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언행이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좌충우돌식으로 터져 나오는 '말의 성찬'은 그 끝을 모를 정도다.
가뜩이나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의 독선적 결정으로 시민사회로부터 퇴진압력까지 받고 있는 상황에서 돌출되는 진중하지 못한 언행은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27일 한바탕 큰 논란이 벌어진 제2공항 발언은, 실망 그 자체다.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 이어진 해명내용은 설상가상 황당하고 어이없게 만든다.
이날 불거졌던 '거짓말 논란'의 상황을 보자.
논란의 발단은 원 지사의 '말'이었음이 분명하다. 전날(26일) 한 방송사와 인터뷰를 가지면서 행한 제2공항 발언 때문이다.
원 지사는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검토위원회의 활동결과 근본적 결함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거짓말' 논란을 초래했다.
"근본적인 결함이 있는게 아니라는 검토위원회의 결론이 나왔는데 이걸 언제까지 늦출 겁니까?", "새해에는 제2공항 착공을 위한 제반 절차가 진행될 것입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 발언은 현 시점에서 볼 때, '팩트' 자체가 사실이 아니었다.
국토교통부의 활동기한 연장거부로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검토위원회는 아직 결론도 내지 못한 상태에서 강제 종료되면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국토부는 검토위를 구성할 당시만 하더라도 활동기한 연장이 가능한 것처럼 설명한 바 있으나, 검토위의 권고안이 작성되기도 전에 돌연 활동을 종료시켰다.
성산읍반대위 및 시민사회단체 추천으로 검토위원회에 참여했던 검토위원들은 이에 반발하며 지난주 기자회견까지 가졌다.
타당성 용역 등을 검토한 결과 '중대한 결함'이 확인됐고, 따라서 입지선정 타당성은 원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상황만 보더라도, 기본적 팩트는 확인된다. 첫째, 검토위는 돌연 강제종료된 상황이라는 점, 둘째, 이러한 파행적 중단으로 인해 아직 검토위에서 합의된 결론은 없고 이러한 이유로 권고안도 작성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다.
그러나 원 지사의 발언은 검토위의 결론이 이미 나왔고, 그 결론은 '근본적인 결함이 없다'는 것이라는 내용까지 확신적으로 첨언했다.
정말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설령 지레짐작으로 판단하여 그렇게 말했다 하더라도, 그건 변명이 될 수가 없다.
원 지사가 말한 내용이 차후에 실제 그렇게 나타난다 하더라도, 12월 26일 시점에서도 결코 나와서는 안되는 말이 나온 것이다.
도지사가 명백한 거짓말을 한 셈이다. 도지사의 언행은 곧 제주도의 품격을 보여주는 것인데, 말의 가벼움이 크다.
"뻔뻔함과 거짓말의 정치로 도민들을 기만하지 말라"는 시민사회단체의 격한 비판이 이어진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 민망한 상황에서는, 그 어떤 변명보다도 진솔한 해명과 사과가 필요했다.
그러나 원 지사의 대응은 의외였다. 사과는 커녕 '황당한 변명'으로 정면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설상가상, 27일 저녁 퇴근시간 후 발표한 "제2공항 관련 발언,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제하의 해명자료의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논란이 된 원 지사의 말은 '예측발언'이었다는 것이다.
"12월 27일자 00뉴스에서 방송된 '제2공항 관련 발언'은 모든 발언의 시간기준을 2019년 1월 5일 방영예정인 신년대담에 맞추어 달라는 방송사의 요청에 따른 예측발언이었습니다."
내년 1월 5일 방송할 예정이기 때문에 행한 발언이었고, 그 발언은 방송사의 요청에 따른 예측발언이라는 주장이다. 기가 막히고, 방송사로 책임을 떠넘기는 비겁함에 다름 없다.
이어진 해명도 더욱 황당하다.
"'관련 발언'은 언론보도, 국토부의 통보일정 취소 등을 감안했을 때, 예정된 방송일시에 결론이 확실시되었기 때문에 가능한것이었습니다. -중략- 국토부가 검토위 활동 종료와 함께 사실상 결론을 내렸다는 것은 다수의 언론보도가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미루어 짐작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검토위에서 1월 5일 이전에 '문제 없음' 결론을 발표할 것을 확신했고, 검토위의 '문제 없음' 결론은 다수의 언론 보도 등을 미뤄 발언한 것이라는 해명이다. 정말 무책임하고, 치졸한 해명이 아닐 수 없다.
'예측발언'은 방송사의 요청에 의해서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문제 없음' 발표는 언론보도를 참고했다고 희한한 변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도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도민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킨데 대한 진솔한 사과 한마디 없이 '엉뚱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도지사의 대담 발언이 '헛말'이 되지 않기 위해 제주도가 국토부에 검토위 결과 보고서를 빨리 보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역시 제주도정 스스로 해명자료를 통해 고백한 내용이다.
국토부와 제주도정이 '짜고 치는 고스톱'을 벌여왔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빠르면 이달 31일까지, 늦어도 내년 1월5일 방송시간 이전에 국토부가 원 지사의 발언에 부응해 '발표'를 해줘야 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원 지사를 구하기 위한 국토부의 '발표' 화답은 실제 이어질까. 정말 그렇게 된다면, 연말 '연기 대상'감의 블랙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지금, 누가 제주를 혼돈으로 몰고 가고 있는가.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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