눈길을 끌었다.

알고 보니 역시 개개인의 예술인들이 만든 작품들이었다. 출판물의 판매 대행뿐만 아니라 돌하르방, 향초, 소라모양 방향제, 나뭇가지 연필, 종달새 인형 등 역시 대행 판매 한다.

   
돌하르방 향초, 조개모양 방향제, 나뭇가지 연필도 대행한다. <사진=김지유 대학생기자>

이 서점의 정확한 이름은 '소심한 책방'이다. 종달에만 있는 특별한 서점이다. 대부분의 서점들은 젊은 층들이 자주 접하고 찾을 수 있는 유동인구가 많은 거리에 있기 마련이다. 왜 하필 이 시골 마을에 독립 출판서점이 들어서게 된 걸까?

“종달리 이곳은 시골이라는 특성상 책을 읽고 싶으면 인터넷으로 구매해야 했고, 그러다가 마음 맞는 언니와 함께 의논을 하고 마을에 서점을 만들게 되었어요. 큰 계획이 있어서 이곳에 하게 된 것은 아니고 무심코 제주에 내려왔다가 집 앞에 서점을 만들게 된 거죠.”

   
햇살이 들어오는 입구에 소파가 마련되어 있다. <사진=소심한책방>

짧았지만 행복했던 기억이 길게 지속되는 삶의 팍팍함을 이겨낸다는 것이 이럴 때를 표현한 것일까. 이곳 소심한 책방에 있으면 그 동안 긴장되어 있던 몸이 부드럽게 풀린다.

따스한 햇살 아래 입구 쪽에 마련되어 있는 소파에 앉아 마음에 꼭 맞는 책을 보고 있으면 나른해지는 기분이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런 가보다. 의자에 앉아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여행에 지친 표정의 청년도, 수줍은 모습의 소녀도, 담담한 무표정으로 들어서던 아주머니도 나갈 때는 모두가 한결 편안하고, 미소를 지으며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저희가 애정으로 구성해 놓은 책들을 보시면서 ‘ 읽고 싶고, 가지고 싶은 책들만 있다!’ 하고 감탄해 주실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책이 주는 위로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종이 위에 인쇄된 글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만져보고, 감촉을 느끼고, 향기를 맡는 행위가 주는 위로가 분명히 있지요. 소심한 책방을 찾아주시는 분들이 그 위로를 느끼고, 어깨에 올려진 근심이나 긴장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요.”

소심한 듯 소심하지 않은 소심한 책방

곳곳에서 보물 찾듯이 불쑥불쑥 나타나는 소품들도, 기발한 소재의 도서들은 유쾌하면서도 소소한 공간을 만든다.

이곳은 그저 자신이 그려오던 공간을 만들고 그저 일반 서적과 독립출판물을 대행하는 것이었을지 모르지만 이 공간은 이곳을 방문하는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위로의 공간이 되어주고, 누군가에게는 활기찬 에너지를 선물해주는 공간이 되어준다.

꿈을 위해 노력하는 예술인들의 표현의 장 그리고 더 나아가 새로운 문화가 낯설지 않은 자유로운 공간으로써 현실에 구애 받지 않고 꿈이 실현되는 소심한 책방, 주말휴일 한번쯤 들러볼만한 특별한 공간이다. <김지유 대학생 기자 /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소심한책방 앞 길목에 활짝핀 선인장 꽃이 눈길을 끈다 .<사진=김지유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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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유 @

2개의 의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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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움 2014-11-08 17:25:34    
모처럼 정겨운 글을 읽어봅니다 바쁜 일상속 달콤한 초콜릿을 먹은 듯 휴식을 취하고 갑니다 대학생다운 젊음과 신선함이 돋보입니다
11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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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2014-11-08 09:42:04    
소심한 책방 꼭 한번 가보고 싶네요
잘 읽고 갑니다
110.***.***.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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