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제주도청 앞에서 제2공항 건설 백지화를 촉구하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경배 씨. ⓒ헤드라인제주DB |
벌써 한 달째다. 찬바람이 불고, 눈발이 날려도 어림 없다. 제주도청에서부터 시작해 국토교통부, 청와대에 이어 최근에는 도지사 연두방문 동선까지 따라다니며 외치고 또 외쳤다.
지난해 12월 10일부터 제2공항 건설 백지화를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경배 씨(49)의 이야기다.
그는 제2공항 건설 예정부지로 결정된 서귀포시 성산읍 내 난산리 지역주민이다. 그것도 8대째 지역을 지켜 온 토박이 중 토박이. 그는 제2공항 건설이 "생사가 달려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가 주장하는 것은 단 두 가지다. 보다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부지선정과 보다 진정성 있는 주민들과의 소통이다. 이 두 가지가 없었기 때문에 그는 제2공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22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그는 "제2공한 건설은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라고 소리치다, "억울하다. 도와 달라"고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떨궜다.
▲ 22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김경배 씨. ⓒ오미란 기자 |
▲ 22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김경배 씨. ⓒ오미란 기자 |
이어 김 씨는 "우리 마을은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1000년의 역사를 간직한 문화유산"이라며, "그러나 제2공항 건설로 비산먼지, 소음피해는 물론이고, 마을 안 230가구 중 150가구가 마을을 떠나가게 생겼다"고 성토했다.
특히 김 씨는 "제2공항 건설부지를 선정하는 과정은 굉장히 비민주적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현 공항과 정석비행장을 포함한 4~5개 후보지를 공시한 다음 사람을 최우선 가치로 환경 등의 문제를 면밀히 검토해 해당 지역주민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먼저"라며, "모든 정보가 공개된 상태에서 해당 지역주민 100%가 참여한 주민투표를 실시해 가장 반대의견이 적은 곳을 선택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어 "그리 어렵지도 않아 보이고, 절차상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방법이 있는 데도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바로 중앙부처를 찾아 조속한 지원을 요청하는 등의 무지막지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씨는 원 지사를 겨냥해 "어떻게 고향 제주에서 사전예고도 없이 무지막지하게 사람도, 자연도 다 죽이려고 하느냐"며, "재임기간 업적쌓기에 눈이 먼 것은 아니냐"고 강하게 비난했다.
회견을 지켜보던 한 난산리 주민도 "제2공항 건설로 고통받고 있는 지역주민들의 아픔을 다스려야 할 도지사가 지금 측근 선거운동만 다니고 있지 않느냐"며, "제2공항 건설부지가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났는데... 지금 난산리는 말그대로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경배 씨는 앞으로도 계속 1인시위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다음주부터는 원 지사의 지역구였던 서울 양천구, 새누리당 중앙당사에서도 피켓을 들며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헤드라인제주>
▲ ▲ 지난해 12월 제주도청 앞에서 제2공항 건설 백지화를 촉구하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경배 씨. ⓒ헤드라인제주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