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2015년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 타당성 용역을 진행하면서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의뢰했던 제주공항 단기 인프라확충방안 용역 보고서를 폐기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검토위원회(위원장 강영진)가 다시 가동되고 있는 가운데, 국토부의 ADPi보고서 폐기 관련 은폐의혹은 입지선정 타당성 의혹 규명에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프랑스 ADPi 보고서는 2015년 사전 타당성 용역 당시 현 제주공항의 시설여건분석과 개선과 제주공항 활용 극대화 방안 마련을 위해 수행됐다. 즉, 어떻게 하면 새로운 공항을 추가하지 않고 현 공항을 잘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용역이다.
국토부는 지난 1일 서울 김포공항 인근 국토부 사무실에서 열린 검토위원회 제2차 회의에서 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용역을 수행한 (주)유신 측으로부터 받은 ADPi 보고서를 폐기했다고 밝혔다.
(주)유신 측은 지난 2015년 3월 국토부에 ADPi 보고서를 전달한 뒤 폐기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도 ADPi 용역은 (주)유신과 ADPi측과의 계약 사항으로, ADPi 보고서가 검토 후 폐기했지만 관련 내용은 사전 타당성 용역에서 다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계약사항에 ADPi 보고서 내용을 ADPi 측의 동의 없이 공개할 수 없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대외에 공개할 수 없다는 계약사항이 있다고 하더라도, 당시 1억3000만원을 들여 수행된 용역 결과물인 보고서 문건을 단 하나 보관도 하지 않고 납품과 동시에 한번 훑어보고 폐기됐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아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주)유신의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은 인프라 확충의 최적 대안을 선정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됐다.
당시 사전타당성 용역에서는 (주)유신이 △현 제주공항 확장안 △신공항 건설안 △제2공항 건설 등 3개 대안에 대한 집중적 비교검토를 진행하고, ADPi는 제주공항의 인프라확충 방안에 대한 검토를 진행했다.
그런데 ADPi에서 맡았던 '현 공항 확장안'에 대한 용역보고서 부분이 사라진 것이다. 당시 ADPi보고서에서는 △현행 활주로를 활용 극대화 △210미터 이격 평행활주로 건설 △365미터 평행활주로 건설 △보조활주로(남북활주로) 활용 등 4개안을 제시했다.
이중 보조활주로를 활용해 교차활주로 방식으로 운영하면 제주공항의 시간당 이착륙 횟수는 60회 정도로 확장될 것이라는 분석결과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제2공항을 건설하지 않고도, 현 공항 활용 극대화를 통해 항공수요를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제주공항 확장 대안이 일부러 배제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주공항 폐쇄를 전제로 한 '신공항 건설'은 대안 검토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결국 당시 입지선정 평가 흐름은 '제2공항 건설' 대안으로 압축됐던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은 당초 최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돼 있었으나, 그해 11월 발표된 용역 최종보고서에서는 제2공항 건설 대안 확정 뿐만 아니라, 성산읍을 단일입지로 결정해 발표했다.
더욱이 공항 입지선정은 도민사회 공론화는 물론 후보지 지역 주민들과도 의견수렴도 전혀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졌다. 이 때문에 강정 제주해군기지에 이어, 성산읍 지역 공군기지(탐색구조부대) 설치라는 군사전략적 이유로 해 제2공항이 결정된 것 아니냐는 강한 의구심이 계속해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 ADPi 용역보고서 폐기는 그동안 분출됐던 제2공항 입지선정 평가 관련 각종 의혹에 있어 최대 쟁점화될 전망이다.
강영진 위원장은 "국토부에서는 어떤 규정이나 지침에 의해 ADPi 보고서를 폐기한 것인지, 다음 3차 회의 때까지 설명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오는 15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3차 회의 때 국토부가 ADPi 보고서 폐기에 대해 공식적으로 어떤 입장을 밝힐지가 주목된다.
한편, ADPi 보고서 폐기와 관련해 시민사회단체는 "ADPi 보고서는 제주공항을 활용하는 방안이 담긴 중요한 보고서"라며 이의 공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홍명환 의원은 "ADPi 보고서 은폐와 폐기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로, 이는 제2공항 용역조작의 시작이자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도대체 누가 이런 ADPi 용역보고서 은페와 폐기 지시를 했는가. 철저한 수사와 엄벌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원희룡 지사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아직 검토위원회에서 검증되지도 않은 국토부의 재조사 용역결과를 인용해 제주공항 확장대안 '불가론'을 두둔하고 나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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