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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의 오늘]<12>꿈을 향하여

이성복 객원필진 bok30@hanmail.net      승인 2010.11.29 11:49:29     

나만의 노트에 이것저것 낙서를 하다가 갑자기 외로움이 몰려와 친구들에게 술 한 잔 하자고 전화를 했다. 모두가 각자 자기 일에 열심히 하느라 한 친구와 겨우 약속을 하고 술을 마셨다.

그것도 잠시. 한창 분위기 무르익을 무렵, 친구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 ‘마누라가 빨리오란다’ 하는 것이다. 그렇게 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안방에는 부모님이 계셨지만 쓸쓸함과 외로움은 좀처럼 가시질 않았다. 특히 작년 2007년 정해년은 ‘쌍춘년’ 이라고 해서 유독 결혼하는 커플이 많았다.

내 나이 서른여섯 적지 않은 나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서른여섯이면 노총각 소리를 들었는데, 요즘은 결혼적령기가 높아지면서 그나마 위안을 삼고 있다.

예전에는 설날이나 추석 등 친척들이 한 자리에 다 모일 때면 어른들이 혼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제는 결혼해야지?”라고 하는 덕담을 제일 많이 했던 것으로 기억 된다. 가만히 옆에서 지켜보면서 ‘나는 언제면 저런 소리를 들어보나’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몇 년 전부터는 나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친척행사에 가고 싶지 않을 때가 많다.
사촌형님이나 누나들이 시집간다거나 장가가는 일이 부쩍 늘고 있다.

친척집 일이라 안 갈 수도 없고, 참석하면 또 한 소리 듣곤 한다. 뭐 이제야 귀에 멍이 들 정도니까 나야 그냥 웃고 넘기지만, 시집 장가가는 친척들을 부러운 눈으로 보시고 계신 부모님을 보면 미안하기 그지없다. 마음먹었다고 당장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

이제는 내 친구들도 다들 결혼해서 아내와 아이들과 같이 지내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참 행복하게 보여 장가가고 싶은 마음이 더욱 더 생겨난다. ‘나라고 왜 결혼할 마음이 없겠는가?

몇 년 전, 어머님이 여기저기 수소문하여 한 장애여성을 만났다. 만남을 이어가면서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었고, 상대방 역시 나에 대해 많은 애정과 함께 급기야 결혼 이야기까지 오가게 되었고, 내 부모님과 상대방 부모님 역시 좋은 인연이 될 것 같은 예감으로 모두가 마음이 들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잠시나마 좋았던 인연을 깨지게 한 건 내 부모님과 나를 속이고 결혼하려던 그쪽이었다. 평생 반려자가 될 뻔했던 그녀는 장애 외에 또 다른 병을 갖고 있었다.

나는 마음이 아팠고 괴로웠다. 하늘을 원망했고, 내 자신을 포함한 나의 모든 게 싫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원망하고 있기엔 내가 너무 어리석다고 생각하고 다시 마음을 바로 잡았다.

내 주위에 장애인들을 보면 필리핀이나 베트남, 중국 연변 등지의 여성들과의 국제결혼을 많이 하고 있다. 한 번은 나랑 친하게 지내는 형님이 나이 40세가 넘어서 결혼한다기에 갔더니 22살인 필리핀 여성과 결혼을 한단다. 너무 행복해 보여 부러웠다.

‘마흔 네 살에 스물 둘. 그야말로 더블이다. 완전 도둑이다.’ 생각하면서 축하의 박수를 힘껏 쳐 주었다. 행복하라고...

‘나도 저런 여자 정도면 국제결혼도 할 만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석달 후 날아온 비보.

그렇게 순진하고 얌전하던 그 필리핀 여성이 그 형님이 일 나간 사이에 모든 짐을 정리하고 사라졌다는 예기다. 그 형님을 만나 술 한 잔 하면서 뭐라 위로의 말조차 할 수가 없었다.

‘이래서 국제결혼은 위험하단 말이 나오는 구나’ 싶었다. 하지만 행복하게 잘 사는 커플도 많이 봤다. 나는 아직 내 스스로가 젊다고 생각한다.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이런 것들을 하나씩 이루어 가다 보면 내 꿈이 이뤄질 것이고, 그때 내가 꿈꾸던 여인을 만나게 되겠지? 그 꿈을 향하여 가는 거야 !

 

이성복 그는...
 
이성복님은 제주장애인자립생활연대 회원으로, 뇌변병 2급 장애를 딛고 지난 2006년 종합문예지 '대한문학' 가을호에서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으면서 당당하게 수필가로 등단하였습니다.

현재 그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으로 적극적인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이 글의 1차적 저작권은 이성복 객원필진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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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 객원필진 bok3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