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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미의 사는이야기] (30) 길 위에서…

강윤미 객원필진 jejuin1218@yahoo.co.kr      승인 2010.11.29 11:49:23     

찾아오겠다는 발길도 갖은 핑계로 물리치고 하릴없이 뒹굴게 된 휴일 하루
언제나 지루한 나를 벗 삼을 수밖에 없는 나에게
문득, 오늘은 미안하다.

가끔은,
시장 복판에 주저앉아
콩나물 한주먹을 쥐고 실갱이하는 뽀글파마의 여인네거나……

또 가끔은,
허름한 공동묘지 초라하고 잡초 무성한 무덤가
흰 국화 한 송이, 종이컵 가득 담긴 쓴 소주한 잔, 불붙지 못해 측은한 담배 한 개비
그렇게 아련한 무덤 속 누군가를 그리고 싶은……

널리고 널린
그저 평범한 누군가이고 싶지만……

늘,
아프다 비명 지르는 내 심장은
무엇이 아픈지도 모르는 무덤덤 덩어리
오늘도 구체적 진술을 회피한 채
아닌 척, 내 이성을 향해 비아냥거린다.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 메워질 빈 공간……

오늘 하루.
괜찮아, 괜찮아……
그렇게 나를 길들이며 빈 공간을 채우고 있는 시간들

하루만,
하루는……
아니, 하루쯤은……
길 위에서 무언가를 찾고 싶은 마음을 꿈꾸게 된다.

싸아한 햇살이 코끝을 스치는 어느 휴일 오후……

먼지 날리는 비포장 신작로
동네어귀 끝 고목그루터기 그늘아래
수형의 시간을 채우고 돌아온 자식을 보듬는 시린 가슴처럼
도시로 떠난 소녀를 그리는 시골청년의 쌉싸름한 봄 햇살처럼

오늘 하루는……
텅 빈 거리 어딘가 쯤에서
겨울덕장에 내걸린 생선처럼 바짝 마른 심장
매캐한 황 냄새 그리운 성냥불 하나 그어
붉게 태워 줄 … …와

우연이 겹친 인연으로
인연이 다시 필연이 되는

찰나의 순간으로나마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조우할 수 있기를……

<헤드라인제주>

강윤미씨 그는...
 
   
▲ 강윤미 객원필진
강윤미 님은 현재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2학년에 다니고 있습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힘겹게 강의실을 오가는, 하지만 항상 밝은 얼굴을 하고 있는 강윤미 님의 모습은 아랏벌을 훈훈하게 해 줍니다.

그 의 나이, 이제 마흔이 갓 넘어가고 있습니다. 늦깍이로 대학에 입문해 국문학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는 분입니다.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어려움이 항상 직면해 있지만, 그는 365일 하루하루를 매우 의미있고 소중하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이 글의 1차적 저작권은 강윤미 객원필진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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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미 객원필진 jejuin121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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