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과 관련해, 제주도정이 '주민 갈등 조장' 논란에 휩싸였다. 민의를 왜곡시키는 '거짓 발언' 때문이다.
지난 16일 대규모 개발사업장의 인허가 특혜비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제주도의회 행정사무조사 자리에서 행한 제주도청 담당국장의 답변이 발단이 됐다.
당시 도의회 특위는 행정사무조사 대상인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장을 방문해 질의응답을 하던 중이었다.
문제가 된 부분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마을회의 공식입장에 관한 발언.
당시 발언록을 보면, 이상봉 특위 위원장이 "동물테마파크에 대한 마을회의 공식입장은 찬성입니까? 반대입니까?"라고 묻자, 담당국장은 "찬성입니다"라고 단호히 답했다.
이 위원장이 예상치 못한 답변에 재차 물었을 때에도, 담당국장은 "마을회 입장은 찬성인데, 학부모라든지 람사르습지위원회는 반대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회에서 총회를 통해 찬성입장을 밝힌 것으로 행정이 확인해서 인지했다는 것이냐'는 물음에도 "네"라고 했다. 학부모도 일부만 반대하다고 했다.
의원들이 마을회 임시총회에서 반대를 결의한 내용을 설명하며 다시 질문하자, 담당국장은 "(과거에는 반대했지만) 최근에는 찬성으로 돌아섰습니다. 마을회 공식입장입니다"라고 굽히지 않았다.
결국 현장방문 조사는 담당국장의 '마을회는 찬성'이라는 입장만 주지된 채 마무리됐다.
그러나 어처구니 없게도, 이날 담당국장이 발언한 내용은 모두 거짓이었고, 철저한 민의 왜곡이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이자 세계 최초 람사르습지도시로 지정된 선흘2리의 공식적 입장은 '반대'다.
선흘2리 마을회 기자회견을 열어 발표했던 내용을 보면, 지난 4월 9일 임시총회를 열고 주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동물테마파크 반대'를 마을회의 공식입장으로 채택됐다는 것이다.
당시 임시총회에는 총 136명이 참여했고, 이중 109명이 투표에 참여했는데 반대 84표, 찬성 17표, 무효 8표의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반대' 비율이 77%로 압도적이었다.
이 결정을 토대로 선흘2리 마을회 차원의 공식적 반대대책위원회가 구성돼, 현재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내용은 현 마을이장이 당시 기자회견에 참석해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도청 담당국장은 천연덕스럽게 "마을회 공식입장은 찬성"이라며 엉뚱 주장을 폈다.
'찬성'이라고 주장한 근거도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명백한 '민의 왜곡'이자 '거짓 설파'이다.
선흘2리 마을회와 선인분교 학부모회 등이 그의 발언을 '민-민 갈등 조장' 행위와 '사업자 편들기'로 규정하며 허위사실을 유포한데 대한 문책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고위 공직자로서 도의회 공식 석상에서 행한 발언치고는 매우 부적절하고 무책임한 언행 그 자체였다.
실망스럽고, 그 저의가 매우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제주도당국이 개발사업자 편에 서서 사업이 원만히 진행되도록 주민들을 찬성으로 돌려세우기 위해 여론조작에 직접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경찰청 인권조사위원회 조사결과 밝혀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당시 행해졌던 여론조작 사례와 묘하게 오버랩되고 있다.
특히, 이날 도의회 특위가 사업장을 방문할 당시의 현장모습은 마치 '찬성 여론'을 연출하기 위한 세트장 같은 분위기였다고 한다.
찬성측 현수막들이 즐비하게 내걸려 있고, 사업장 내 한켠에는 찬성측 주민들을 위한 천막까지 설치됐다. 도의원들의 방문할 즈음에는 천막에 있던 주민들의 찬성 성명이 발표됐다.
이런 가운데, 도청 국장이 "마을회의 공식입장은 찬성"이라고 우겨댔으니, 황당한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이러니 '사업자 편들기'라는 말이 안나오고 배기겠나.
