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곳곳에 설치된 줄로만 알고 있던 CCTV는 정작 위험한 순간에서는 '장식품'에 불과했다.
잠재적인 범인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설치된 CCTV는 모조품임이 밝혀진 순간 시민들의 불안감이 될 뿐이다.
제주시민 A씨(여)는 얼마전 제주시 노형동 소재 한 공중 화장실을 이용하다가 생각치도 못한 봉변을 당했다. 볼일을 보다가 이를 몰래 훔쳐보던 괴한과 마주했던 것.
A씨는 당시 사건을 떠올리며 믿고 있던 공원 치안의 허술함에 울분을 토했다.
A씨는 "다른 칸이 비어있을텐데도 누군가 자꾸 화장실 칸에 부딪히더니 문 밑으로 머리를 들이내밀었다. 놀라서 소리를 쳤고, 문 틈 사이로 밖을 보자 나갔는지 아무도 없더라"고 말했다.
이어 "안심하고 볼일을 보고 있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어 위를 올려다 보니 어떤 남자가 옆 칸 화장실 변기에 올라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고 떠올렸다.
A씨는 "너무 놀라 소리를 질렀더니 도망을 갔다. 조금만 늦게 올려봤다면 어떤일이 발생했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말했다.
당시 시간은 낮 1시 30분께. 감히 예상치 못한 대낮에 벌어진 일이었다. 평소에 운동을 하거나 지나가다 자주 들르는 집 근처의 화장실이라 더욱 충격은 컸다.
급히 경찰에 신고를 하고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불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던 A씨. 한동안 화장실에 갇혀있다가 경찰이 출동하고 나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곧 출동한 경찰은 공원에 설치된 CCTV를 확인했고, A씨는 범인을 잡을 수 있다는데 기대를 걸었다.
그런데, 제주시 담당부서에 문의 한 결과 설치돼 있던 CCTV는 모조품이었다. CCTV를 설치할 예산이 없어 임시로 달아놓았다는 것이다.
A씨는 "CCTV가 모조품이라는 말에 기가 막혀 눈물이 다 나더라. 주민들은 CCTV가 있어서 안심을 하고 공원에서 운동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기도 하는데, 가짜라는게 말이 되나"라고 분을 냈다.
그는 "클린하우스 같은 곳의 CCTV는 과태료를 물리려고 진짜를 설치해놓고 안전을 위한 CCTV는 가짜를 설치하나. 누구 하나 희생자가 생겨야만 진짜 CCTV를 달아줄 계획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제주지역의 경우 공원이나 공중화장실 등에 방범을 위한 설치는 전무한 실정이다. 진입로나 화장실 입구 등 어디에도 방범용 CCTV나 비상벨이 설치된 곳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CCTV통합관제센터 차원에서 올해부터 어린이보호구역, 어린이공원 등에 순차적으로 방범용 CCTV를 늘려갈 계획이지만, 아직 기초공사 중에 있고 추진상황도 더딜 수 밖에 없다.
모조 CCTV와 관련해 제주시 관계자는 "공원을 관리하는 직원들이 임의로 설치한 것이지 근본적인 해결방안으로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다보니 담당 부서에서는 담당자가 해당 부서에 배치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조CCTV 설치 현황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도 차원에서 CCTV를 단계적으로 늘려 갈 계획"이라며 "우선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문제를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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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