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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의 오늘]<26>장애아들과 어머니의 오랜 병환

이성복 객원필진 bok30@hanmail.net      승인 2010.11.29 11:49:29     

내 친구들 중에 아주 친한 장애인 친구가 있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 처음으로 사귄 친구이다.

몸이 나보다 더 불편하여 휠체어를 사용하지만 불편한 몸과는 달리 성격이나 사회 생활면에서는 나보다 더 열심히 산다.

스무 살 갓 되던 해에 내게 사회생활은 두려움 그 자체였고,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꺼리던 나에게 그 친구는 나를 자주 밖으로 데리고 나가 그 당시 비장애인들의 장애인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을 느끼게 하며 “뭐든지 부딪쳐야 이겨낼 수 있는 거야”하며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고,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

주위에서는 둘이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라고 질투 할 정도였다. 한마디로 바늘과 실이랄까?

요즘에 와서 그 친구와 잦은 만남을 가졌지만, 한때 친구가 멀리 시외 지역에 있는 직장을 구해 그 쪽에 거주하면서 한 5년 동안 소식도 없고, 만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장애인협회에 들렀다가 우연하게 그 친구의 소식을 들었다.

어머니를 의지하고 살던 그 친구에게 어머니가 뇌경색으로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듣고는 너무 놀라 전화를 하려 했지만, 뭐라 딱히 해 줄 말도 없고 해서 한 번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에 전화를 내려놓았다.

그 친구에게 있어 어머니는 절대적인 존재였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만 해도 휠체어를 사용하지 않고, 노동일로 가사를 이끄시던 어머니는 새벽같이 일어나 그 친구를 업고 등교시킨 후에 일을 나가셨다고 한다.

장애를 가진 자식을 둔 모든 부모가 그렇지만, 그 친구의 말에 의하면 어머니는 마치 자식을 당신이 그렇게 장애를 갖게 한 업보인 양 그런 고생들을 다 감수하셨다고 한다. 그런 어머니였기에 큰 슬픔이 아닐 수가 없었다.

병원에 들렀을 때, 예전의 밝고 환한 표정은 하나 없었고, 초췌한 모습의 쓴웃음으로 나를 반길 때 울컥 솟아오르는 슬픔을 억지로 삼키며 애써 태연한 척 하였다.
지금 그 친구는 불편한 몸으로 거동이 힘드신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자신도 불편하면서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모습을 보면 안쓰러움 보다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 친구는 5남매 중에 막내다. 형들도 있어 형님들이 어머님을 모시겠다고 했지만 굳이 자기가 모시겠다고 고집을 부려 혼자 모시고 있다.

친구의 집에 가 보니 마치 여자처럼 깔끔하게 잘 살고 있었다. 초라하기보다는 정말 이런 것이 행복이구나 하고 느낄 정도로 열심히 살고 있었다.

내가 지금 그 친구의 입장이었다면 과연 그 친구처럼 할 수 있을까? 아니 못할 것 같다.

그 친구는 술을 무척 좋아 한다. 나도 그 친구와의 술자리는 즐겨 한다. 부담없이 과하지 않게 마실 수 있고, 그 친구랑 술자리를 하면 내게는 얻는 것이 많다.

며칠 전, 그 친구와 저녁을 같이 하면서 술을 한 잔 했는데, 친구가 몹시 괴로워하는 것 같아 물었더니 “성복아,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맞는 걸까? 자꾸 어머님께 화도 내고 짜증을 부리게 되니 말이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다.”

“네가 요즘 일도 안 되고 많이 지쳐서 그런 걸 거야. 자, 한 잔 마시고 그런 생각 훌훌 털어버려라. 요즘 같은 세상에 너 같은 효자가 어딨냐?”

“효자는 무슨, 닥치면 다 하게 된다”하며 기분 좋게 한 잔 마시고는 헤어지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 부모님께 했던 몹쓸 언행이나 행동들이 떠올랐다.

‘장애란 것이 무슨 벼슬이라도 된 양, 어머님께 툭하면 왜 나를 이렇게 장애를 갖게 했냐고 대들기나 하고 짜증만 냈었지. 알고 보면 우리 부모님도 나로 인해 많은 고생을 하셨는데, 나를 지금까지 키우면서 더 심한 장애를 갖지 않게 하려고 갖은 고생이며 온갖 희생을 하셨는데...’

‘효도, 따지고 보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닌데...’

‘그래, 내가 우리 부모님께 효도할 수 있는 건, 예전의 내가 아니라 지금의 나처럼 열심히 사는 거야.  ‘친구야, 힘내고 우리 열심히 살자.’

이성복 수필가 그는...
 
이성복님은 제주장애인자립생활연대 회원으로, 뇌변병 2급 장애를 딛고 지난 2006년 종합문예지 '대한문학' 가을호에서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으면서 당당하게 수필가로 등단하였습니다.

현재 그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으로 적극적인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이 글의 1차적 저작권은 이성복 객원필진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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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 객원필진 bok3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