제주도정이 나서서 주민들을 이간질시키며 갈등을 더욱 조장시키고 있는 것에 다름없다. '주민 분열' 획책 목적이 아니라면, 도대체 이유가 뭔가.
'찬반 주민갈등 프레임'으로 몰아가며 논란의 본질적 측면을 물타기 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사실, 이 사업은 람사르습지도시 세계자연유산마을에서 추진되는데다, 인허가 과정에서 숱한 의혹들이 제기돼 왔다.
재추진 과정에서 제주도민의 공적 자산인 공유지 되팔기가 버젓이 행해졌고, 인허가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면제된 것이 의혹을 더욱 짙게 했다.
그동안 진행과정을 보면, 2005년 제주도 투자진흥지구 1호로 지정됐으나, 업체 부도로 인해 공사가 전면 중단됐고 2015년 투자진흥지구에서 해제됐다.
이 과정에서 개발사업자가 공공성을 명분으로 사들였던 대단위 공유지를 제3자에게 매각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었다. 제주도민의 공적자산인 공유지 되팔기가 버젓이 행해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업이 중단된지 상당기간이 경과했고, 사업계획도 전면 수정돼 재추진되고 있음에도 원희룡 도정은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면제하고 '재협의' 수준으로 갈음했다.
사업자의 '꼼수'와 제주도정의 노골적 '봐주기'가 결합된 결과였다.
환경영향평가법 제32조 규정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는 기존 협의 내용에 반영된 사업.시설 규모의 30% 이상 증가되거나 공사가 7년 이상 중지된 후 재개 등에 해당될 경우 재협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업의 최초 공사 중단일은 2011년 1월 14일, 제주특별자치도에 기반공사와 부지 정리를 목적으로 재착공을 통보한 날은 2017년 12월18일이다.
'7년' 경과를 불과 한달 남겨놓은, 정확히 6월 11개월만에 재착공 통보가 이뤄진 것이다. 재착공의 타이밍이 절묘하게 시효 마지노선에 맞춰지면서 환경영향평가를 면제받았다.
제주도의 '봐주기'도 더해졌다. 사실상 대명 동물테마파크 개발은 최초 입안됐던 사업내용과 비교해 대폭적으로 변경됐음에도 제주도정은 '문제 없음'으로 결론을 내렸다.
환경영향평가법에서는 사업을 착공한 후에 환경영향평가 협의 당시 예측하지 못한 사정이 발생해 주변 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재평가를 하고 그에 따른 행정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측하지 못한 사정이 발생'이라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해석한다면 도지사가 환경영향평가 재이행을 요구할 수 있음에도, 제주도정은 '법 타령'만 하며 무기력하게 대응했다.
사업자와 제주도정의 유착의혹이 제기되고, 특혜논란이 불거진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러한 제주도정이 이번에는 선흘2리 마을회의 총회 결정사항 팩트마저 왜곡시키며 '찬성'측 힘 실어주기에 나섰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선흘2리 마을회뿐만 아니라 선인분교 학부모회, 조천읍 이장단협의회가 이 개발사업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입장을 발표했고, 람사르습지도시이자 세계자연유산마을의 난개발을 우려하며 이 사업에 반대하는 전국 시민들의 '1만인 선언'이 이뤄졌는데도, 제주도정만 '모른척' 시늉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의아스러운 것은 '주민갈등 조장'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해당 발언에 대한 제주도당국의 공식적인 해명이 없다는 점이다. 이는 도민들과 도의회를 무시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개인의 '발언 실수'로 슬쩍 덮어 넘길 문제가 아니다. 공식석상에서 '왜곡된 내용'을 설파한 만큼, 공식적으로 해당 내용을 바로 잡아 정정 발표해야 마땅하다.
발언내용이 잘못됐다면, 진솔하게 해명하고 사과하는 것이 가장 빠른 수습책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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